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해당되는 글 218건

  1. 2012.01.14 순환관계 2
  2. 2011.12.27 만나고 떠나고 남겨지고 2
  3. 2011.12.16 머리털 & 사는 이야기 10
  4. 2011.08.05 후회란 언제해도 재수없는 것 2
  5. 2011.08.02 7전8전
  6. 2011.07.24 자신감 & 근성
  7. 2011.06.28 경력이라 2
  8. 2011.06.20 동생이 아프다 8
  9. 2011.06.14 살이 찌려는가! 6
  10. 2011.04.22 도와주세요 2

순환관계

투덜투덜 2012. 1. 14. 20:37
나는 나에게 관심 있는 여자를 별반 좋아하지 않는다 ---> 나는 내가 관심있어하는 여자에게만 끌린다 ---> 그 여자는 내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내가 좋아한다 ---> 내가 끌린다고 해도 여자는 나에게 관심이 없다 --> 내가 관심을 보인다 ---> 여자는 관심이 없다 ---> 관심이 없는 여자기 때문에 내가 관심을 가져봤자 별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 내게 관심없는 여자가 내게서 멀어진다 ---> 애초에 내게 관심이 없던 여자가 사라졌기 때문에 여자가 사라진 것으로 인해 실제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  혼자 있게 된다 ---> 여자에게 관심을 갖는다 ---> 나는 나에게 관심있는 여자를 별반 좋아하지 않는다 ---> 나는 내가 관심있어하는 여자에게만 끌린다



이거 뭐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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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 게 어차피 기나긴 인생의 항로를 항해하는 여행자의 신분이라는 것일진대

오고가며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자기를 보여주고 타인을 보면서 살게 될 것이다.
회자정리. 어차피 언제건 만난 사람들은 다시 헤어지기 마련인데
되도록이면 서로 흩어지면서 나쁜 그림자는 남겨두지 말아야겠다.

그게 내 뜻으로 되는가. 내 탓만 있겠느냐 하면서 살아가고
잊어버리고 한다마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안 좋은 발자국 지워버리면서 살아야하지 않을까.

오랫만에 같이 놀던 사람 하나 만나서 그간의 이야기를 듣는데
왜 그리 사람 사는 마당에 거추장 스러운 꽁무니들이 그렇게나 많은지.
사람의 삶이라는 게 다 그러려니 하면서도 나 스스로가 찔려 반성한다.

차라리 쉽게 떠날 것이면 화사한 모습이나 보여주고 끝날 일이 찰나의 인연인 것인데.

소소한 연말의 회상이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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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면서 다른 사람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의기소침함이라는 것이 생긴다.

[사람들이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결핍],
그 결핍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 걱정에서 해방되어 타인과 같은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노력은 대단한 욕망이 따른다.
그리고 삶에 있어서 많은 결함과 단점들을 그 문제에 귀결시켜버리기도 한다.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저것만 가지고 있었으면 이런 일은 오지 않았을 것이야"부터 시작해서
"내가 지금 아무것도 안 되는 것은 저것 때문이야!"로  결론지어버리기도 한다. 일종의 우울증. 그리고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일수도 있다.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겠지만 나도 남들 못지 않게(?) 심각한 박탈감을 느끼는 요소들이 있다.

 
2.
나는 머리숱이 적다.
그리고 몇년 전부터 아예 대 놓고 적어지기 시작햇다.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한 건 가정사에 문제가 생기면서부터다. 당시에는 정말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로 빠졌다. 암에 걸리지 않았나 싶었을 정도였으니까. 문제는 빠진만큼 회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오히려 그날 이후 여세를 몰아 대머리 그날까지 가열차게 머리카락들이 가출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데 있다.

