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1.06.26 비오는 날의 결혼식 4
  2. 2011.05.31 마지막 친구의 청첩장 4
  3. 2011.04.29 섬나라 왕자 결혼식 3
  4. 2011.03.31 혼사 6
  5. 2010.12.06 배우자 & 교회 & 부모님 6
  6. 2010.05.01 결혼할 때&장례식 때 2
  7. 2008.11.13 결혼 3
10년이 넘게 알아왔던 전 직장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말이 10년이지, 강산이 변했다.
그리고 그 직장 이후에도 나는 다른 직장이 몇 개 더 있었다. 말이 첫 직장이지 정이라고는 별반 남아있지 않은 회사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친구하고는 계속 연락이 닿았더랬다. 그 중에 나는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하고
그 친구는 그 와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나름대로 정신없이 살아온 중년의 삶이었다.

태풍이 휘몰아치는 일요일 오후, 처음 가보는 결혼식장에 들러서 친구의 결혼식을 축하해주고 왔다.
하객들은 죄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 내가 모르는 친구들. 아마 지금 있는 직장의 동료들이겠지.

기실, 그 직장을 떠난 뒤에 그 친구를 본 것은 너댓번에 지나지 않는다.
10년 간 너댓 번. 우정이 남아있을 수 있는 횟수랴
그런데 우정은 남아있었고
어느 날 말 없이 던져주는 청첩장에도
당연히 가야겠다는 맘이 드는 사람이었다.

그걸 보면,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에는 시간도, 횟수도, 방법도 중요한 것이 아님이더라.
한 번 보고도 그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불원천리 마다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고
매일 본다 하더라도 옆에서 죽어 나자빠지는 걸 본 들 119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가 버릴수 있는 게
또한 사람의 정이더라.

나는 의리가 돈독한 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매몰찬 이도 아니지만
사람마다 그 깊이와 관계하는 정리가 다름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는구나.

가정까지 생겼으니 내 이제 그 친구를 남은 일생에 몇번이나 보게 될까.
아마 지난 10년간 본 횟수만큼 더 볼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라고 여기고 있으니 인연이라는 것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묘한 게 있을까.

남아있는 자는 어김없이 남아있고
떠날 사람은 붙잡아도 떠나가는 것이 인생.

잘 살기를 바래 마지 않는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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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일하게
고등학교가 아닌 사회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인간이
저녁에 갑자기 만나자는 연락을 보냈다.

멀리 나가기 싫어서 근처 삼계탕집에서 보았다.
불원천리 마다 않고 달려와서 봉투 하나를 건넨다. 청첩장.
남은 한 번 갔다가 다시 끝내고 그 과정을 잊을 때 쯤 되어서 장가를 가는구나.

"좋으냐."

"아니."

"뭔 소리냐. 아가씨 보면 좋지 않으냐."

"좋기야 하지. 하지만 예전같지는 않다."

"그러냐."

"우린 나이를 먹었잖아."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자식이 있으니 회사를 다니고 돈을 벌고 가정의 평범한 일상의 바퀴를 굴리고 그렇게 조금씩 나이를 먹는다. 아니, 그렇게 살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나이를 먹었다.

뭐하는지를 묻는다.
이래저래 갈 길을 잡는 중이라고 했다. 기실, 나는 수많은 장애물과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한 치 앞을 안 보여주는 미래라는 놈을 없애고 싶은 마음 간절하건만, 그 녀석은 나를 보는 눈이 또 다르다.

"난 말이야. 때가 되면 말이지. 아무도 없는 섬에 내려가서 펜션을 하고 싶다. 정말이야.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펜션을 하고 싶어. 가끔 들르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싶어. 그냥 바다를 보고 싶다. 아는사람 없는 곳으로 가서."

한 잔 반주에 말문을 연다. 자를 사람이 없는 회사에 다니는 녀석이 얼마나 사람에게 치였으면 저런 말을 하는 가 싶다. 나도 한 때 몸 담았던 곳이다. 그 녀석이 받는 돈은 부럽지만 그 삶은 추억하고 싶지도 않은 곳이다. 힘들것이다. 힘들거야. 장가갈 생각을 하니 더 암담하겠지. 앞으로도 십몇년을 그 곳에 시간을 묻어야 할 테니까. 장래가 보장되지 않은 사람이 장래가 보장되어 있는 사람을 걱정하고, 장가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무덤덤하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받아들인다. 인생은 감동을 뺏아간다. 우리는 더이상 청춘이 아님을 실감한다.

"일단 장가가면 애부터 낳아라."

"필요하냐?"

"내 경험으로는 필요하더라."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그 녀석은 결혼식날 보자며 총총히 개찰구로 사라지고, 나는 다시 젖은 지하철 계단을 올라와 집까지 터덜거리며 돌아갔다. 내가 편한 것인가 그 녀석이 행복한 것인가. 둘 다 아니겠지.
그래도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유일하게 
직장에서 서로 우울하게 보냈던 청춘의 기억을 나눈 사내인데.

