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해당되는 글 131건

  1. 2008.12.17 아침먹고 저녁먹고 2
  2. 2008.12.16 Slow and Steady 6
  3. 2008.12.15 날이 덜 춥네 4
  4. 2008.12.14 TV를 안 본지 꽤 되었다 6
  5. 2008.12.10 知心 7
  6. 2008.12.08 소심한 건지, 삶을 좀 보는건지 2
  7. 2008.12.07 Tombe la neige, 고수를 만났다.
  8. 2008.12.07 인상 4
  9. 2008.12.07 낭만에 대하여 5
  10. 2008.12.05 대 난 감 (퀘스트 진행중) 2

아침먹고 저녁먹고

수련장 2008. 12. 17. 16:57
선방의 고승 하나에게 제자가 도를 물었다
"어찌해야 도를 닦을 수 있습니까"
고승 왈
"아침 먹고 점심먹고 저녁 먹고 잔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에 대한 내용인데 과연 그러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대충 밥을 먹고 아주 짧은 기도를 하고 시작해서
점심은 대충 사 먹고 저녁까지 일하다가
저녁은 대충 먹고 짧은 기도로 잠을 잔다.

요즘 삶을 축약하자면 저렇다.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가? 전에도 그러했다.
하지만 전에는 그러한 생활이 굉장히 버거웠고, 뭔가 불만이 가득했는데
요즘은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빨래가 밀리면 빨래를 하고 접시가 놓이면 설거지를 하고
방에 먼지가 쌓이면 청소를 한다

다시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고 잔다
그래도 하루24시간이 꽉 차 있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을 가급적이면 줄인다.
그리고 필요한 것만 생각한다.
닥칠 일에 대해서 계획을 세우지만
예전처럼 오랫동안 고민하지 않는다.

나를 속이고 남을 버겁게 하는 짓을 피하고
무엇보다 나에 대해서 보다 관대해지기로 했다.

그냥 좀 여유롭다.

이러다 머리숱도 별로 없는데 다 밀어버리고
산방에나 들어앉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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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and Steady

작은 방 한담 2008. 12. 16. 10:27
1)
역시 소띠는 이게 최고야.

한 바퀴 돌리면 조금은 앞으로 나가는 드릴처럼

2)
그나저나
집에 사 놓은 좌식의자를 아직도 결정 못하고 있음
쇼핑몰마다 사이즈가 천차만별이니...

3)
진공청소기가 맛이 가고 있는 상태
-.-;; 제수씨 신혼여행갔다 언제 오낭.

4)
덩달아 전자렌지도 맛이 가 버림
-.-;; 제수씨 신혼여행갔다 언제 오낭 X2

5)
오늘은 단지 내 정전이 되는 날이랍니다.
16:00까지 정전이니 그 전에 퇴근하지 말라는 거겠죠?
하긴 누가 네시에 집을 가겠냐마는
겨울에 정전이라니
우리 아파트 단지는 감사좀 받아야 할 듯...어디에 찔러야하는 건지를 몰라서 못하고 있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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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덜 춥네

작은 방 한담 2008. 12. 15. 19:32
1.
그래서 오늘은 와이셔츠에 FUBU잠바를 입고 출근했는데...

[공장 근태감독하는 사무직 근로자의 표본]이라는 말을 듣고 좌절중...

2.
오랫만에 본 지인과함께 점심을 먹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

1%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100%로 믿고 나가는 것이 인생의 답이라는 결론.


3.
회사 일.
하늘은 그나마 뛴 만큼 보답을 해 준다.
아마....내 인생에서 인풋과 아웃풋이 대충 맞아 떨어지는 시점은
지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래.
사람을 태어나게 하는 것은 부모이지만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미래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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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TV를 안 보기 시작한 것이

잘 모르겠다
채널은 늘어나지만 늘 나오는 것은 보험광고와 상조광고때문인가
그도 아니면 늘 똑같은 이들이 채우는 프로그램때문인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컨텐츠에 제목과 인물들만 바뀌는 한국 방송사의 실태에 환멸이 나서일지도 모르겠다.

잘 만든 영화 하나를 보고
잘 만든 음식 하나에 감동하고
좋은 연주회, 좋은 연극, 훌륭한 전시회가 주는 오감의 전율을
더 이상 사각의 화면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통은 모니터에서 한다.
뉴스도 모니터로 확인가능하다
좀 심한 사람들은 영화도 모니터로 보는 세상.
텔레비전이라는 것이 필요한 시대일까.

