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12.02.17 읽고 또 읽자 2
  2. 2011.03.15 유년기의 끝 - 아서 C.클라크
  3. 2011.01.11 카탈로니아 찬가 - 조지 오웰 4
  4. 2011.01.11 소년 H - 세노오 갓파 6
  5. 2009.03.27 리처드3세 8
  6. 2009.03.20 이런 저런 3/20 7
  7. 2009.03.17 그 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3
  8. 2009.03.16 작은 책 한 권을 읽으며 2
  9. 2009.02.10 책지름 8
  10. 2009.02.03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 5
나이가 벌써 불혹이다.
나이를 숫자로만 먹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주둥이가 좁아진다. 그동안 계속 섭취하고 듣고 보고 읽은 것들을 그동안에는 조금씩이나마 밖으로 새 나가게 노력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계속 넣어두고 밖에 풀어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느껴진다.

누군가가 그랬다. 똥을 싸려거든 입으로 뭔가를 넣어서 압력으로 밀어내야 한다고. 지식과 사상도 마찬가지다. 계속 넣어서 무언가를 끄집어 내어야 한다. 머리가 굳어져서 생각이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되었거니"하는 얄팍한 교만함과 "피곤하니 그만 읽자"라는 자기합리화가 나이 먹은 뒤에도 학습을 계속하는 것을 방해한다.

눈이 안 보일 때까지 책을 읽고 또 읽어야 한다. 하다못해 도색잡지라도 봐야한다. 사람은 책을 보지 않으면 사고가 굳어지고 사고가 굳어지면 흔들리고 휩쓸려가거나, 모두가 햇볕을 바라볼 때 응달에서 혼자 끙끙거리는 고집불통이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뭘 보지.
독서가 안 땡기는 이 귀찮음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Posted by 荊軻
,


아서 C. 클라크는 이미 SF계에서는 누구도 넘보지 못할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분이긴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그 양반의 책을 거의 읽은 적이 없다. 나름대로 SF를 좋아한답시고 깝죽대놓고
정작 아시모프와 클라크의 저서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 양반의 책들이 이젠 책방에서 구하기 힘든 것도 그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어디서 모아야하나... 하여간 거장들의 SF를 다루는 시각은 결국 궁국의 시점에 가면 비슷해지는 것 같은데
수학의 궁극이 신학으로 이어지듯 SF의 사변적인 서술을 결국 우주의 생성과 그 가운에 있는 절대적인 존재. 혹은
신(神)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게 신인지. 다른 행성의 고등문명인지. 혹은 드래곤볼을 7개 모아주면 나오는 용인지 나메크인인지는 각 작가의 스토리텔링의 기법이지만 하여간 그렇게 귀결되는 듯 하다.

일전에도 인용했지만 어슐러 르 귄 여사는 SF작가, 혹은 저술가들은 문명사회에서 어떤 예언가나 천리안의 위치를 차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는 그냥 헛소리담는 이야기꾼일지도 모르지만 사람에 대한 탐구와 지식의 축적은 작가들로 하여금 일정수준 이상의 견해를 갖게 한다고 본다. 르 귄 여사도 그냥 자기는 이야기꾼에 불과하다고 겸손을 부렸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기존 문명사회가 작가들에게 갖는 경외감이라는 것이 그리 허황된 것은 아닌 듯 하다.
특히나 이 책이 1953년에 나왔다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뭔가 고리타분하고 현대에 와서는 맞지 않는 설정도 있지만서도 그 독창성이나 인간의 진보과정에 대한 성찰은 눈부시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역학은 나름대로 논리정연하다. 인간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만약 우리 말고 다른 종족이 외계에서 온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이 나가게 되는 길은 무엇일까?

이 책은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중간선상에서, 절대자의 복종과 자유의지의 중간선상에서, 개인과 집단의 중간선상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뭔가 뜬금없이 이어지는 미국식 드라마 전개나 속도감이 맥을 놓게 만들기도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SF가 아닌 존재에 대한 함의를 가득 담은 채 끝나게 된다.
 이쯤되면 굳이 장르를 논할 이유가 없다. 대부분의 명작들은 결국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각기 다른 필체와 어조로 탐구해 들어가는 과정을 갖게 되는 법이니까.

