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 일예언이 막언흉단이라

한가지 예를 가지고 흉하다 단정짓지 말라

사람의 생이라는 것이 대저 그러하다.



참 좋은 말이로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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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늘 길 가다 똥차에 깔려
이 세상 아름다웠다 말하면서 천상병 시인 손 잡고 올라갈지
아무도 모르는 이 마당에

백년을 걱정하고
천년을 근심하고
머릿속으로 수십가지 계략을 짜는구나.

세상살이라는게
한없이 얇은 얼음을 밟으며
강을 건너가는 일과 다름이 없을진대

...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드는 생각이
바로 이것이니

오늘 하루 경계해야 할 진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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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생각나서 걸었다."

"그래 잘했다."

으레 시작되는 단어입니다.
고등학교1학년 때니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친구.

이젠 한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맨 처음 만났던 때는 아직까지 생생합니다.
고등학교 입학하던 첫 날 사귄 친구기 때문이죠.

제가 32번이었고 그 친구는 31번이었습니다.
제 앞자리에 앉아있었죠.

"31번"
"응?"
"나 32번이다."
"응, 그래."

그 친구 성격이 좋아보였습니다.

"야, 31번."
"왜?"
"우리 친구하자."
"그러자."

그걸로 친구가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상당히 고풍스러운 방법입니다.
서서히 친해지기 시작해서 관계가 발전하는 게 보통인데
아예 처음부터 [우리 지금부터 벗으로 지내는게 어떻소?]라고 한 놈이 말을 던지면
[그거 좋소이다]라고 추임새를 넣는 것이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친구가 된 지 20년입니다.
그것도 끈끈하게 이어져서
지금까지 지내오는 걸 보면
확실히 사람의 우정이나 사귐은 때와 시가 분명히 있는 모양입니다.

따져보건데
절친한 이들을 만나 시기를 살펴보면 모두가 30 전입니다.
그것도 대학에서 만난 친구는 하나도 없고
대부분은 교회 아니면 고등학교 시절입니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만난 벗이랄 녀석은 사회 초년병시절 같이 개고생한
직장동료 하나로군요.

확실히 나이를 먹으면
사람이 마음을 보여주기가 서로서로 곤란해지는 걸까요?

개인적으로는
나 스스로가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이
신뢰를 막아버린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불안은 커져가고, 직장에서 말하는 습관대로 사람들을 대하고
이익관계에 쫒겨다니다 보면 계산하는 것이 눈에 보이고, 저 사람도 그러지 않을까 싶은
두려움과 의심, 초조함 같은게 은연중에 나오는 것일테죠.
결국은, 스스로가 만든 장벽에 의해 고독해지는게 인생사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20대 때는 그런 게 없었겠지요.
사회라는 걸 아직 모르고, 삶의 팍팍함이라는 것과 가증스러움을 모르는 때였으니
얼굴에 가면을 쓰고 다닐 일이 없었을 테니까요.

각설하고,
그 친구랑 한 번 전화를 잡았다가
결국 15분이 넘어서야 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회사 기밀사항까지 말해버릴 판국인지라 얼른 화제를 돌려버렸죠.
나이를 먹어도
할 말은 산더미 같더군요.
생각해 보면 그냥 지나가는 한담이었습니다만
사람하고 말하는게 참 그리웠나 봅니다.



"너 아직도 회사 좀 어렵지?
 우리 마케팅 이사나 한 번 소개시켜 줄까? 그 양반이 좀 곤란한 처지긴 한데 우리 동문이라..."

"....그건 나중에 하자. 그냥 밥이나 먹자."

다음 주에 밥이나 먹으러 오라는 약속까지 해 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녀석 마지막 말에
저는 좀 목이 메었던 것 같습니다.

아주 잘못 살지는 않은 듯하고
그래도 뭐 하나 좋은 건 내가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한
금요일 저녁입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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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항상 뭔가 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은 어떤 일이 자기 앞에 다가설 지 모른다는 것에
항상 공포를 갖는다.

人無百歲人(인무백세인)이나 枉作千年計(왕작천년계)니라
백살을 사는 사람은 없으나 천년의 일을 걱정하는게 인간이라.


2.

내일 밤부터 폭우예상
조용히 개인적인 피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계획부터 틀어져버렸다.
평상심시도라.
그냥 밥 먹고 일하는데서 도를 닦아야 하려나.

勸君凡事(권군범사)를 莫怨天(막원천)하라 

天意於人(천의어인)에 無厚薄(무후박)이니라
권하노니, 범사에 하늘을 원망치 말라.
하늘의 뜻은 사람에게 본시 후하고 박함이 없느니라.


3.
나 스스로에게 일러 교훈으로 삼을 말

人至擦則無徒(인지찰즉무도)라.
사람이 너무나도 살피게 되면 따르는 이가 없는 법이라.

거리가 멀어야 말(馬)의 힘을 알고
시간이 지나야 사람됨을 알게 되는 법이다.

스스로에게 혹독한 만큼 사람에게 박하게 대하지 말아야 하는데
어째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후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대고 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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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작은 방 한담 2009. 4. 22. 10:03
과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잘 하는 일인가 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누군가가 옆에서 조언을 줬으면 하는 경우가 있다.

[간이 인생상담소]같던
여자후배는  자기 딸내미랑 남편이랑 영국에 가서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

(내가 볼 땐 답이 없네....)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가서
[어찌 보면 가볍기 그지없는]이야기를 심각하게 하면 싫어들 할 것 같고...