하지만 엄연히 내 거실에는
이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오브제가 되어서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뭘 하러 두냐고 묻는다면
그냥 콘솔용이라고 대답할 밖에 별다른 이유가 없는 비싸디 비싼 가정기구.

좋은 DVD를 보고 혼자서 감회에 빠져나 볼까

그런데 그러기에는
아직 여유가 부족한 걸까


오늘 밤에는
마땅한 술잔이 없어
작은 국수그릇에
일본애들처럼 사케를 붓고
바깥 풍경을 구경하며 한 잔을 마셨다.


이산 저산 꽃이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상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세계 되고 보면 월백설백 천지백허니

모도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올줄을 모르는구나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말 들어보소

인생이 모도가 팔십을 산다고 해도

병든날과 잠든날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산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 불로생전 일배주만도 못허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어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 세월 어쩔끄나

늘어진 계수나목 끄끝터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 허는 놈과 부모불효허는 놈과

형제화목 못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어서 한잔더 먹소 덜먹게 허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


겨울에 사철가를 생각하니
이것도 다 TV 안 보는 복이로세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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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心

수련장 2008. 12. 10. 00:19
내가 내 마음을 모르는데 타인의 마음 속을 어떻게 들여본단 말인가.
세상에 퍼진 책 중 [독심술]이라는 것에 대해서 나는 늘 의문을 갖곤 한다.
과연 타인의 마음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것이 학문처럼 정형화 될 수 있는 부분인가. 마음이라 함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이 한 곳에 일정히 머무르지 아니하고 천변만화하는 것과 같은데 그것을 어찌 계량화하고 측정할 수 있는 것인지. 하지만 또한 지속적으로 책이 나오는 것을 보니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알아본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일인 모양이다.

멜깁슨이 나왔던 [왓 위민 원트]에 보면 어쩌다 여성의 마음을 읽게 된 광고업자가 (이 자식, 광고쟁이라니) 아주 희희낙락하게 사람들을 갖고 노는 장면이 나오는데 (솔직히 갖고 논거다. 결국은 해피엔딩 아닌가) 그런 장면 조차도 어찌 보면 마초스러운 이야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일순간에 사람의 마음을 알아서 쥐었다 폈다 하다가 자기 원하는데로 사람들을 이끌고 맘에 드는 여자하고도 자고 어쩌구 하다 나중에 좀 징징 짜고 해피엔딩.
될 법한 소리냐?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무조건 시간이다. 그게 기본이다. 그리고 무욕(無慾)이다.
시간을 아무리 들여도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다면 그것은 자신이 보고 싶은 방향으로 그 사람을 보기 때문이며, 그 안에서 행동하고 판단하고 재고 자르고 씩둑깍둑하다가 그냥 혼자 쓰레기통에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을 내팽개치는 거다. 정작 그 사람은 나에게 해꼬지를 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보기 싫고 짜증나고 피하고 싶고 마주치기 싫고 미워 죽겠다면 누가 문제인 것인가? 마음속의 나에게 힐난을 퍼부어야 되지 않겠는가.

개인적으로는 사랑보다는 우정이고 애정보다는 신의를 우선한다. 댓가를 바라지 않음이 그 첫째요. 항상 볼 필요가 없어도 마음이 변치 않음이 그 두번째요, 마지막은 내가 무욕으로 대하니 그 사람의 마음을 더 진실하게 읽을 수 있음이 세번째다. 어느 날 과거의 언제인가 사랑에 취해서 이리저리 방황하다 집으로 돌아오니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사랑하던 연인이 아니라 코찔찔이 고등학교 동창들이거나 동네 선후배였다는 것을 알게 될 때의 면구스러움이라는 것은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사람이 늙으면 정으로 버틴다 했건만 또 하나 잡자면 우정으로 버티는 것 아닌가 싶다. 부부도 오래 되면 친구가 되고, 말을 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사이가 되는 것은 신의에 의한 욕망의 벗어던짐이 아닐까. 그래서 결국 끝까지 남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신뢰와 우정인 것이 아닐까.
 
가끔 건너편 도로에 서 있는 친구를 보면서 손을 들면서 웃으면 그 친구도 나를 보면서 웃는 경험을 한다.
"거지같은 놈 왜 웃고 지랄이야"라고 생각하면서 손을 흔드는 이 아무도 없듯이 내 인생도 그런 순간의 경험으로 충일하게 나머지가 꽉 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나이에 필요한 것은 끝까지 같이 가 줄 친구 아닌가 싶다.
솔직히 지금은 외롭지만 내가 찾는 건은 짝 잃은 외기러기가 아닌 듯 하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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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드는 생각인데
나이를 먹을수록 결단이 어렵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제는 그냥 지르는게 아니라
무언가를 따져야 할 수 있다는 게 참 아쉽네.

