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사는 법'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09.08.26 옛 맛 6
  2. 2009.06.19 감자전 실패 6
  3. 2009.06.15 감자즙 10
  4. 2009.06.04 붉지 않은 식단 12
  5. 2009.06.03 와플을 다 먹었더니 14
  6. 2009.06.02 양배추국 6
  7. 2009.06.01 to 마리 앙뜨와네트 2

옛 맛

작은 방 한담 2009. 8. 26. 13:48
1.
어젯밤
후배 하나가 결혼한다며 족발을 사줬습니다. 장충동에서 먹자더군요. (여성입니다.)
만화에서도 나온 그 집을 갔습니다.

족발은 족발이지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듯이.
맛이 없었다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족발은 족발이더라구요.

한 달 쯤 전에 지인들과 함께 돼지다리 하나로 집안을 일으켜 세웠다는
전설의 양재족발을 먹으러 갔던 적이 있었지요.
(예, 동네 골목 하나를 족발집이 분점으로 다 채운...말 그대로 족발로 흥한 가문입니다)

거기도 맛이 없진 않았어요.
장충동 족발이 족발 고유의 맛이라면 양재족발은 좀 더 부드럽달까요.

그런데 뭔가 개운치 않았던 그 느낌.
후배하고 이야기하다가 결국 그게 뭔지 알아냈죠.
어릴 적 시장통 싸구려 족발집에서 길들여진 우리의 입맛에는
카라멜향이 들어간 조악한 족발향이 어린시절의 기억과 함께 잔향으로 남아있던 것이죠.

H: 우리가 만약 나중에 족발집을 낸다면 광고를 이렇게 하자.
N: 어떻게요.
H: [우리는 일본 모리나가에서 직수입한 카라멜을 녹여서 족발에 넣습니다!]
N: 그거 좋은데.


2.
족발골목 건너편에는 유명한 과자점 [태극당]이 있습니다.
아이스 모나카를 만드는 곳이죠.
같이 간 후배 한 녀석이
"예전에 할머니 계실 때 저기서 이따시만한 모나카를 사서 같이 나눠먹은 적이 있다"는 말에 혹해
한 번 들어가 봤습니다.

서울촌놈인지라 태극당은 처음 들어가 봤습니다.
정말 과거의 향취가 물씬 나는 인테리어의 판매장이더군요.
모나카를 입에 문 김두한과 시라소니가 튀어나올 것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스모나카만 있고 팥이 들어간 모나카는 없네요.
이젠 안 만든답니다. 후배는 좀 섭섭해 했어요.
저도 덩달아 하나 사 먹어 보려다가
그냥 샹들리에만 쳐다보고 나왔습니다.


3.
지금 다시 먹으라면 아마 덤덤하거나 먹지 않을 것이라도
생각때문에 다시 찾게 되는 맛들이 있지요.

저도 하나 있습니다. 예전 [독일빵집]에서 나왔던
초코렛이 위에 코팅되어 호일박스에 담아져 나오던 케잌도 아닌 빵도 아닌 빵.
지금은 가정주부들도 오븐에서 잘 안 굽는 종류의 빵일테죠.
하지만 그 맛은 혀 끝에 맴돌고 질감도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랫동안 남아있는 대물림 식당들을 찾는 걸까요?

미각이라는 것은
단순히 혀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추억에서부터 나오는 것일지도 몰라요.




p.s 1)
2시간 전, 후배가 어머니와 통화하더니 이렇게 말해줍니다.






"형, 내가 먹은 모나카는 미아리에 있는 [태극당]거였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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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전 실패

작은 방 한담 2009. 6. 19. 10:41
감자를 곱게 갈아서
전분만 채취해 그걸로 감자전을 만들어 보겠다던 야심찬 계획은 아침에 실패로 돌아가고
냉동시켜 두었던 인절미를 꾸역꾸역 씹으며 출근했습니다.

하긴 감자가 황금도 아닌데
서부개척시대 방법으로
휘휘 저어서 가라앉은 전분만 빼고 물을 빼겠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까운 햇감자 세 개만 날려버렸습니다. 흑.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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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즙

투덜투덜 2009. 6. 15. 11:30
사실 믹서를 산 이유 중의 하나가

동생네 처가에서 햇감자를 뭉태기로 보내줬다는데
이걸 혼자 못 먹는다고 좀 나눠준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삶은 감자 먹기는 하지만 즐기는 편도 아닌데
이 감자를 대체 뭘하나 하다가
별반 좋지도 않은 위장에 감자즙이나 만들어 먹어볼까 하는 생각에
감자즙을 만들어 보려는 중.

-.-a 근데 생감자를 갈아서 먹어 본 적이 있어야....
이거 그냥 먹는 거 맞는 건가.

사실 오늘 아침 갈아보려다 감자깍는 채칼부터 사야할 것 같아서
내일 한번 시험해 보려는 중.

