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만에 2권짜리 책을 완독하면서
왜 이 책을 이 늙은 나이에 읽었을까 싶었다.
2차대전 말기,
고베시에 살던 소년(저자)이 전쟁이라는 광기에 중독되어 사리분별을 잃어가는 국가에 살면서
어떻게 가족간의 유대를 지키며, 친구들과 어떻게 살아가고, 지역사회에 어떻게 적응하며
궁극적으로 자신을 어떻게 만들어가는 가에 대한 소설이다.
저자의 집안배경은 좀 독특하다. 일본에도 몇 안되는 크리스챤 가정에서 태어났고,
항구도시 고베에 살면서 어릴 때부터 외국인들을 보면서 자라고
정치적으로 놀랄만큼 매서운 식견을 가진 아버지와 활달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래서 그가 보는 시선은 놀랄만큼 객관적이다. 동시에 이것은 황국신민을 표방하는 대다수 일본인들 사이에서
좋은 쪽으로만 작용하지 않았음도 소설을 보면서 느낄 수 있다.
전쟁은 참혹하고, 가난은 사람을 무너지게 만든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안에서 문자향을 남발하는 [휴머니즘]을 넘어선
인간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좋은 책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지성을 자극하는 책이 있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유희를 제공하는 책이 있다.
그런데 그 중 드물게 [착한 책]들이 있다.
이 책은 착한 책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좋은 말, 쉬운 말만 써 있어서 착한 책이 아니라
쓴 사람의 마음이 묻어나는 책이 가끔 나오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유형이 아닌가 싶다.
20년 전의 나에게 읽히고 싶은 책.
그리고 아이들이 있다면, 그 부모에게 읽히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