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고 뜨거운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 취향덕에
점심시간이면 메뉴가 한정될 수 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식당을 가면
반찬들이 대부분 벌겋기 그지없다는 것은
나를 절망케하는 요인중 하나다.

사실,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온 건
임진왜란 훨씬 전이라는 최근 연구도 있었고
매운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를 쓰고 매운 걸 좋아하는 걸로 봐서
나름대로 국민적 기질로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인데

그럼 난 뭘까?
육류에 채소섭취는 거의 못하는 걸로 봐서 유목민족 출신인가.

각설하고,
그나마 회사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하나 있다.
이곳은 김치류보다는 나물류가 많다.
나물이라는 게, 식당에서 많이 사다놓고 조리를 한다고 해도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맛을 내는 것 까지는 바라지도 못하는 형편인데
여긴 맛도 괜찮다.

가만히 살펴보면
반찬들의 색깔이 형형색색이고
오히려 녹색과 노란색이 훨씬 많다.
우리네 들판의 색이랄까.

어딜 가던 김치 한 접시, 깍두기 한 접시로 끝나는 집들이 더 많고
손님들도 바쁜 와중에 가타부타 하지 않는다.
그냥 뱃속을 채우고 나오는 것이다.
뜨거운 국 하나와 쌀밥 하나로 끝난다.

그렇다고 저녁이나 제대로 챙겨먹는 인간이
요즘 대한민국 바닥에 몇이나 되겠는가.
점심의 확장버전 아니겠나.

그저 단촐하니 찾아 먹을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어느새부터인가 우리 입맛도 강요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사람이 건강하려면 게절에 따라 나오는 걸 먹고 사는게
가장 나을지도 모르겠다.

겨울엔?
글세. 겨울엔 뭘 먹고 살까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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