'인생'에 해당되는 글 131건

  1. 2009.03.14 토욜!
  2. 2009.03.12 우울증 수치 90% 3
  3. 2009.03.12 문상을 다녀오고 8
  4. 2009.03.11 시합 8
  5. 2009.03.09 3/9
  6. 2009.03.07 Oldies but Goodies
  7. 2009.03.04 과거에 대한 끄적끄적 6
  8. 2009.03.03 함박눈(瑞雪) - 고종황제 2
  9. 2009.02.22 [검의대가] & [알라트리스테] 2
  10. 2009.02.15 무언가 키운다는 거 2

토욜!

작은 방 한담 2009. 3. 14. 09:12
1.
 떨어진 휴지도 사야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이것저것 밀린 일이 오늘도 한가지로구나
 날은 또 왜 이리 추운가
 아~ 난 차가운 잿빛도시위의 고독한 남자

2.
스케줄러처럼 사용할 위젯을 하나 구입하긴 했는데
단순명료해서 내가 쓰기는 괜찮구나
요즘 안 그래도 매일 뭔가 사야한다 해야한다 생각하면서도
까먹고 계셨는데

나이들수록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더니 그게 맞는 것 같다.

(좀 과한가...)

3.
벌써 9시라니.
얼리버드가 먼저 벌레를 잡아먹는다지만
난 작년부터 얼리버드가 싫어.

4.
창문 너머는
모두가 한 쌍일세
봄이로구나
Posted by 荊軻
,
파김치가 되게 뛰어다닌 담에 인터넷에 로그인 해서 잠깐 해 봤던

http://www.forevergreen.co.kr/ground/ground_02_1.htm

*중한 우울상태입니다.

-.-;;; 젠장


http://www.psychonews.co.kr/test/self

우울증 수치 90
스트레스 70

* -.-;;; 젠장

바쁘게 살아도 마찬가지로구나.
그나마 소라과자를 먹고 혈당치를 높였더니 좀 기분이 좋긴 하다.

현대인으로 살면서 우울증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고
이번 정권 들어서 더욱 심해졌을 뿐이고
조금씩 형편은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무엇보다
삶이 핀치에 몰리면 [확]하고 휘발유에 붙인 불처럼 솟구치는 특유의 성질때문에
(누군가는 죽기 직전의 악바리라고 하더라만) 정신적으로 사고칠 일은 없을 성 싶다만
요즘 참 팍팍하긴 하다.

그런데 나만 이런게 아닌 것 같다.
요즘 어디나 사람들이 남긴 글들을 보면
그 글의 편린들이 마음속에 불티처럼 지펴지는데

다들 외롭고 힘든가보다.

(그저 웰컴투더정글이로세)

* 생각해 보니 1년 전에도 수치는 비슷하게 나왔구나.
   믿을게 못 되는 거 아닌가?
Posted by 荊軻
,

어저께 저녁
갑작스럽게 후배의 모친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분당까지 다녀왔습니다.
후배도 많이 늙었더군요. 애가 둘인데...
그러고 보니 저를 보고 후배도 같은 생각을 했겠죠.

이제 현실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집도 머지 않아서 몸으로 체감할 날이 오겠죠.

예전에는 고인과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제 생각이 나는군요.

세월의 힘일까요

Posted by 荊軻
,

시합

수련장 2009. 3. 11. 10:46
운동을 하고 나면 그나마 시들시들한 배추가 소금에 절여지는 기분.

한 사내가 탈의실 쪽으로 조용히 들어온다.
그리고 수도꼭지에 입을 잠깐 댄다.
마시는 게 아니라 입을 대고 있다.

안다.
이 남자.

내가 맨 처음 체육관에 등록을 했을 때부터
땀복을 입고 줄넘기를 하던 남자
언제 체육관을 찾아도
이 사람은 줄넘기를 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내가 운동을 마치고 갈 때까지도
줄넘기를 하고 있던 적이 있었다.
마치 길거리 상점의 자동 인형처럼
같은 자세로 정확하게 같은 동작을 하던 남자.

- 안녕하세요
- 힘드네요

알고 있다.
시합이 토요일이다.

- 이번 주에 시합이죠?
- 예
- 힘드시겠네요
- 아직도 3kg정도 더 빼야 합니다.
- 아무것도 못 드시겠네요
- 이렇게 입만 축이고

일상은 나와 똑같다.
평일 일과를 사무실에서 넥타이를 메고 보내고
저녁에 체육관에 와서 운동을 한다.

- 상대가 너무 세요. 전직 동양챔피언
- 벌써요?
- 원래 한 두 차례 뒤에 붙을 줄 알았는데
- 그런데 왜 동양챔피언이 아마시합에
- 프로니까요.

