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망(春望) - 두보

見.聽,感 2011. 11. 22. 20:21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 : 나라는 망했지만 산천은 남아서
성춘초목심(城春草木深) : 성에는 봄이 와 초목이 무성하네

감시화천루(感時花濺淚):  때가 어지러워 꽃을 봐도 눈물이 나고
한별조경심(恨別鳥驚心):  이별의 한에 새소리에도 가슴이 놀라네

봉화연삼월(烽火連三月): 봉화는 석달이나 계속 오르는데
가서저만금(家書抵萬金): 집에서 오는 편지는 만금보다 귀하구나

백두소경단(白頭搔更短): 흰 머리는 빗을수록 짧아져
혹욕불승잠(渾欲不勝簪): 이제는 비녀를 꽃을데도 없어라.


두보의 전란시.

한문학자들에 따르면 첫 두 구는 그냥 감회를 적은 글귀가 아니라
사람들이 다 죽어서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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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月正當三十日(삼월정당삼십일) : 삼월하고 딱 맞는 삼십일인데

風光別我苦吟身(풍광별아고음신) : 풍광은 외로운 날 떠나는구나 

共君今夜不須睡(공군금야부수수) : 오늘 밤은 그대와 밤을 새려네

未到曉鍾猶是春(미도효종유시춘) : 종 울리기 전에는 아직 봄이니



봄은 오긴 온 것이며
가기는 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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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錢無錢俱可憐(유전무전구가련) : 돈이 있건 돈이 없건 모두가 가련하나니
百年驟過如流川(백년취과여유천) : 백년 인생 흐르는 물처럼 지나가누나
平生心事消散盡(평생심사소산진) : 평생의 마음 둔 일 모두 흩어버려라
天上白日悠悠懸(천상백일유유현) : 하늘의 흰 해는 유유히 빛나나니



당나라 시인 노동이 쓴 탄작일(歎昨日)이라는 시의 후렴이다.
어제를 한탄한다는 말이다.

시인은 무엇을 경험했을까. 


어제 일이 오늘로 이어지건 오늘 일이 내일로 이어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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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雪夜)

見.聽,感 2010. 1. 5. 00:59
백설화묵빙(白雪化墨氷)
범세사제여(凡世事諸如)
청군기행보(請君夔行步)
모로무한등(暮路無寒燈)


흰 눈이 검은 얼음이 되나니
대저 세상 일이 이와 같구나
청컨대 그대여 조심해 걸으라
저무는 길에 외로운 등 하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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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화간일호주 독작무상친): 꽃 사이에 한 동이 술을  친구 없이 마시네.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거배요명월 대영성삼인): 잔 들어 달 부르고 그림자를 보니 셋이라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월기부해음 영도수아신): 달은 본래 마시지 못하고 그림자만 나를 따르는구나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잠반월장영 항낙수급춘): 잠시 달과 그림자 벗하니 이  봄을 즐겨보려나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아가월배회 아무영령난): 내 노래에 달이 따르고 내 춤추면 그림자도 춤추니
醒時同交歡 醉后各分散 (성시동교환 취후각분산): 깨어서는 함께 즐기고 취한 뒤에는 각자 흩어지도다
永結無情游 相期邈雲漢 (영결무정유 상기막운한): 영원히 사귐을 맺어 저 먼 은하에서 서로 만나세



술도 취해서 저정도 경지에 이르면 가히 신선. 그래서 이태백이 주선(酒仙)이런가.

본래 술을 잘 못하는지라 많이 먹으면 속이 불쾌해지는 스타일이라 아마 난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는 못 될 듯.


 참고로 여흥삼아
 - 소시민 삼국지 천하통일기 -
 * 술마시는 능력 하나와 스토킹 하나로 천하를 통일하는 소시민의 이야기.
http://mlbpark.donga.com/bbs/view.php?bbs=mpark_bbs_bullpen09&idx=30756&cpage=5&s_work=&select=&keyword

원본이 joysf였는데 원본은 날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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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송무관 가는 도중 길위에서  -金克己(김극기)