진짜 양생(養生)의 길로 접어들고 있구낭~~~~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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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뜨거운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 취향덕에
점심시간이면 메뉴가 한정될 수 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식당을 가면
반찬들이 대부분 벌겋기 그지없다는 것은
나를 절망케하는 요인중 하나다.

사실,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온 건
임진왜란 훨씬 전이라는 최근 연구도 있었고
매운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를 쓰고 매운 걸 좋아하는 걸로 봐서
나름대로 국민적 기질로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인데

그럼 난 뭘까?
육류에 채소섭취는 거의 못하는 걸로 봐서 유목민족 출신인가.

각설하고,
그나마 회사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하나 있다.
이곳은 김치류보다는 나물류가 많다.
나물이라는 게, 식당에서 많이 사다놓고 조리를 한다고 해도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맛을 내는 것 까지는 바라지도 못하는 형편인데
여긴 맛도 괜찮다.

가만히 살펴보면
반찬들의 색깔이 형형색색이고
오히려 녹색과 노란색이 훨씬 많다.
우리네 들판의 색이랄까.

어딜 가던 김치 한 접시, 깍두기 한 접시로 끝나는 집들이 더 많고
손님들도 바쁜 와중에 가타부타 하지 않는다.
그냥 뱃속을 채우고 나오는 것이다.
뜨거운 국 하나와 쌀밥 하나로 끝난다.

그렇다고 저녁이나 제대로 챙겨먹는 인간이
요즘 대한민국 바닥에 몇이나 되겠는가.
점심의 확장버전 아니겠나.

그저 단촐하니 찾아 먹을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어느새부터인가 우리 입맛도 강요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사람이 건강하려면 게절에 따라 나오는 걸 먹고 사는게
가장 나을지도 모르겠다.

겨울엔?
글세. 겨울엔 뭘 먹고 살까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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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을 게 없구나
남아있는 미숫가루로 대충 아침대신 먹고 오긴 했다만...

사람들이 와플이 별반 몸에 안 좋을거라고 해서
100일 조금 넘게 먹다가 바꾸게 되었는데
정작 대체식품이 별로 없다.

떡이나 가져다가 먹을까 생각도 해 봤는데
아침에 조리하는 시간은 와플의 2-4배 정도 된다.
그렇다고 아침마다 기름에 돌려 튀긴 떡을 먹는다는 것도 소화엔 안 좋을 것 같고

식빵이 보통 4-5일을 먹는데 요즘 2,000~ 2,500원 정도 하니까
5일이라 잡고 한달에 12,000원~15,000원. 이게 약간 싸긴 하구나.

--a 아후

사람이 안 먹고
식물처럼 광합성만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세상 분쟁의 반은 줄어들텐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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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국

투덜투덜 2009. 6. 2. 10:41
흰색 양배추를 사서 끓여도
결국은 초록색 국이 되어버리는군요.

예전 마녀들이 끓이던 거품나는 초록색국물은
결국 마녀가 먹으려던 양배추 스프였던 것이죠.
아무리 먹어도 몸에 이상이 없다는.

하지만 같이 넣는 국거리로 삼겹살을 넣는건 이제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좀 돈이 들더라도 국거리 고기를 넣던가 안되면 소세지를 넣어야지...

기름이 위에 덮여서 걷어내야하네요.

허헐~

걷어내고 걷어내면
맑은 국물이 나올까요?

그렇게 믿어야죠.

오늘 듣는 노래는...
레너드 스키너드의
Tuesday's gone.

좋은 날씨네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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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당신을 사람들은 바보라고 말하죠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라]는 유명한 말 때문에요.
그 이야기 진짜 당신이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당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당신처럼
아침마다 파티쉐가 만들어주는
빵을 먹을 수 있었겠어요?
푸른 피가 흐르는 귀족이나 신의 도움으로 사는
성직자들이나 그 반열에 있었겠지.
그 흉흉한 기근에 말이죠.

그렇다고 당신 이야기가 전적으로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아마 당신은 아침에 갓 구운 빵이나 케잌을 먹을 수
있었겠지만  나한테는 냉장고라는 게 있거든요.

아침에 정말 먹을 게 없더군요.
꽁꽁 얼어있는 케잌 한 조각을 대신 먹고 나왔습니다.

결국,
당신의 말은 방법론 상으로는
옳긴 하지만 포인트와
대화대상이 잘못 되었다는거죠.

21세기 독신남에게나 할 말을
19세기 민중들에게 했으니
목이 잘리는 건 당연했다고 봐요.

하긴 이 시대에 태어났어도
당신은 비난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

좀 더 좋은 시대에, 같은 동네에서 태어났더라면
어디 맛집기행이라도 같이 다녔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요약: 와플 수행 100일이 끝나자 먹을게 막막하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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