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사회를 구성하는 인간들이 다른 인간을 대할 때 대부분은 선의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믿는다. 그 사람이 고귀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상호간에 이득이라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때때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선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경험하게 된다. 사람은 원래 선한 동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이고 영악할 수록 타인에 대한 배려는 줄어들 기 마련 아닌가.
오히려 악의라는 것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묻어나오는 증오나 질투심으로 발현되는 감정이 선의보다 순수하지 않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들의 [고갱이]일수도 있는 것이다. 이아고보다 리처드3세가 극적으로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리처드3세는 악 자체를 순수한 인간의 개성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결과적으로 두 인간은 주변인들에게 피해만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처드3세처럼 스스로가 악하다고 여기거나, 혹은 이아고처럼 자신의 것을 박탈당했다고 여겨서 엇나가거나 어쨌건 사람들은 일생에 한번, 혹은 여러 번, 아니면 숱하게 악의를 가지고 사람들을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천사와 악마의 중간자적 역할 아닌가. 가끔 사람들은 주변인들에게 잔혹해지지만, 어쩌다가는 처음 보는 초면의 생면부지인간에게도 잔혹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냥 , 아무 이유 없거나 사소한 터럭으로.
그게 인간이기 때문 아닐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최소한 인간의 이성을 가지고 있으니 라고 대부분은 생각한다.
나는 그런 놈이 아니라고. 오호 통재라.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신하면 안 된다. 누구나 우리는 악의를 가지고 사람을 대할 수 있다. 내 나이 40에 가까운 지금 와서 보니 너무나도 많은 이들을 악의로 대했음을 기억한다. 비록 그것이 어떤 실제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지 못했고 슬쩍 지나가는 사소한 일들이었기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여전히 몇 명은 그냥 [주는 것 없이] 싫단 말이다.
이아고가 나쁜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오델로]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세익스피어가 제목을 [이아고]라고 잡았으면 우리가 나쁜 놈으로 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혹은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같은 영화에 이아고가 출연했다면 소신파 내부고발자의 역할같은 것이었을지 어떻게 아냔 말이다. 내가 이아고가 되면 할 수 있는 변명은 수백가지가 넘는다. 난 그런놈이 아니예요. 와따시와 소노야로가 나이. 아임낫댓카인드오브펄슨어쩌구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안다
내가 저 사람을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그리고 내 마음 어두운 심연에서 저 사람에 대해서 칼을 가는지 장미를 꺾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앞에서 웃을 지언정 뒤에 칼을 감출지도 모르고, 무관심의 가면 뒤에 끓어오르는 중오의 일념을 품고 어떤 일을 획책할 수도 있는 노릇이고. 혹은 떨리는 감정을 보이기 싫어서 표독스럽게 보일수도 있고.
우린 모두 고귀한 만물의 영장이라기 보다는
모두 그냥 그런 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