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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장 2009. 3. 9. 03:40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를 수 없다.
상황은 사람의 계급이나 위치를 만든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성품이나 능력과는 관계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따라 사람이 조형되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보는 사람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진면목이
아닐 지 모르고, 어쩌면 그 사람이 알고 있는 자기자신도
그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

어리석은 자가 현자가 되고, 겁장이가 용사가 되고
말더듬이가 화술의 달인이 되거나 무책임한 자가 충신이 될 수 있는
환경은 언제나 존재하며
그 반대의 경우도 언제나 존재하고
혹은 뜻하지 않는 상황에 힘입어 자기자신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고귀한 성품이 발현되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삶이란 변화무쌍하며 예측할 수 없고
인간은 짧은 인생 가운데 담아내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인간이 감히 판단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나이를 먹을수록 들고 있다.

내가 아는 것이 흑백일지라도
타인에게 백흑일지 모르고
절대자에게는 모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내 작은 그릇으로 사해를 담을 수 있으랴
그렇다고 처해진 상황에 맞추는 것으로 내 역량을 다 담았다 만족할 수 있으랴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는
나조차도 모른다.

아마 우리는 죽을 때까지
정확하게 무엇 하나 정의하지 못하고 세상을 마감할지도 모르겠다.

잠깐 대문을 열고 아파트 난간에 서서
헤아릴 수 없이 반짝이는 사람들의 집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가끔 가슴이 먹먹해진다.

저 안에 나처럼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인생을 가지고 사는 이들이
살고 있다. 그것도 수백수천수만 수십억의 생령이.

봄은 왔으되 생각할 것은 무량대수로 늘어나고
내 머리는 다 담지 못하는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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