사람 만나는 것도 그렇고
약속 잡는 것도 그렇고
돈을 써야할 때도 그렇고

뭘 버릴까 가지고 있을까
다시 사 볼까

맘에 안 들면 광장에 튀어나갈까
그냥 옳은 것 좋은 것 그른것 이야기해 볼까

예전에는 맘에 든다 안 든다가 있으면 그냥 냅다 저질렀는데

확실히 가진게 없어도
사람이 꾸물꾸물거린다는 게 느껴지는 요즘.

내가 이 모양인데
자식 있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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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할 때 눈이 질펀하게 쏟아져서
퇴근하고 어느 누구를 불러서 적적함을 달래볼 까 하다가

정말 기연(奇緣)으로 고수를 만났다.
초로의 아저씨였는데.

기획자라는게 어떻게 사는지를 40분동안 보고 들었다.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았겠지만 나에게는
티아 레오니가 다가와서 프렌치키스를 날리고
스텔라 테넌트가 짐 싸가지고 와서 우리집 문 앞에 서 있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아,
우물 안을 뛰어나와 하늘을 보고
그 하늘을 뚫으니까 우주가 있구나

갑자기 모든 세사의 잡념이 사라져 버리는 순간
더불어 내 미래의 모습에 대한 어렴풋한 느낌을 잡게되는 순간

아직까지도 내가 갈 길이
무엇을 잡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건 오늘은 하늘과 바닥에 날리는 눈발이 아무런 느낌이 없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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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작은 방 한담 2008. 12. 7. 15:09
베드트레이를 식탁 대신 쓰려고 백화점에 사러 갔다.

간 김에 칼리타 드리퍼와 원두를 하나 갈아오고 (........역시 이 길 밖에 없어)
필터와 테팔주전자도 하나 사왔다. 정녕 커피 외에 아침음료는 존재하지 않는거냐?

시간만 남으면 세작이라도 내려먹고 싶다만
-.- 세작이 애 이름도 아니고 잠자야지 우려낼 시간이 어디있나. 드리핑 시간도 아까운데...

어찌 되었건,
베드 트레이도 DP되어 있는 걸 그냥 직원과 실강이질을 해서 조금 깎아서 사 왔다.

어차피 자동차도 시승용 싸게 팔잖아요 어쩌구... 갑자기 불꽃처럼 일어나는 억척본능이랄까.


이것저것 한 짐 싸가지고 집에 오려는 순간 쌍동이표 칼 매장이 보여서 호기심에 들어가 봤다.
 
식칼 대짜가 하나 필요하긴 했었는데, 역시나 헨켈은 한 칼 값을 한다.
무지 비싸더라.

그냥 가기 뻘쭘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육도를 찾는데요. 위에서 힘을 줘서 내려쳤을 때 칼신이 괜찮을까요?"

"예, 저희 칼은 단단해서 어쩌구 저쩌구"

"손잡이가 스텐레스인 것과 이 칼은 왜 다른가요?"

"손잡이가 스텐인건 일체형이라 검신과 검날이 붙어있고 이건 강화플라스틱이라 검신이 조금 짧아서 어쩌고..."

"스텐레스 손잡이에 피나 뭐 그런거 묻을 때 미끄럽지 않은가요?"

"아, 미끄럽지는 않습니다...."

갑자기 슬금슬금 매니저가 뒤로 빼는 듯한 인상.
나도 더 이상 물어보지는 않았다.
아, 마지막 질문을 하는게 아니었는데.

시커먼 옷차림에 시커먼 바지에 시커먼 구두를 신고 인상도 선(善)쪽에 가깝지는 않게 생긴 중년인이
손잡이에 피묻어도 안 미끄러지는 칼을 찾고 있으니

-.- 아아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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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까지 놀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지하철 막차가 집으로 가는 두 정거장 전에 끊겨 버렸다.

설상가상 지갑에 돈이 없었다.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염치불구하고 어디서 돈이나 빌려서 택시를 타고 갈까 누구를 불러서 차라도 가지고 나오라고 할까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사람이 좀스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어차피 멀지도 않은 길이고 언덕배기 하나 넘으면 되니까 그냥 걸어가자고 결론을 내리고
(사실 내가 내릴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 아닌가)
그냥 걸어서 집에 왔다.

아, 춥더라.

추운 길을 혼자 뚜벅뚜벅 걷다가
예전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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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두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지만
그 날 십년이 훨씬 넘은 추운 겨울날
눈발이 풍풍 날리던 도로 위에서 세명의 사내가 모여서 앉아 있었다.