아무쪼록 순탄한 미래가 두 사람 앞에 열리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결혼 축하한다 친구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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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왕자의 아들인 윌리엄이 결혼을 했단다. 자식, 결혼 되게 하고 싶었나보네.

윌리엄의 아버지 찰스가 다이애나 스펜서랑 결혼하는 걸 본 게 내가 초등학생 시절이었으니
세월이 참 많이 갔구나. 나름대로 영국의 관광산업이니까 내 뭐라고 할 도리는 아니다만...

찻잎에 세금 매기는 거 싫다고 죽네사네 싸움질해 놓고
워싱턴이니 제퍼슨이니 프랭클린이니 하는 인물들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인의 하나로 만들려고 애쓰는 미국아해들이 왜 저렇게 지들의 과거 독립의 근원이었던 영국왕실에 목매어서 좋아하는지 참 알 도리가 없다.

만세일계를 주장하는 옆 섬나라 일본 왕이 재혼을 하던 중혼을 하건 파혼을 하건 이혼을 하건 불륜을 하건
우리는 놀고 자빠졌네로 일관하는 것과는 다르게 참 이해불가한 모습이라고 하겠다. 미국에 본사를 둔 뉴스회사 CNN도 잘 들어보면 영국식 악센트를 주장하고, 영국 악센트가 들어가면 뭔가 품위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지 다들 아웅아웅 몰라몰라 비비적비비적 거리는 미국녀석들 보면...역시 결론은 하나.


역사가 짧으면 열등감이 생기게 되어 있는 모양이다.
후대에 늘어놓을 스토리가 없고, 후손에게 전해 줄 가치가 부족한 걸까.

우리야 일본애들 역사를 부도수표쯤으로 생각하니 그네들이 황제니 왕이네 뭐니 깝죽대도
너희들은 우리에게 조몬토기 받아간 놈들 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그건 그런데 하여간...

같은 하늘아래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도
결혼하는 떠들석함 자체가 다르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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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사

작은 방 한담 2011. 3. 31. 22:22
슬슬 혼사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저런 기타 상황도 중요하지만 일단 부모님은 결혼이 급선무라고 생각들을 하시는 것 같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정작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화투목도 사 놓지 않았는데 밑장빼기를 하라는 말로 들리니 어찌한단 말인가.

대한민국에서 인생사를 홀로 결정하는 문제란 참으로 힘들다.
사람을 만나고 겪고 헤어지는 문제는 나이가 아무리 들고 경험이 아무리 많아도
늘 초심자가 될 수 밖에 없는 문제다.
주머니에서 물건꺼내듯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말이다.

혼자 사는게 가끔은, 아니 종종 귀찮을 때가 있다.
밥도 혼자 해 먹고 청소도 혼자 하고, 아프면 끙끙대고 하는 게 귀찮긴 하다.
그렇다고 냉엄히 생각해보면 둘이 된다 하더라도 저건 내가 다 할 일이다.

결혼하면 밥을 내가 해 먹지않아도 된다고 믿는 부모님들에게 이리저리 설명을 하기도 귀찮을 지경이다.
결혼하면 살이 찔거라고 믿는 부모님들에게 뭐라고 설명을 할 수도 없고
결혼하면 뭔가 안정될 거라고 믿는 것에 대해서 쌍지팡이 짚고 나설 수도 없다.
가진 게 많으면 고민은 늘어날 뿐.

그리고 무엇보다 맘에 드는 처자와는 연분도 안 이어질 뿐더러
이어질만한 연결고리도 없다. 결국은 내가 어디 나가서 껄덕대야 한다는 이야긴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하는 인간 하나가 그 꼴을 하고 돌아다니던 기억이 있어서
별반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솔직히 난 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하고 결혼이라는 단어와는 접점이 없다는 것을.
 
소개받을 사람들은 많단다.
경험상 뭐 하나 어울린 적 없었고,
인생 유일하게 내가 진상 갑(甲)질을 해 대는 게 선자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에도 눈 감고 그냥 해 버릴까.
대충 성격 좋아 보이면.
아, 천만에.
난 내 분별력을 믿지 않는다.
사람들의 평판도 믿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도 이젠 잘 안 믿는다.