지금와서 말이지만, 
이 소설 일찍 읽은 양반들이 꽤나 많은 만화와 영화에서 오마쥬를 했구나 싶더라.

문체가 아니라
작가의 끊없는 사유와 탐구 속에서 빚어진 결과물을 부러워할 수 밖에 없는 책이랄까. 


Posted by 荊軻
,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건 크게 두 가지다.
책의 주된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었는데

그 첫째는 스페인 내전에서 조지오웰이 당한 부상이라는 게 나는 무슨 팔이나 어깨에 파편이라도 맞은 줄 알았는데 내 예상수준을 넘어서는 엄청난 중상이었다는 것이고
그 둘째는 총알이 넘나드는 사지에 남편이 자원해서 입대하고 타국 전쟁에 자원해서 나갔는데 사지까지 쫒아가서 후방에서 지원을 해 주는 부인의 든든한 내조(?)에 또한 놀랐다. 부창부수라더니, 확실히 그런 것이구나...

각설하고,

책의 제목처럼 카탈로니아를 찬양하기위해서 조지 오웰이 쓴 글은 아니다. 스페인 내전의 짧은 4개월동안 겪은 그의 전쟁수기, 시가전, 부상, 내전, 그 안의 내흥까지 엮어서 펴 낸 이 수기는 어떤 실패한 아나키스트들의 회환같은 것이 잔뜩 들어있는 내용이다.

혁명은 오직 진행될 때만 건강하고 장미향을 뿜어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완성되는 혁명은 금방 시들고, 건강함은 소진되어버린다. 어쩌면 인간이라는 동물의 본성은 탐욕과 착취여서, 이성이 갈구하는 이상향은 절대로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평등한 세상]은 우아하게 휘발되어 날아가는 불꽃과 비슷하다. 존재하지만 영속하지 못한다. 조지 오웰은 그것을 목도하는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며 행복해 하고 절망한다. 조지오웰은 프랑코의 독재가 스페인을 완벽하게 점령하지 못하고, 아직 스페인이 내전을 계속하고 있는 당시에 이 책을 펴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안에는 희망이 담겨져있다. 그리고 저항정신이 충만하다. 하지만 후대의 역사를 사는 우리는 안다. 
스페인 내전 후 스페인에는 무엇이 남겨졌는지를. 조지 오웰도 목격했으리라.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과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물음이 깊숙하게 뇌리를 간지럽혔다.


p.s) 소년 H 와 카탈로니아 찬가를 추천해주신login님게 감사를.


Posted by 荊軻
,

2시간만에 2권짜리 책을 완독하면서
왜 이 책을 이 늙은 나이에 읽었을까 싶었다.



2차대전 말기,
고베시에 살던 소년(저자)이 전쟁이라는 광기에 중독되어 사리분별을 잃어가는 국가에 살면서
어떻게 가족간의 유대를 지키며, 친구들과 어떻게 살아가고, 지역사회에 어떻게 적응하며
궁극적으로 자신을 어떻게 만들어가는 가에 대한 소설이다. 

저자의 집안배경은 좀 독특하다. 일본에도 몇 안되는 크리스챤 가정에서 태어났고,
항구도시 고베에 살면서 어릴 때부터 외국인들을 보면서 자라고
정치적으로 놀랄만큼 매서운 식견을 가진 아버지와 활달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래서 그가 보는 시선은 놀랄만큼 객관적이다. 동시에 이것은 황국신민을 표방하는 대다수 일본인들 사이에서
좋은 쪽으로만 작용하지 않았음도 소설을 보면서 느낄 수 있다. 
전쟁은 참혹하고, 가난은 사람을 무너지게 만든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안에서 문자향을 남발하는 [휴머니즘]을 넘어선
인간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좋은 책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지성을 자극하는 책이 있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유희를 제공하는 책이 있다.