이거 정말 짜증스럽다. 아예 배코를 쳐 버리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두상이 이뻐야 좀 봐줄만한 것이다. 내 소싯적에 울지 않는다고 그냥 멀뚱멀뚱 놔두었단다. 움직이지 않고 허공만 보고 있으니 어찌 되었겠나. 뒤통수가 납작이지. 행여 지금이라도 애가 있는 집안이라면 애 잘때 열심히 머리를 둘려줘라. 그래야 대머리인자가 있어도 부모를 덜 원망한다. 각설하고, 하여간 점점 숱이 없어지는 꼬라지가 영 보기 싫어서 결국은 병원을 한 번 찾아보았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데 나름대로 방귀좀 뀐다는 대한민국의 모발시술 실력자 세명을 만나봤다.

첫번째 의사 : 일단 가격 불러주고, 맡기면 알아서 심어주겠단다. 나름대로 실력은 인정받는다.
두번째 의사 : 심지말란다. 모발 자체가 힘이 없으니 나중에 심은 부분 빼고는 다 없어질 것 같단다. 
세번째 의사: 약으로 현재 있는 부분을 지속시키고 모자란 부분을 심잔다.

세 사람 다 같은 스승아래에서 배웠다는데 말하는게 삼인삼색이다. 미칠 노릇이다. 내 머리털이 화수분도 아니고 함부로 쓱싹할 자원도 아닌데다가, 한 사람은 묻지마 시술, 한 사람은 하지마, 한 사람은 조건부. 그러면서 가격들은 거의 경차수준. 이 정도라면 사람이 허탈해진다.


3.
사실 개인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두고 움직인다. 그래서 두번째 의사의 말을 나는 가장 신뢰한다. 긍정은 세상을 이겨가는 힘이라지만, 실제 인생에서 해피엔딩은 동화에서밖에 더 있겠나. 다른 건 필요없고 내가 살아온 인생을 보면 안다. 긍정의 힘은 생명연장외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차피 빠질테니 그냥 멍하니 있자"라는 것도 못할 노릇 아닌가. 이것저것 생각해 봐도 남는 방법은 정력감퇴에 그렇게 좋다는 탈모억제제를 먹으면서 심던가. 아니면 배코로 치던가 둘 중 하나로 귀결될 것 같다.


4.
살면서 새삼스러운 것들을 부러워 한다. 알콜달콩 부인과 사는 삶을 부러워한다. 안정된 직장이 있는 삶을 부러워 한다. 머리카락이 줄어들지 않는 친구들을 부러워한다. 비염이 걸리지 않는 친구들을 부러워 한다. 잠을 잘 자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두통으로 고생하지 않는 친구를 부러워 하며, 소화가 잘 되는 친구들을 부러워 하며, 뭔가 어려운 일이 있어도 다시 웃을 수 있는 활력이 남아있는 친구들을 부러워 한다.

커다란 쓰나미가 아니라 잔 매에 서서히 무너지는 것 같은 때가 있다. 커다란 거 하나의 성공이 아니라 자잘한 거 여러개가 성공하는 삶을 꿈꾼 지도 오래되었다. 하지만 엎어치나 메치나 결과는 쓴 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는 과정이 대부분이다. 하긴 나만 그럴까? 모든 이들의 삶이라는 것이 타인에 대한 부러움과 자신에 대한 자학일텐데.

이제는 좀 벗어나고 싶다. 삶에 대해서 더 이상 고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가항력에 밀려서 표류하는 삶에 대해서 더 이상 한탄하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머리카락이 붙어있건 사라지건, 사람들이 주위에 있건 말건, 재물이 있거나 말거나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로와지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모든 삶에 대한 내 고민이 집착과욕망이라면 그 모든 것이 다 끊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삶이라는 것은 불타가 말한 것처럼 고집멸도의 방법 외에는 없는 듯 하다.
평안과 행복이라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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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이렇게 했으면 어떠했을까
저렇게 했으면 어떠했을까

결국 그런 생각의 실타래 끝에는 현재에 대한 낙심만 존재할 뿐이다.