그렇다. 문제는 그거다.

"타자에게는 가볍기 그지 없는 이야기인데 나는 심각하게 이야기할 때"
그것에 대해서 논평을 깔지 않고 정확하게 내게 맞는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이란
정말 구하기 힘든 것이다.

[내게 맞는 충고]가 아닌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맞는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찾는게 어려운 것이겟지.

인생의 정답은 수학공식처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최소한 길은 몰라도 어떻게 살라는 답은 도덕률이나 경험에 비춰봤을 때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렇게 살면 된다.

정답을 몰라서 방황하는게 아니지 않는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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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우주의 순환과 더불어 계절이 나누어지고
시간이 지남과 동시에 생명은 생노병사를 갖는다

때에 맞추어 씨를 부리고 자라도록 비료를 주고
비와 태양을 맞으며 홀로 커졌을 때 때를 맞춰 수확하고
수확이 끝나면 아무것도 없는 벌판을 기다리며 다른 시기를 기다린다.

때를 맞추고 씨를 뿌리는 것이 첫째요 관심을 갖는 것이 둘째지만
그 앞에 먼저 선행되는 것은 기다림이다.
농사는 기다림이다.
파종의 때를 기다리며, 식물이 자랄 떄를 기다리며, 잡초를 솎을 때를 기다리며
태양과 비를 기다리고, 그것이 결실을 맺을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부지런함이니 손을 하루 놀리며 수확이 그만큼 늦어지고
비올 때 물고를 트지 않으면 한 해 농사를 망치는 것이니
농부는 해가 떠도 잠을 자지 못하고 비가와도 잠을 쉬이 자지 못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힘 뿐이랴
하늘의 뜻을 알고 하늘에 맡겨야 모든 것이 일궈지는 것.

그래서 농부는 신성한 직업이고
인생은 농사에 다름 아닌 것을.

기다리지 못해 씨를 먼저 뿌린다 되는 것도 아니고
부지런하다 해서 해를 못 보면 그나마 무용한 짓인 것을.

그래서
사람은 늙어서야 천시를 알게 되는 것인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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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침실 문고리에 검은 넥타이를 매 두고 있었습니다.
무슨 쓸데없는 장식이 아니라
무심결에 걸어 둔 것이었지만
왠지 마음이 꺼림하여 그냥 놔 둔 것이었는데

오늘 후배 한 명이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여자앱니다.

개인적으로는
10년 전 즈음
제가 교회 청2부 조장을 맡으면서
맨 처음 신입조에서 들어왔던,
그 녀석에겐 제가 첫 조장이었습니다.

공친 날이라고 혼자 집에서 피아노를 치다가
소식을 전해 듣고
문고리에 매인 넥타이를 주섬주섬 목에 걸었습니다.

아마
오늘 친구와 만났더라면
늦게까지 술 몇 잔을 하느라
내일 수원으로 발인을 떠나는 그 녀석을 볼 수 없었겠지요.

오늘 일이 예정대로 떨어졌더라면
아마 피곤에 지쳐서 소식을 듣기도 전에
집에서 자고 있었거나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 겝니다.

운명이라는 것을 믿지는 않으나
사람에게는 범사에 정한 때라는 게 있는 모양입니다.
왜 저보다 어린 녀석이 먼저 갔는지는
신께 여쭤볼 문제입니다만

오늘 하루가 갑자기
텅 빈 공간에서
순식간에 정신을 압박할 정도로 조여들어옵니다.

어쩌면 지금 제가 이렇게
타자를 치는 순간에도 무언가가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겠지요.
그저 때가 올 때 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모사재인이요 성사재천이라
 제갈공명이 말했습니다만
그냥 자신의 한풀이로 말한 것이 아님이
오늘 야심한 밤에 느껴집니다그려.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 시킬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 할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일하는 자가 그 수고로 말미암아 무슨 이익이 있으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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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수련장 2009. 3. 29. 00:17
내가 20년, 혹은 30년 후에 살아있다면
분명 지금 내린 결정들을 후회하거나
쓸모없는 일에 시간을 들인 것들을 반추하며
과거의 나에게 조소를 보내고 있을 거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리는 결정 중에
후대까지 영향을 줄만한 결정은 이미
20대 초반에 다 끝나버리지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은 별로 많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늘 지금 내리는 결정들이
인생에 커다란 전환기를 가져올 거라고 늘 전전긍긍하지.

별거 없단 말이다.

차라리 버스 뒷꽁무니에 입을 벌리고 다이옥신을 받아먹는게
인생에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는거다.

별 의미를 두지 말자고.
살다보면 늘 욕심이 일어난다.
참된 것의 소망인지
헛된 망상의 허영인지는
시간이 가르쳐 주는 법.

4월은 그냥 앞에 놓인 것부터
차곡차곡 치워버리면서 살기로
다시금 재다짐.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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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온다간다 말도 없이
여기저기 들리다가 자기가 있다고 말을 하고 또 사라지더라

봄은
졸린 고양이더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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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하거나 불안하거나 할 때
남들처럼 술로 때우는 게 아니고
뭔가 끄적이고 휘갈기는 게 나름대로의 해결방식인데
이래저래 하루에 포스팅을 하는 횟수를 보니
요즘 확실히 쫒기는 느낌이 드는 듯.

4월이 되면 나아질까

햇볕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좀 더 빛을.... 어헐. 난 아직 아니라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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