그냥 갑자기 뜬금없이 그 중 누군가가 이렇게 말을 했다.

"우리 포장마차나 찾아서 닭발이나 시켜 먹읍시다."

이의 제기하는 사람 아무도 없었고
그렇게 결정짓고 차 한대를 가지고 나와서
가장 포장마차가 많이 있을 법한 여의도로
자정이 되어가는 시간에 눈발을 맞으면서 차를 몰았다.

그냥 닭발이 먹고 싶었던 게 아니라
포장마차를 가고 싶었던 우리는
여의도까지 차를 몰고 돌아다니며 이 골목 저 골목을 뒤지며
포장마차를 찾았다.
그러다가 결국 한 대도 못 찾고 다시 집으로 2시쯤 되어 돌아왔지만.

당시 그냥 뭔가를 하고 싶었던 나이에 포장마차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었다.
하지만 그냥 몰고 나갔더랬다.
그게 좋았으니까.
그리고 아무도 거기에 대해서 현실적인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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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오밤에 고개를 지나며
맨 처음 돈이 떨어졌을 때 생각했던 괴이한 생각에 대한 부끄러움이 커져간다.
어른들의 생각.
하긴 마흔이 다 되어가니 어른이 하는 생각이 맞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속에서부터 거부감이 들게 되는 생각.
[돈]이라는 물건에 대한 비정함과 속성에 대해서 어디서부터인가 모르게 사상이 틀어진 것을
발견하는 것이 그리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편함에 대해서, 이것저것 가장 좋은 솔루션을 찾는
선경험적 행동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 어른들의 생각일진대
그냥 왠지 모르게 부끄럽다.
아니,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가?

돈이 없으면 걸어가는 거다. 그게 당연한 거다.
그리고 한 때는 그게 즐거웠던 때가 있었다.
성취를 못해도 좋으니까 그냥 가는 것이 즐거운 시절이 있었고
내가 눈썹을 찡그리면 그게 뭔지 아는 사람들이 있었고
내가 실패한다 하더라도 별다르게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는 이들도 적었다.

듣고 싶은 노래를 듣고
일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발길이 가고 싶은 곳을 가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스스로가 합당했고 자부했던 시절.
이제는 사라져 버린 시절에 대한 추억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른들은
[차마 다시 못할 것 같은 과거사]를 [낭만]이라고 바꿔 부르는 모양이다.

집에 오니
별로 춥지 않다.

* 회사까지는 못가겠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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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쇼핑을 안 좋아하는 데다가 가재도구 일체, 특히 가구에 대해서는 쥐약에 가까운데 이제 내 손으로 어쨌건 뭔가 넣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 지금 현재 회사에서 일을 때려치고 이 일에 몰두하고 있음....
아, 쥐난다.

1. 침대 : 일단 프레임과 매트리스를 따로따로 구입할 생각. 많은 분들이 라텍스 매트리스를 추천하는데 이거 생각보다 얇다. 프레임을 살 때 매트리스 방지턱이 있는 걸 구입하는게 내 잠버릇상 좋을 것 같긴 한데 (난 위로 한없이 올라가고 매트리스는 아래로 내려감...자면서 왜 후방포복을 하지?) 사 놓고 괜히 생뚱맞을 까봐 고민중. 그리고 라텍스의 강도는 어쩧게 구별하나? 왜 다 얇아?

2. 세탁기: 일단 드럼형인데....에어기능이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거..-.-;;;
    --->일단 완료, 하이마트에 10대 남은 9kg 특가품 30만원대로 그냥 샀음. 어차피 당분간(?)은 나 혼잔 쓸 텐데 뭐...

3. 책장: 거실을 다 바꾸려면 돈이 하염없이 들어갈 것 같다는 느낌. 아, 이건 손도 댈 수 없다. 정말 난처하다.
   이럴 때 로또맞은 사람이 정말 부럽다. 소원같아서는 원목으로 사방을 다 두르고 돌출형 탁자에 소형 컴퓨터 하나
   놓고 싶은데....

4. 식탁- 하, 이것도 있었네.

5.기타 다수 : 옷걸이,식기 기타 등등...
  ---> 업무 전폐하고 킴스클럽에서 옷걸이와 기타 자잘구레한 일상용품을 사 놓은 중. 자잘구레한 거 끝났으니
          큰 것만 하면.. 

그 동안 내가 모르는 새에 집이 스스로 몸집을 불렸구나.
 하나하나 되짚어 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있을 것 같긴 하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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