가만히 써 놓고 보니
한 두개 문제가 아닌 총체적인 부실이로세. 후쿠시마 원전의 연애판이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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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밥먹다가 갑자기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결혼은 무슨, 우물가에서 숭늉찾는 것도 아니고.
하여간 나이를 먹으면 부모님 비위를 맞춰주는 것 또한 자식의 의무.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결국 종교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무리 널널하게 산다고 쳐도 우리 집안은 100년 가업 3대가 기독교를 믿고 있고 내 조카까지 합하면 4대째 명실공히 한 세기를 기독교를 집안의 가풍으로 삼고 살아온 가문이다. 나도 아무리 날라리로 산다쳐도 교인인 건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 결국 종교이야기와 결혼할 여자의 종교 이야기가 나왔다.
(참 웃기는 이야기다. 사람도 없는데)

나 : 난 교회 다니는 여자랑 결혼 안 할랍니다.
어머니: 왜
나 : 별로 정이 안 가요. 
어머니: 그래도 교회 다니는 사람이 낫지

가만히 듣고 있던 아버지가 갑자기 툭 던진 한마디

아버지: 사실 교회 다니는 애들이 깍쟁이긴 하지.
나: ?
아버지: 솔직히 나부터가 깍쟁인데 교회다니는 것들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냐. 너희엄마가 특이한 거야. 
           그냥 너 좋은 사람하고 해라
어머니: 그래두 그게 아닌데... (' ')

어머니는 못내 아쉬운 척. 하지만 결국은 아버지의 아내칭찬이니 슬쩍 넘어가셨다.

교회 다니는 사람하고 결혼하라는 것도 고집이고, 꼭 안 다니는 사람하고 하겠다는 것도 고집이다. 그걸 모를까.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그냥 사람들이 모여 앉아 허탄한 희망을 나누는 것이겠지. 나야 불교도가 오던 천주교도가 오던 무슬림이 오던 상관은 안 하겠지만 설사 기독교인이랑 연분이 맞는다고 해도 별 말은 안 해야겠다. 그게 주님의 뜻이겠지. 아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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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추억록에서 [나]란 존재를 백지처럼 여기다가

갑자기 삶에 저 두가지 이벤트가 발생하게 되면
내 이름이 찬란한 황금문자로 박혀서 추억록 가운데 떡 박히게 되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나 장가간다. 오빠 나 결혼해요
이런 문자+전화가 온다.

'근데 젠장 넌 대체 누구세요?' 라고 할 수도 없고 보통 그런 문자나 전화는 좋게좋게 말하고 끊지만
기분 찜찜한 건 별 수 없다. 먼지가 켜켜이 쌓인 추억의 귀통이에 박힌 존재에 불과한 나를 어느 날
현실세계에서 만나려고 하는 것은 단 하나, 봉투나 받으려는 짓거리라고 밖에 확대해석할 수 없다.
(이럴 때 얼굴이나 보자...는건 거짓말임. 친하지 않은 놈들은 사진 안 찍고 밥먹으러 가고 눈도장 찍어봤자 결혼식 당일날은 삐에로 분장을 하고 가도 결혼 당사자는 기억하지 못한다.)

가끔 이런 전화 오면 그런 생각만이 든다.
"세상에 친구라는 귀한 명사를 참 걸레처럼 쓰는 것들이 있구나."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가지 않는다. 어차피 갔다오면 자기들 삶에 매몰될 놈들이니.

2.
하지만 두번째 경우는 좀 망설여진다.
결혼이야 지 좋은 맛에 했다쳐도 장례를 누가 좋아서 치루는 놈이 있을 것이며

결혼식때 룰루랄라 아 이놈은 그래도 나랑 연분이 있지 하고 심심풀이 청첩장 날리는 수준하고
장례식 때 머리속이 텅 빌때 아, 이녀석은 그래도 내 친구니까 와줄거야 하고 연락하는 것은
엄밀하게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가게 된다.
어느 순간 기억의 회로에 불이 다시 들어와서 과거에 묻어뒀던 내 이름에 조명이 들어왔다 할지라도
누군가 막막할 때 부르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나름대로 자랑스러운 일 아닌가.
최소한 친구는 아니라 지인, 면식일지언정 그 정도면 내가 잘 처신했구나 싶은 것이다.

물론,
전화 건 놈이 누군지조차 모를 경우나
내 연적이었거나 기분 나쁘게 깨진 전직 여친이라던가
가문의 원수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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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작은 방 한담 2008. 11. 13. 11:45
동생이 결혼을 하는데
정작 뭔가 해줄만한 돈이 없음.

-.-a

솔직히 지금 내 처지가 일가친척 걱정해 줄만큼 오지랖을 넓게 잡을 상황이 아니긴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동생인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겠군

그래도 나 결혼할 때 싼값으로 TV라도 동생에게 받았는데
이번에는 뭘 해줘야 하지.

이럴 때는 어디 아마존 원시부족으로 태어났으면 좋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혼수감으로 내 발품 팔아가지고 생선 꾸러미나 나무열매 같은 거 가져다주면
얼마나 훈훈하고 좋아?
돈없는 사회가 최고야.

그나저나
2008년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대낭패의 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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