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라

작은 방 한담 2011. 6. 28. 21:21
우리교회가 카페를 하나 한다.
나름대로 평수가 큰 곳이고 하루에 100명정도 들어간다. 근무시간이 빡빡하지도 않다.
그런데 그곳에서 매니저를 하나 찾는다고 연락이 왔다.

매니저라.
솔직히 내가 찾아서 문의를 하게 된 것도 아니고, 아는 분이 귀띔을 해서 한 번 물어봤다.
한 번 와 보란다.
어차피 글로 먹고 살기는 한계가 있는 법. 뭔가 금전적으로 융통이 될 사업을 하나 벌여야 할 당위성을 뼈저리게 느끼는데, 보수는 못 받는 한이 있더라고 한번 천천히 일을 배워볼까나 싶어서 그러마고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뭐...경력직을 원한단다. 한 몇년간 카페쪽에서 굴러먹던.

아, 그러시냐고. 그러고 그냥 커피 한 잔 얻어먹고 나왔다. 그나마 아는 분들이니까 그렇게 쉬엄쉬엄 이야기해주신 것 같다. 낯모르는 놈이 찾아갔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지.

대한민국은 세상 모두가 경력을 원한다.
그런데 그 경력은 맨 처음에 어디서부터 만들어지는 것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결국 이렇게 되면 자기 돈으로 자영업을 하는 데서 경력이 출발하는 수 밖에 없다.
아마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렇게 되자면 내 집이나 어떻게 빼야겠지. (팔리기나 하려나...원)

2.
사람들은 그래서 뭔가 보이는 자격을 원한다.
실생활에 아무런 필요가 없고, 실제로 현장에서도 필요없는 바리스타 자격증 같은 게 그래서 필요하다.
사람들은 뭔가 믿을만한 것을 원한다. 종이를 원하고 종이에 찍힌 도장을 원하는 법이다. 
사람들은 어린왕자의 사업가처럼 생각하고 가로등지기처럼 살아간다.

 그래서 커피교습을 받을 때 그런 말을 들었다.

"필요없지만 있으면 편합니다."

[필요없지만 편한] - 논리적으로 뭔가 이상한 명제가 현실로 돌아다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모양이다.
불편하지만 이게 어른들의 사는 방식인걸.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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