몰랐다.
이 남자
프로였다는 걸
샐러리맨.
그리고 프로복서
뭔가 모를 괴리감이 머릿속을 잠시 맴돈다.

- 아무것도 안 드시고 회사에서 괜찮으십니까
- 그냥 하루종일 인상만 쓰고 있죠.
- 아.
- 차 한잔 하자는 것도 마다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좀 그렇게 보겠죠

고행.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한 첫번째 과정은
자기에 대한 혹독함일까

- 동양챔피언이라면 장난 아니겠네요
- 이번에는 진짜 심하게 맞겠죠
- 몇 라운드인가요
- 4라운드
- 4라운드
- 10라운드가 아닌 4라운드면 승산이 있습니다. 4라운드는 변수가 있으니까요

이 남자
절대로 진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지더라도 진다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 열심히 하셨으니까 좋은 결과가 있겠죠
- 오늘 옆에서 운동을 하지 않으셨으면 혼자서는 운동 못했을 겁니다.
- 예?
- 혼자서 연습하기에는 지쳐서요. 누군가가 옆에서 연습하는 걸 보면서 힘을 내는거죠.

물론 나는 프로복서가 되고 싶은 꿈같은 건 있지도 않고
그 정도의 운동신경도 없다.
하지만 가끔은
누군가가 자기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걸 보는 게, 보여주는 게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안다. 

 의지의 싸움.
타인을 보면서 자신을 투영하건, 스스로의 모습에서 타인을 투영하건
스스로 갖는 자신감에 날을 벼릴수 있으면
그것으로 하나의 가치를 갖는 것.

-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 예

난 아직 이 사람 이름도 모른다.
알아낸 것은
샐러리맨, 프로복서
그리고 참으로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

이번 주 토요일
그의 주먹에 무운이 있기를.
Posted by 荊軻
,

3/9

수련장 2009. 3. 9. 03:40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를 수 없다.
상황은 사람의 계급이나 위치를 만든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성품이나 능력과는 관계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따라 사람이 조형되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보는 사람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진면목이
아닐 지 모르고, 어쩌면 그 사람이 알고 있는 자기자신도
그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

어리석은 자가 현자가 되고, 겁장이가 용사가 되고
말더듬이가 화술의 달인이 되거나 무책임한 자가 충신이 될 수 있는
환경은 언제나 존재하며
그 반대의 경우도 언제나 존재하고
혹은 뜻하지 않는 상황에 힘입어 자기자신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고귀한 성품이 발현되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삶이란 변화무쌍하며 예측할 수 없고
인간은 짧은 인생 가운데 담아내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인간이 감히 판단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나이를 먹을수록 들고 있다.

내가 아는 것이 흑백일지라도
타인에게 백흑일지 모르고
절대자에게는 모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내 작은 그릇으로 사해를 담을 수 있으랴
그렇다고 처해진 상황에 맞추는 것으로 내 역량을 다 담았다 만족할 수 있으랴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는
나조차도 모른다.

아마 우리는 죽을 때까지
정확하게 무엇 하나 정의하지 못하고 세상을 마감할지도 모르겠다.

잠깐 대문을 열고 아파트 난간에 서서
헤아릴 수 없이 반짝이는 사람들의 집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가끔 가슴이 먹먹해진다.

저 안에 나처럼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인생을 가지고 사는 이들이
살고 있다. 그것도 수백수천수만 수십억의 생령이.

봄은 왔으되 생각할 것은 무량대수로 늘어나고
내 머리는 다 담지 못하는구나.
Posted by 荊軻
,
왜 그럴까

세월이 가도 내게 남아있는 오래 된 것들은
내가 가장 아끼는 것들로 이루어져 버릴 수 없는 것들로만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늘
Oldies but Goodies

이건 진리에 가까운 것 같다.

여전히 개더링을 하면서
현재의 귀중한 것들을 보석상자에 꾸준히 쌓아두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것, 특히 사람들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인지도.
Posted by 荊軻
,
대합입학을 놓고
선지원 후시험을 치던 시절이었으니.

정말 만약 그 때
내가 내 뜻대로 [사학과]나 [국문학과]를 갔더라면
지금 내 모습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지금보다 훨씬
내가 말하고자 싶은 바를
명확하고 간결하고 가슴에 와 닿게
글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과를 나와서는 먹고 살기 힘들것이라는
주변의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렸던 시절이었다만
지금도 먹고 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고
뭔가 끄적대는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어쩌면 나는 길을 멀리 에둘러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이게 정도(正道)일지도 모른다.

