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게 알아왔던 전 직장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말이 10년이지, 강산이 변했다.
그리고 그 직장 이후에도 나는 다른 직장이 몇 개 더 있었다. 말이 첫 직장이지 정이라고는 별반 남아있지 않은 회사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친구하고는 계속 연락이 닿았더랬다. 그 중에 나는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하고
그 친구는 그 와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나름대로 정신없이 살아온 중년의 삶이었다.

태풍이 휘몰아치는 일요일 오후, 처음 가보는 결혼식장에 들러서 친구의 결혼식을 축하해주고 왔다.
하객들은 죄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 내가 모르는 친구들. 아마 지금 있는 직장의 동료들이겠지.

기실, 그 직장을 떠난 뒤에 그 친구를 본 것은 너댓번에 지나지 않는다.
10년 간 너댓 번. 우정이 남아있을 수 있는 횟수랴
그런데 우정은 남아있었고
어느 날 말 없이 던져주는 청첩장에도
당연히 가야겠다는 맘이 드는 사람이었다.

그걸 보면,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에는 시간도, 횟수도, 방법도 중요한 것이 아님이더라.
한 번 보고도 그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불원천리 마다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고
매일 본다 하더라도 옆에서 죽어 나자빠지는 걸 본 들 119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가 버릴수 있는 게
또한 사람의 정이더라.

나는 의리가 돈독한 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매몰찬 이도 아니지만
사람마다 그 깊이와 관계하는 정리가 다름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는구나.

가정까지 생겼으니 내 이제 그 친구를 남은 일생에 몇번이나 보게 될까.
아마 지난 10년간 본 횟수만큼 더 볼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라고 여기고 있으니 인연이라는 것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묘한 게 있을까.

남아있는 자는 어김없이 남아있고
떠날 사람은 붙잡아도 떠나가는 것이 인생.

잘 살기를 바래 마지 않는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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