그런데 그 중 드물게 [착한 책]들이 있다.
이 책은 착한 책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좋은 말, 쉬운 말만 써 있어서 착한 책이 아니라
쓴 사람의 마음이 묻어나는 책이 가끔 나오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유형이 아닌가 싶다.

20년 전의 나에게 읽히고 싶은 책.
그리고 아이들이 있다면, 그 부모에게 읽히고 싶은 책.
Posted by 荊軻
,

리처드3세

작은 방 한담 2009. 3. 27. 15:42

서고에 있는 세익스피어 전집에
[리처드2세]가 있었다.

음, 이게 이안 맥컬런 영감님이 열연했던 그 원작인가? 하고 보다보니
아닌데? 왕이 왜 이렇게 불쌍해?
하고 찬찬히 읽다보니 리처드2세더라.

그래서 어제 가이포크스를 사면서 같이 연극대본판 [리처드3세]를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아,
이런 걸 바로 [뼛속까지 악당]이라고 하는 것일게다.

외모와 내면과 말투까지 몽땅 악당이 지녀야할 덕목을 한 몸에 지니고 있는 자!
쌈질도 잘하고 싫어하는 여자까지 감언이설로 후리는 프로중의 프로.
(오, 이놈은 태어날 때부터 인생의 프로였나보다. 천생의 악당이라니. 내가 한 발언을 취소해야 하나?)

아침에 원두 드립하면서
와플을 구으면서
리처드3세가 하는 대사만 골라서 책을 보며 중얼중얼 거리는데

이걸 어째.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내 본심엔 역시 이런게 숨어있었나 봐
대사를 읊다가 전혀 없는 애드립으로 마구 웃어젖히던 도중
살짝 무서워져서 책을 덮었다.
 -0-

세익스피어는 정말 천재중의 천재인 듯.
나라도 인도(india)와 바꾸지 않는다.

p.s)bonjo형 말마따나
    확실히 독서에도 이승엽처럼 밀어치는 시즌이 있다.
    읽히기 시작할 때 몰아서 읽는게 최선.

Posted by 荊軻
,

1. 결혼에 대한 상대방과 나의 가치관을 맞추지 못한다면 참 곤란하다고 본다만
   이리저리 곤란한 게 그 뿐일까. 그냥 친구간의 관계에서도 곤란한게 한 둘이 아닌데.
   문제는 어느 정도의 포기와 어느 정도의 신뢰를 서로 갖느냐인데
   결국 파고들어 가다보면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예전 전공교수님이 갑자기 강의중에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여러분은 왜 결혼하려고 하는 겁니까? 공짜로 같이 자고 공짜로 밥 먹여주는 기회비용을 취득하려고
    하는 거 아니냔 말입니다. 대부분의 기저심리에는 그런 것이 존재한단 말이지!"
 
  강의시간에 순 남정네 뿐이었으니 한 말이셨을 게다.
  -.- 그때는 참 속물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 양반도 나름대로는 철학이 있었을 것이고
 가끔은 저런 [공짜의식]이라는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도 해 보곤 했다.
 가혹한 유물론적 결혼관이지만 세상이란 건 그런거니까.

 어쩌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는 것은 서로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같이 사는 법을 배우는 긴장과 긴장의 연속을 갖는 지루한 과정일지도.

...이런 생각을 하니 피곤하다.


2.
하지만 가끔 밀려드는 고독감이라는 것에 대해
교수님의 [기회비용적 측면]을 배제하고 생각해 보니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것은
[대화할 사람의 부재]라는 것이고
내가 말을 하고 싶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을 항상 불러내기 위해서 같이 살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고양이를 키우던 강아지를 키우던
일단 인간의 언어로 대화가 안 되면 그건 한계가 있는 거다.
외국인의 경우도 솔직히 비슷하게 생각한다.
내가 모국어처럼 멀티링구얼을 하지 못하는 한
언어의 함의를 전달못하는 제2외국어는 한계가 있다.

어느 날 기똥찬 번역기가 생겨서
세상 모든 언어의 뉘앙스까지 잡아주는 날이 온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겠지.

하지만 그런 때가 생긴다면
1번 문항의 마지막 구절과 같은 문제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동물 말 번역기를 사서 애완동물과 이야기하는 걸
훨씬 즐길지도 모르겠다.