내 성격에 국문학과나 사학과를 나왔다면
학생들 줄빠따치는 폭력선생의 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인생은 끝까지 가 봐야 상품이 뭔지 아는 게임인듯.
Posted by 荊軻
,

瑞雪民豊殖(서설민풍식) 이 함박눈에 농사 풍년이었으면
民食吾亦食(민식오역식) 백성이 먹어야 나도 먹을텐데.
又此隆寒時(우차륭한시) 또 이렇게 차가운 날씨에
貧者何以衣(빈자하이의)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옷이라도 입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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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옵니다.
마른 땅이 많다는데 해갈이나 되었으면 합니다만
그리 많이 오지는 않을 성 싶습니다.

비가 오는 날 함박눈에 대한 시조 하나를 올립니다.
태평성대였으면 가히 성군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고종이나
세상을 읽을 수 있는 한계와 국력이 문제였던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참 요즘 부럽습니다.

Posted by 荊軻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는 내가 볼 때는 통속작가다.
그것도 아주 잘 뽑아내는 통속작가에 들어가고
그 뿐만 아니라 내 구미에 아주 잘 맞는 소재를 뽑아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검의 대가]를 읽고 난 뒤 집에 있는 [알라트리스테]이야기를 다시 조금 봤다.
[검의 대가]의 주인공은 황혼을 바라보는 실력좋은 검술교습선생.
[알라트리스테]시리즈의 주인공은 세상에 많이 쓸려서 지쳐버린
중년을 넘어서 장년을 바라보는 황혼기 스페인왕정의 예비역 대위.

둘 다 읽다보면
인생의 쓸쓸함과 동시에
그 와중에도 남아있는 자존심 하나를 지키려
칼을 벼리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이베리아반도 사나이들의 격렬함이 들어있다.

레베르테는 복받은 것이다.
조국이 남겨둔 화려한 무용담과 강대국의 역사가 남아있으니 말이다.
유럽의 초강국이었던 스페인의 황금문자시절.
스페인을 꺾고 산업혁명으로 패자가 된 영국이나
전통의 강호로 중세를 풍미햇던 프랑스나
방대한 혈족과 영토로 합스부르크의 영광을 보인 오스트리아나
이도저도 아니면 힘으로 밀어붙여버린 근대 프러시아와 독일이건 뭐건
최소한 문자향으로 그시절의 기억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잘 나가던 광개토왕시절 기록조차 혼미하고
그 다음부터는 어쩌다보니....

아, 이러다보면 쓸모없는 패배주의에 휩싸이거나 사대주의에 물들기 십상.

사실, 내가 하려던 이야기는 이런 게 아니다.

저런 시절의 사내들 이야기가 참 맘에 들더라.
지금 생각해 보면 참을 수 없는 모욕도 농담으로 지그시 넘어가는 배짱이 있는가하면
얄팍한 농담 하나라도 명예에 관련된 것이면 그냥 칼로 쑤셔대고 시작하는 자존심도 있고.

내가 그렇게 못 살아서 그렇겠지.
살기 위해 명예를 팔고
그냥 넘길 일에는 성마른 놈처럼 욱하는 기질이 있으니 그런 거 아닐까.

인간으로 살기도 힘들고
그 와중에 사내답게 산다는 것도 힘들다.

하긴,
사내답게 산다는 말조차 
[허접]스러워진 의미로 변해버린 세상에 살고 있는 지금.
Posted by 荊軻
,
혼자 살면 고독에 몸부림치거나 그럴 줄 알았는데
혼자 살아보니 꼭 그런 건 아니다.

단지 어떨 때
신경통처럼 허한 기분이 콕콕 폐부를 찌를 때가 있는데
단지 몇 번의 그런 감정을 잊기 위해서
뭔가를 만들고 키우고 관계를 정립하고 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살다보면 옆에 동반인이 있어도 드는 마음인 것을.

최근들어 고양이를 키워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방법은 아닌 것 같더라.

사람이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나와 같이 동행하는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배려와 책임을 갖는다는 것이고
어쨌거나 내가 가지고 있는 무한하지 않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
즉 희생을 의미하는 것일진대
과연 그것이 깃털처럼 가볍게 결정할 사항일까

개를 키우면 언젠가 잡아먹으나 정든 것을 잡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연암이 조선시대에 이미 말했거니와
난 잡아먹으려고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아니지만
박지원이 나보다 생각을 덜 했으리라 믿지는 않는고로
그 양반의 말에 공감을 한다.

나이를 먹으니
뭐 하나 결정하기가 쉽지 않는 것이
무를 수 없는 일이 많다는 걸 점점 알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문 밖을 나서면 바로 사바세계인데
시간이 지날 수록 경로는 험해지더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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