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건 크게 두 가지다.
책의 주된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었는데
그 첫째는 스페인 내전에서 조지오웰이 당한 부상이라는 게 나는 무슨 팔이나 어깨에 파편이라도 맞은 줄 알았는데 내 예상수준을 넘어서는 엄청난 중상이었다는 것이고
그 둘째는 총알이 넘나드는 사지에 남편이 자원해서 입대하고 타국 전쟁에 자원해서 나갔는데 사지까지 쫒아가서 후방에서 지원을 해 주는 부인의 든든한 내조(?)에 또한 놀랐다. 부창부수라더니, 확실히 그런 것이구나...
각설하고,
책의 제목처럼 카탈로니아를 찬양하기위해서 조지 오웰이 쓴 글은 아니다. 스페인 내전의 짧은 4개월동안 겪은 그의 전쟁수기, 시가전, 부상, 내전, 그 안의 내흥까지 엮어서 펴 낸 이 수기는 어떤 실패한 아나키스트들의 회환같은 것이 잔뜩 들어있는 내용이다.
혁명은 오직 진행될 때만 건강하고 장미향을 뿜어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완성되는 혁명은 금방 시들고, 건강함은 소진되어버린다. 어쩌면 인간이라는 동물의 본성은 탐욕과 착취여서, 이성이 갈구하는 이상향은 절대로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평등한 세상]은 우아하게 휘발되어 날아가는 불꽃과 비슷하다. 존재하지만 영속하지 못한다. 조지 오웰은 그것을 목도하는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며 행복해 하고 절망한다. 조지오웰은 프랑코의 독재가 스페인을 완벽하게 점령하지 못하고, 아직 스페인이 내전을 계속하고 있는 당시에 이 책을 펴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안에는 희망이 담겨져있다. 그리고 저항정신이 충만하다. 하지만 후대의 역사를 사는 우리는 안다.
스페인 내전 후 스페인에는 무엇이 남겨졌는지를. 조지 오웰도 목격했으리라.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과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물음이 깊숙하게 뇌리를 간지럽혔다.
p.s) 소년 H 와 카탈로니아 찬가를 추천해주신login님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