흘러간 시간을 담아낼 수는 없는 것이다.
시간이라는 존재는 우리가 불완전하기에 영속되어 보이는 것일 뿐. 그곳에 구태여 얽매여 살아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해체되어야 할 요소들로 불안하게 조립되어 있는 물질에 불과하다. 시간이라는 것은 그것이 유지되는 기간에 불과할 뿐. 수직으로 밀집하여 쌓여있던 것들이 드넓은 공간으로 환원되어 날아간다고 생각해 볼 때, 우리는 시간의 불가역성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사유가 멈춘다고 존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그러니 후회는 그만.
그저 현재의 내 모습에 불쾌한 상상만을 더해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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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전8전

작은 방 한담 2011. 8. 2. 00:35
사람의 삶에 [성공]이라는 두 글자나 [성취]라는 단어를 자신의 일대기에 새겨넣을수 있는 사람이 과연 태어나서 몇이나 될 것인가 상상해본다. 내가 하는 일은 참으로 작은 일들인데 이 일에서도 그런 단어를 찾아내는 것이 힘들다. 뒤돌아 생각해 볼 때 사람의 입에 회자되는 그 많은 위인들과 기인들은 그들의 삶 이면에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 그들은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지 않았을 것 같다. 뒤돌아보기에는 참 힘들게 버텨낸 시간들이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뭔가 힘써서 내달리던 길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결승점에서 얻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한 낭패가 어디있을까?

가끔은 그런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하고, 내가 마지막까지 생을 달려갈 때 내 손에 한 줌 쥐어지는 것이 없을까봐 두려워한다.

아니, 그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내 삶의 종장에 가서야 그 가치를 입증받는 것이 더 두려울지도 모른다.
평생 일구고 열매를 맺어놓았는데 정작 열매는 따먹어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리는 농사꾼이라니. 참 불쌍해보이잖아. 

그래도 달려가는 것 외엔 길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젠 어디로 가야하나 하고 두리번거리게 된다. 이 길을 계속 가야하나. 아니면 뭐 다른 곳 더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있는가. 어차피 어디로 가던 넘어지는 것을 같을텐데.

인생은 7전8기가 아니라 7전8전,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기어서 가는 과정.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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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말한다.  젊은이들은 노력과 끈기가 부족하다고.
어른들이 늘 말하는 걸로 봐서 젊은이들은 늘 노력과 끈기가 부족하다가 어느 날 머리가 벗겨지고 정력이 떨어지면서부터 노력과 끈기가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노력이건 자신감이건 인간의 행동을 좌우하는 심리요소가 사람의 인생과 행보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중요한 일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감이 없는 남자는 여자가 좋아하지 않는다.
옳은 것만을 말하고 고아한 품성을 지닌 소심한 사내보다는
매일 돈이나 꾸러다니고 입에 거짓말을 달고 하는 대범한 남자를 여자들은 더 좋아한다.

(사실이다. 관찰자적 시각에서 충분히  목격한 바니까 토달지 마라. 네 주변에 다 그런 년놈들 밖에 없는거다고 말한다면 뭐, 나도 할 말은 없다. 내 비천한 환경을 욕하라)

노력과 자신감이라는 것은 누군가가 채워주지 않는다.
대신, 누군가가 빼앗아 가는 것이다.

정기충천하고 세상에 거칠 것 없는 남자도 딱 여자에게 열 번만 차이면 그 남자는 연애에 관한 한은 주눅이 들 수 밖에 없다. 노력도 마찬가지다. 내가 기를 쓰고 작업한 거 열 번만 리턴되서 들어오면 사람이 소심해지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환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게 사람이라는 동물이다.
짐승은 안 그럴까. 첫째 고양이가 다리를 다친 뒤에 새로 생긴 표정이 하나 있다. 고개를 죽 빼고 눈만 위로 떠 올린, 말 그대로 [불쌍해 보이는]표정을 가끔 짓곤 한다. 높은 곳에 올라가기 힘들다던가. 예전에 올라간 곳을 못 가던가 하면 그런 표정을 짓는거다. 최소한 스스로의 삶에 대해 과거를 느낄 수 있는 동물이라면 누구나 자신감과 노력의 상실이라는 짐을 지게 마련인 듯 하다.

