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대인으로 살면서 [자라목]은 어쩔 수 없는 천형인가
잠을 잘못 자거나 목을 뻣뻣이 들고 뭘 본다던가 하면 어김없이 열이 나고 두통이 온다.
목 근육이 뻣뻣해 지던가 뼈가 어긋나 혈관을 건드리는 모양이다.

의사선생님이 보더니 쯧쯧쯧 거리면서 같은 약을 처방해준다.

"목을 빼고 뭘 보지 마세요. 높은 베개 괴지 마시고"

알긴 하는데...나사못 같은 거 박으려다보면 일상에서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취할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가 말이다.
부실한 육체. 내가 공대생이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어.

2.
점심을 먹으러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머리 하얀 아버지와 포니테일에 안경을 낀 예쁜 아가씨가 장을 보고 걸어오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고양이상 스타일을 좋아하긴 하지만 안경미인은 언제부터인가 논외의 대상으로 좋아하고 있다.
(바요네타 탓인가...)

(아, 이 누나는 안경쓴 고양이인가...쿨럭, 그렇다 치고)

하여간 앞에서 살랑거리면서 부녀가 가고 있는데 갑자기 아파트로 싹 전환하더니 물건을 주섬주섬 카트에서 꺼내서
장바구니에 넣고 카트를  뻥~ 차버리는게 아닌가? 카트는 아파트 주차장에 홀로 버려졌다. 가만히 보니 카트를 백화점에서 아파트까지 끌고 온 것이다. 헉, 이런 망할 부녀같으니! 백화점이 여기서 어느정도의 거리인데!
아까까지의 미인이고 뭐고 순식간에 선망의 눈초리에서 혐오의 눈초리로 바뀌는 순간, 
아가씨가 나랑 눈이 마주치더니
 
목 뒤의 후드를 뽑아서 폭 뒤집어 쓰고 아빠 팔을 끼더니 종종종 사라져버렸다.

-.-+ 너 어디 사는지 다 봤어

3.
원했던 자리가 하나 나서 지원했는데 물먹었다.
가만 보니까 면접지원자중에 서류합격자는 대부분 여자로 뽑혔더라.

내가 가려고 했던 자리가 원래 남성에게는 안 맞는 자리였는지도 모르겠다.

뭐 어쩌랴. 계속 알아보는거지.
그냥 천천히, 묵묵히 부지런히.


4,
교회 고등부 반 학생의 첫 생일이다.
생일선물을 고르다가
이번 학생들에게는 한국사에 대한 책들을 다 사주기로 마음먹었다.
국사가 선택이 되어버린 나라에서 교과공부를 못하면 취미로라도 역사를 찾아보는게 낫지 않을까.
명함이라도 일요일 교회선생이라고 파졌으니 보탬이라도 되고 싶더라.

그래서 고른 책


아무래도 우리 반 아이가 날 싫어할 것 같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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