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사

작은 방 한담 2011. 3. 31. 22:22
슬슬 혼사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저런 기타 상황도 중요하지만 일단 부모님은 결혼이 급선무라고 생각들을 하시는 것 같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정작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화투목도 사 놓지 않았는데 밑장빼기를 하라는 말로 들리니 어찌한단 말인가.

대한민국에서 인생사를 홀로 결정하는 문제란 참으로 힘들다.
사람을 만나고 겪고 헤어지는 문제는 나이가 아무리 들고 경험이 아무리 많아도
늘 초심자가 될 수 밖에 없는 문제다.
주머니에서 물건꺼내듯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말이다.

혼자 사는게 가끔은, 아니 종종 귀찮을 때가 있다.
밥도 혼자 해 먹고 청소도 혼자 하고, 아프면 끙끙대고 하는 게 귀찮긴 하다.
그렇다고 냉엄히 생각해보면 둘이 된다 하더라도 저건 내가 다 할 일이다.

결혼하면 밥을 내가 해 먹지않아도 된다고 믿는 부모님들에게 이리저리 설명을 하기도 귀찮을 지경이다.
결혼하면 살이 찔거라고 믿는 부모님들에게 뭐라고 설명을 할 수도 없고
결혼하면 뭔가 안정될 거라고 믿는 것에 대해서 쌍지팡이 짚고 나설 수도 없다.
가진 게 많으면 고민은 늘어날 뿐.

그리고 무엇보다 맘에 드는 처자와는 연분도 안 이어질 뿐더러
이어질만한 연결고리도 없다. 결국은 내가 어디 나가서 껄덕대야 한다는 이야긴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하는 인간 하나가 그 꼴을 하고 돌아다니던 기억이 있어서
별반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솔직히 난 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하고 결혼이라는 단어와는 접점이 없다는 것을.
 
소개받을 사람들은 많단다.
경험상 뭐 하나 어울린 적 없었고,
인생 유일하게 내가 진상 갑(甲)질을 해 대는 게 선자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에도 눈 감고 그냥 해 버릴까.
대충 성격 좋아 보이면.
아, 천만에.
난 내 분별력을 믿지 않는다.
사람들의 평판도 믿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도 이젠 잘 안 믿는다.

가만히 써 놓고 보니
한 두개 문제가 아닌 총체적인 부실이로세. 후쿠시마 원전의 연애판이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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