결국 자신감와 끈기라는 것은 그러한 슬럼프를 벗어나는 것 외에도
꾸준히 자기자신에게 무언가 성취욕을 계속 심어줄 수 있는 것이 있어야 유지되거나 향상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된다. 고양이에게 계속 딸랑이를 흔들어주다가 마지막에 고양이가 잡도록 만드는 것처럼.

내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성취욕을 만족시키는 것도 하나의 훈련이 될 것 같다.
매일 실패하는 인생만큼 불쌍한 게 어디 있을까. 내가 노력하는 만큼의 효과가 나올 거라는 자기암시를 꾸준히 걸어줘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여자문제는 이거 쉽지 않네. 돈이나 많으면 술집 아가씨라도 꼬셔볼텐데 그것도 안되는 재정적 난망함이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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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이라

작은 방 한담 2011. 6. 28. 21:21
우리교회가 카페를 하나 한다.
나름대로 평수가 큰 곳이고 하루에 100명정도 들어간다. 근무시간이 빡빡하지도 않다.
그런데 그곳에서 매니저를 하나 찾는다고 연락이 왔다.

매니저라.
솔직히 내가 찾아서 문의를 하게 된 것도 아니고, 아는 분이 귀띔을 해서 한 번 물어봤다.
한 번 와 보란다.
어차피 글로 먹고 살기는 한계가 있는 법. 뭔가 금전적으로 융통이 될 사업을 하나 벌여야 할 당위성을 뼈저리게 느끼는데, 보수는 못 받는 한이 있더라고 한번 천천히 일을 배워볼까나 싶어서 그러마고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뭐...경력직을 원한단다. 한 몇년간 카페쪽에서 굴러먹던.

아, 그러시냐고. 그러고 그냥 커피 한 잔 얻어먹고 나왔다. 그나마 아는 분들이니까 그렇게 쉬엄쉬엄 이야기해주신 것 같다. 낯모르는 놈이 찾아갔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지.

대한민국은 세상 모두가 경력을 원한다.
그런데 그 경력은 맨 처음에 어디서부터 만들어지는 것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결국 이렇게 되면 자기 돈으로 자영업을 하는 데서 경력이 출발하는 수 밖에 없다.
아마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렇게 되자면 내 집이나 어떻게 빼야겠지. (팔리기나 하려나...원)

2.
사람들은 그래서 뭔가 보이는 자격을 원한다.
실생활에 아무런 필요가 없고, 실제로 현장에서도 필요없는 바리스타 자격증 같은 게 그래서 필요하다.
사람들은 뭔가 믿을만한 것을 원한다. 종이를 원하고 종이에 찍힌 도장을 원하는 법이다. 
사람들은 어린왕자의 사업가처럼 생각하고 가로등지기처럼 살아간다.

 그래서 커피교습을 받을 때 그런 말을 들었다.

"필요없지만 있으면 편합니다."

[필요없지만 편한] - 논리적으로 뭔가 이상한 명제가 현실로 돌아다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모양이다.
불편하지만 이게 어른들의 사는 방식인걸.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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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체육대회를 하고난 뒤 식중독에 걸려서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다.
원래 장도 안 좋고, 늘 야근을 하는 회사라서 몸이 더 축나면 축나지 좋아질 리 없는 처지인지라
솔직히 좀 걱정스럽다.

우리나라 굴지의 회사, 이 회사가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노인네들이 믿는 그 회사에 들어갔고
봉급도 잘 받고 그 덕에 결혼도 무사히 해서 자식도 두었건만, 이 녀석의 삶은 시간이 늘 모자라다.

내가 꿈나라를 헤멜 무렵 이 녀석은 아침 셔틀버스를 타고 경기도 남부의 회사본사까지 들어가고
내가 모든 일을 다 마치고 잘 준비를 할 때 쯤 되서야 회사 문을 나서서 버스를 탄다.
그 회사에 들어간 이상, 아마 적어도 지금부터 10년 이상은 더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이다.
자기 자식은 부모님에게 맡겨두고, 두 부부가 그렇게 살아간다. 돈은 그렇게 주니까.
그리고 토요일도 출근, 일이 있으면 일요일도 출근
회사에 일이 있으면 야근이야 예사.

