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맛

작은 방 한담 2009. 8. 26. 13:48
1.
어젯밤
후배 하나가 결혼한다며 족발을 사줬습니다. 장충동에서 먹자더군요. (여성입니다.)
만화에서도 나온 그 집을 갔습니다.

족발은 족발이지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듯이.
맛이 없었다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족발은 족발이더라구요.

한 달 쯤 전에 지인들과 함께 돼지다리 하나로 집안을 일으켜 세웠다는
전설의 양재족발을 먹으러 갔던 적이 있었지요.
(예, 동네 골목 하나를 족발집이 분점으로 다 채운...말 그대로 족발로 흥한 가문입니다)

거기도 맛이 없진 않았어요.
장충동 족발이 족발 고유의 맛이라면 양재족발은 좀 더 부드럽달까요.

그런데 뭔가 개운치 않았던 그 느낌.
후배하고 이야기하다가 결국 그게 뭔지 알아냈죠.
어릴 적 시장통 싸구려 족발집에서 길들여진 우리의 입맛에는
카라멜향이 들어간 조악한 족발향이 어린시절의 기억과 함께 잔향으로 남아있던 것이죠.

H: 우리가 만약 나중에 족발집을 낸다면 광고를 이렇게 하자.
N: 어떻게요.
H: [우리는 일본 모리나가에서 직수입한 카라멜을 녹여서 족발에 넣습니다!]
N: 그거 좋은데.


2.
족발골목 건너편에는 유명한 과자점 [태극당]이 있습니다.
아이스 모나카를 만드는 곳이죠.
같이 간 후배 한 녀석이
"예전에 할머니 계실 때 저기서 이따시만한 모나카를 사서 같이 나눠먹은 적이 있다"는 말에 혹해
한 번 들어가 봤습니다.

서울촌놈인지라 태극당은 처음 들어가 봤습니다.
정말 과거의 향취가 물씬 나는 인테리어의 판매장이더군요.
모나카를 입에 문 김두한과 시라소니가 튀어나올 것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스모나카만 있고 팥이 들어간 모나카는 없네요.
이젠 안 만든답니다. 후배는 좀 섭섭해 했어요.
저도 덩달아 하나 사 먹어 보려다가
그냥 샹들리에만 쳐다보고 나왔습니다.


3.
지금 다시 먹으라면 아마 덤덤하거나 먹지 않을 것이라도
생각때문에 다시 찾게 되는 맛들이 있지요.

저도 하나 있습니다. 예전 [독일빵집]에서 나왔던
초코렛이 위에 코팅되어 호일박스에 담아져 나오던 케잌도 아닌 빵도 아닌 빵.
지금은 가정주부들도 오븐에서 잘 안 굽는 종류의 빵일테죠.
하지만 그 맛은 혀 끝에 맴돌고 질감도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랫동안 남아있는 대물림 식당들을 찾는 걸까요?

미각이라는 것은
단순히 혀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추억에서부터 나오는 것일지도 몰라요.




p.s 1)
2시간 전, 후배가 어머니와 통화하더니 이렇게 말해줍니다.






"형, 내가 먹은 모나카는 미아리에 있는 [태극당]거였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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