나도 소라게가 말을 할 줄 알면
지금보다 훨씬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한다.
대체 이 자식은 같이 산지 3년이 지나도록
뭔 생각을 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고양이라면 와서 발바닥이라도 긁을텐데.

혼자 살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거다.
집에 오면 혀를 쓸 일이
맛을 보는 일 외에는 없다는 것.

3.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란
책밖에 없는 것이다.
책이라는 건 참 오묘한 물건이다.
읽다보면 누군가 말을 하는게 느껴진다.

세익스피어를 다시 사 볼까 생각 중이다.
리처드3세와 헨리5세. 헨리6세. 등등

한 사람의 손 끝으로 천 사람의 대화를
전혀 어색함 없이 풀어낸 이 영국인은
분명 천재였을것이다.

Posted by 荊軻
,


에이브88권 중에서 가장 읽기 힘든 책이었던 한스 페터 리히터의 [그 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는
이미 시중에 단행본으로 발간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굉장히 분량이 작은 소설인데 이 책을 읽는데 1주일이나 걸렸다.
[에이브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읽기 힘든 책] 중에 하나로 꼽히는 이유가 있다.
워낙에 거북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평범한 독일 중산층 가정의 아이로, 옆집 유대인 친구 프리드리히 슈나이더의 일생을
지켜보는 관조자로 나오는 소설이다. 시대적 배경은 나치스의 독일. 더 이상 부연설명이 필요없다.

이 책이 중학생 필독 서적으로 꼽혔다는데...아직까지 그런지는 모르겠다. 난 어릴 때 이 책을 읽을 엄두가
안 나던데. 나이가 지긋한 지금 읽어도 기분이 나빠지는 책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에이브의 2,3,4권은 거의 독자를 인간환멸의 테크트리를 타게 하는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2권 - 에릭 호가드의 조그만 물고기 : 2차대전 때 박살난 이태리의 거지 소년과 소녀 이야기
3권 -제임스 콜리어의 형님 :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편 아버지와 독립군 자식간의 대립, 결말은 정말 극악무도.
4권이 이 책, [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이다.

에이브를 기획한 이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이 시리즈 중에 독일작가가 쓴 나치스 시대의 글이 2편이 있다.
하나는 이 책이고, 또 하나는 독일 청년 징집병의 이야기  [아버지에게 4가지 질문을]이다.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국내의 전쟁도 아니고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참패를 한 국민이
이렇게 스스로의 참회록을 소설로 쓸 생각을 하다니. 뼈저린 반성이 아니라면 나오지 못할 글들이다.

거진 이 소설을 20년만에 읽었다. 
읽어야 할 때라고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이번 주 일요일에 잠시 서점을 들렸는데 화들짝 놀란 일이 하나 있었다.
[히틀러와 제3제국]에 관련된 책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와있더라.
너무나도 섬찟했다.

경고인가? 
출판인들은 어쩌면 뭔가 느끼는지도.
혹은 히틀러를 벤치마킹하자는 경영서적이었을지도.

어쨌건 지금 시기가 평범한 시대는 아닌 듯 하다.
Posted by 荊軻
,
마크C 헨리가 지은 [인문학 스터디]

미국 대학 교양교육 핵심과정에 대해서 간략하게 요약해 놓은 책이다.

150페이지도 안 되는 소책자.

그런데 번역가가 6명이 달라붙었음.

그냥 책 소개다.

그런데 그 책을 소개하기 전에 역자들이 써 놓은 권두언이
너무나도 치열하다. 한국 대학 내에서의 인문교육은 말 그대로
돈 잘 버는 집단에 가기 위해 거치는 발판 밑의 쿠션정도.
거기에 실망한 사람들이 모여서

"혼자 인문학 공부하려면 이런 것들 정도는 읽어라" 라고
써 둔 길잡이 책인 듯 하다.

역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축약해 놓은 건 뒷표지에 있더라

"지적균형감각은 교양교육을 받은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위대한 열매다"

아무리 보고 보고 봐도 늘 부족하기만한데
나이를 먹으니 아집까지 생겨서 참으로 성취는 난망하기 그지없고
읽을 책은 산더미처럼 늘어만가네.