그렇게 살다가 몸이 축나거나 어려워지면
회사는 한14박15일에서 한달짜리로 여행을 끊어준다고 한다.
그렇게 살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으니까, 이제는.

난 내 삶이 빈한하다고 여기지만 그렇다고 내 동생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부모님은 내 동생의 삶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내 삶을 '실패자'의 삶이라고 간주한다.
(아, 내가 오버하는 게 아니다. 우리 아버지는 쿨하시기 때문에 자식을 그냥 면전에서 실패자라고 부르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동생이 너무나도 불쌍하다.

내가 이렇게 나름대로 자유롭게 돈 없이 대충대충 살아가는 대신
내가 져야 할 가정의 짐을 내 동생이 대신 떠 안고 사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혼자 병원에 누워있겠지.
어린 조카년 때문에 아마 아무도 병원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가 있을까.

나 어릴 적엔
난 내 나이 마흔에 가까워지면
동생하고 둘이서 주말에는 어디 낚시나 다니면서
두런두런 돌아다니는 삶을 꿈꾸곤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세상은 그게 아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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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찌려는가!

투덜투덜 2011. 6. 14. 00:42
지난 주부터 갑자기 청바지가 타이트하게 느껴지는 것을 발견!

그리고 오늘 체중을 재 보았더니 60kg를 넘어선 것을 발견!

그리고 복부에 살이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오!

드디어 스트레스와 과도한 운동으로 빠졌던 살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 가는 것인가!
63kg 정도만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으나


곰곰히 지난 주의 식단을 복기해보니
일주일간 점심 닷새를 햄버거로 때웠다.
[수퍼사이즈 미]도 아니고...아랫배가 안 나오는게 이상한 노릇이지.

열심히 운동이나 다시 해서 저질지방이나 체내에서 추방해야겠다.

-.- 그런데 요즘은 운동 열심히 한들 뭐하나 싶기도 하다.
내 한 몸 가벼운 것은 좋은데 그냥 이 정도 선에서 만족하는게 낫겠구나 싶다.
더 열심히 하면 두통만 생기고...(목이 그리고 좋지 않은 상태인데...위빙과 더킹을 계속 하다보면 목을 삐끗해서 두통이 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무엇보다 해 봤자 보여줄 사람도 없잖아.

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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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세요

작은 방 한담 2011. 4. 22. 18:45
일을 보러 지하철 역을 걸어 올라가는 중이었다.

한 명의 사내가 입구 근처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멀끔한 신사복을 차려 입은 사내였다.
그 사내는 주저앉아 있었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마치 세마리 원숭이 조각중에 [보지 않는 원숭이]조각처럼,
얼굴을 거의 가린 채로 쭈그리고 앉아서 동상처럼 가만히 앉아있었다.
가까이 다가간 나는 넓적한 골판지 하나와
그 골판지에 휘갈겨 적은 글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도와주세요. 집이 없습니다]

골판지 옆에는 오백원짜리 동전이 하나 떨어져 있었다.


갑자기 가슴 한 구석이 찢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양복을 갖춰입은 사내를 보고 든 얄팍한 동지의식이었을까? 아니면 나도 곧 저럭게 급전직하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들어온 연민이었을까? 사내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고, 동전 자체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냥 얼굴을 가리고 싶다는생각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듯 보였다.  나는 그냥 멍하니 사내를 쳐다보고 있다가 돌아왔다.
동전도 없었다.
수많은 거지와 행려를 보면서 지나다녔고, 때로는 그때그때의 감회에 차서 동전 몇 푼 던져주는
의기양양함도 갖고는 있지만 나는 그 사내에게 아무것도 줄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야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가슴이 아팠는지

지금까지 구걸하던 사람들은 적나라한 타자(他者)의 모습이었는데,
그 사람은 그 상황이 안 되더라는 것이다. 그래, 그 얄궃은 양복 하나때문에 그런 것이다. 타자가 자신의 모습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감정을 겪은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그 사내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거라는걸
그제서야 나는 알았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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