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고에 있는 세익스피어 전집에
[리처드2세]가 있었다.
음, 이게 이안 맥컬런 영감님이 열연했던 그 원작인가? 하고 보다보니
아닌데? 왕이 왜 이렇게 불쌍해?
하고 찬찬히 읽다보니 리처드2세더라.
그래서 어제 가이포크스를 사면서 같이 연극대본판 [리처드3세]를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아,
이런 걸 바로 [뼛속까지 악당]이라고 하는 것일게다.
외모와 내면과 말투까지 몽땅 악당이 지녀야할 덕목을 한 몸에 지니고 있는 자!
쌈질도 잘하고 싫어하는 여자까지 감언이설로 후리는 프로중의 프로.
(오, 이놈은 태어날 때부터 인생의 프로였나보다. 천생의 악당이라니. 내가 한 발언을 취소해야 하나?)
아침에 원두 드립하면서
와플을 구으면서
리처드3세가 하는 대사만 골라서 책을 보며 중얼중얼 거리는데
이걸 어째.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내 본심엔 역시 이런게 숨어있었나 봐
대사를 읊다가 전혀 없는 애드립으로 마구 웃어젖히던 도중
살짝 무서워져서 책을 덮었다.
-0-
세익스피어는 정말 천재중의 천재인 듯.
나라도 인도(india)와 바꾸지 않는다.
p.s)bonjo형 말마따나
확실히 독서에도 이승엽처럼 밀어치는 시즌이 있다.
읽히기 시작할 때 몰아서 읽는게 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