去家才一月(거가재일월) : 집 떠난 지 이제 겨우 한 달
茫若隔三年(망약격삼년) : 삼 년 지난 것처럼 아득하구나
客路天低處(객노천저처) : 나그네 갈 곳, 하늘 나직한 저 곳인데
鄕心日出邊(향심일출변) : 그리운 고향은 해 돋는 그 곳이네
病妻應自苦(병처응자고) : 병들은 아내는 고생할 것 뻔하고
嬌子有誰憐(교자유수련) : 어여쁜 자식은 누가 있어 보살피랴
學道元無累(학도원무루) : 배운 것 원래 죄가 아니건만
今朝忽慘然(금조홀참연) : 오늘 아침 갑자기 처량해진다


* 고려시대 문신 김극기는 입을 열면 바로 시가된다 할 정도로 문장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그런 그를 조정에서는 계속 불렀는데 한사코 사양하며 벼슬을 하지 않았으나
  나중에 왕이 계속 불러대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벼슬을 하러 갔다.

 그리고는 금나라에 사신을 가게 되었고
 이 시는 그 가운데 나온 시일것이라 추정.

 시에 흐르는 정서를 보면
 별반 가고 싶어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시인의 예감은 적중했으니
그는 금나라 사신으로 다녀온 지 얼마 안 되 병약해져 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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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與月相期(본여월상기) : 본래 달과 같이 함을 항상 기약하는데
見月心還歇(견월심환헐) : 달을 보니 내 마음 도리어 담담하구나
我自無怨情(아자무원정) : 나는 달을 원망하는 마음 없으나
未忍見秋月(미인견추월) : 차마 가을 달은 바라보지 못하겠네


*
口號(구호): 라는 말은 그냥 시 뒤에 붙여서 : ~ 를 읊다. 라는 표현으로 선현들이 쓰던 표현이다.
                 월출구호라는 것은 달 뜨는거 보고 지은 시라는 이야기.
                 달이 떠오른다 가자. 뭐 이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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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구-허채(許采)

見.聽,感 2009. 6. 26. 00:34


志士逢時少(지사봉시소) : 뜻있는 선비 때 만나기 어렵고

佳人薄命多(가인박명다) : 아름다운 여인은 박복한 운명이라

相看一歎息(상간일탄식) : 서로 바라보며 탄식 해보나

頭白奈何何(두백내하하) : 머리 희어지는 것을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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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명씨 -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언제 쓰여졌는지 모르는 이 시조는 참 애닳기 그지없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의 원조쯤 되는 것 아닌가?
상당히 오래 전에 씌여진 시조 같지만 누가 썼는지는 모르고
예전부터 시조 창가로도 널리 퍼졌던 듯 싶다.
정조 때 홍국영이 젊은 시절 건달패로 있을 적에
"나비야 청산가자"시조를 잘 불렀다는 야사도 있는 바, 그 전에 만들어진 시조일 것이다.

후일 우리 말인 시조를 한시로 바꾸는 7언악부로 바꾸는 풍조가 유행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신위라는 사람이 만든 [소악부 40수]에 이 노래가 한역되어 올라오기도 했다.

호접청산거(蝴蝶靑山去)

백호접여청산거(白蝴蝶汝靑山去)
흑접단비공입출(黑蝶團飛共入出)
행행일모화감숙(行行日暮花堪宿)
화박정시엽숙환(花薄情時葉宿還)

애절한 만큼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기를 줄지 않던 이 노래는
시대가 바뀐 뒤 김용임 씨에 의해 트로트로도 불러진 적이 있다.

(나븨이야~~~하는 노래 들어본 적 있으실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소설가 김진명씨의 정치 소설 제목으로도 쓰여진 이 시조는
참으로 유장하게 시대에 맞게 다양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


[나비야 청산가자]라는 이 일곱글자가 갖는 문자 속의 회한이라는 것이
우리네 삶을 정확하게 찔러대는 그 무언가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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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일 간략.

작은 방 한담 2009. 5. 22. 21:05

예전 권필이 썼던 시조의 한 구절을 다시 재탕하는 것으로 그냥 마무리.

百年身事每如此:백년신사매여차
일평생 내 일이 매양 이렇지

* 생활이 개그화되어가고 있어...*


나는 내 인생의 무게가 굉장히 무겁다고 생각했었고,
때로는 그 무게가 필요이상으로 과중하다고 느끼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새털처럼 가볍기만 하고

어쩌면 내 인생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저녁 국거리반찬 정도밖에, 혹은 그 값어치 이하의 경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누군가 생각하기에
내 인생이 자기가 감당할 정도의 무게를 지녔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하고 엮이겠지.

뭐,
그런거 아니겠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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