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명씨 -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언제 쓰여졌는지 모르는 이 시조는 참 애닳기 그지없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의 원조쯤 되는 것 아닌가?
상당히 오래 전에 씌여진 시조 같지만 누가 썼는지는 모르고
예전부터 시조 창가로도 널리 퍼졌던 듯 싶다.
정조 때 홍국영이 젊은 시절 건달패로 있을 적에
"나비야 청산가자"시조를 잘 불렀다는 야사도 있는 바, 그 전에 만들어진 시조일 것이다.

후일 우리 말인 시조를 한시로 바꾸는 7언악부로 바꾸는 풍조가 유행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신위라는 사람이 만든 [소악부 40수]에 이 노래가 한역되어 올라오기도 했다.

호접청산거(蝴蝶靑山去)

백호접여청산거(白蝴蝶汝靑山去)
흑접단비공입출(黑蝶團飛共入出)
행행일모화감숙(行行日暮花堪宿)
화박정시엽숙환(花薄情時葉宿還)

애절한 만큼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기를 줄지 않던 이 노래는
시대가 바뀐 뒤 김용임 씨에 의해 트로트로도 불러진 적이 있다.

(나븨이야~~~하는 노래 들어본 적 있으실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소설가 김진명씨의 정치 소설 제목으로도 쓰여진 이 시조는
참으로 유장하게 시대에 맞게 다양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


[나비야 청산가자]라는 이 일곱글자가 갖는 문자 속의 회한이라는 것이
우리네 삶을 정확하게 찔러대는 그 무언가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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