 


Posted by 荊軻
,

책지름

작은 방 한담 2009. 2. 10. 11:28
1.

아르투로 페레즈 레베르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페인작가의 책. 예전부터 사고 싶었는데 지금에서야 산다.
[알라트리스테]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어서 그런지...이 사람의 글을 보면
시큼하고 더운 스페인 냄새가 나는 듯 하다.
(스페인을 여름에 잠깐 다녀와서 그런가...아~ 브르주아같은 발언일세)
이 사람 책이 갑자기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도 늘 기대치 이상의
비주얼을 텍스트로 보여주는 사람인지라.

2.


중세시기의 각종 무구와 의복, 편제들을 담아놓은 책
일본책 번역본이다. 확실히 이쪽에 있어서는 일본애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는 듯.

이것 역시 개인적인 탐구와 조사에 필요해서...

이 두 책이 오늘 집에 퇴근하면 오롯하니 수줍게 기다리고 있겠군..우하항~

3.
여담이지만, 혹시 누구 스페인 종교재판소에 관한
역사기록이 담긴 책 가지고 계신 분 있습니까~

*뭔가 또 다른 구도가 잡혀 가네요.
 제가 광고장이인지 글쟁인지 요즘 구분이 안 가는 세상이예요
 뭐 하나라도 진득하게 해야 돈이나 나오는 법인데


Posted by 荊軻
,
며칠 전 후배가 통째로 물려준 에이브88권을 읽는게 밤의 행사처럼 되어버렸다.

우리나라 출판사들의 지금 처지나
밤을 새서 독서를 해도 모자랄 연령대의 학생들이
공부기계가 되어가는 이 마당에
아마 에이브88권은 다시 이 나라에 나오지 못할 책들일 것이다.
(이 책을 만든 학원출판공사 역시 망한 지 오래다)

예전에 내가 이 책을 소유하고 있을 적에
88권을 다 보지 않았더랬다.
맘에 드는 책들만 뽑아서 봤다.
거친 뱃사람들의 모험담, 바이킹의 시대, 몰락해가는 로마의 이야기등등
주로 고대 역사물이었던 듯 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한권한권 뽑아서 읽다보니
늘어난 것은 참을성이요 줄어든 것은 감동이라 생각했지만
아직까지도 수많은 글자들이 가슴을 먹먹해지게 만들더라.

[검은램프]라는 소설이 그 중 하나였다.
우리에게는 세계사 시간에 한 줄로 끝나는 [러다이트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
왜 수직공들이 기계를 때려부숴야 했는가

세계사 시간에는 단지 한줄이었지만
이 책을 보면 그들이 원했던 것은 [시민으로써 선거권을 쟁취하고 국민으로써 대접을 받기 위해]라는
사건의 기저에 깔린 당시의 시대상이 나온다.

책을 읽다 보니 가슴이 칼로 도려내는 듯 아프다. 
좋은 책, 좋은 영화, 좋은 만화는
시대를 반영하고 시대의 거울이 된다.

별반 산업혁명기의 정치구조와 다를 바 없는
대한민국 21세기를 사는 소시민의 한탄일까?

*-----------------------------------
아마 내가 어렸을 적에 [검은 램프]를 읽었다면 무슨 소리인지 몰랐을지도 모른다.
지금 봐도 책의 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무려 20여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책은 인터넷의 텍스트와 확실히 다르다.
서적의 질감과 활자의 시감과 함께 작은 종이에 쓰여진 텍스트의 무게라는 것은
이상하지만 같은 글자를 모니터에 띄어놓고 보는 것과 천양지차를 갖는다.

좋은 책을 접하고 읽고 쓰고 느끼고 배우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읽지 않고 듣지 않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눈을 돌릴 때 사람은 세상이 끄는대로 살아간다.

*-----------------------------------
책 보는 게 새삼 즐거우니 이것도 삶의 도락이다.
아마 최고의 도락 중 하나가 아닐까 싶지만.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