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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11.03.27 내 이야기 4
  8. 2011.03.13 2011.3.13 소사 8
  9. 2011.03.07 교회에서 사고친듯 8
  10. 2011.02.28 2011.02.28 7

욕지거리

작은 방 한담 2011. 5. 7. 22:36
생활의 연속 가운데 블로깅을 하다보면
가끔씩 그냥 욕지거리를 가득 써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다.

그날 상황이 정말 내 입맛에 맞지 않게 돌아가던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 자신이 굉장히 처량하고 초라하게 느껴지는데 세상은 어시스트 하나 안하고 혼자 드리볼을 하고 있다는 심정이 들 때 그렇다.

하지만 감히 할 생각은 못하는게
내 블로그를 나만 보는 게 아닌 것이 첫째고,
내가 블로그를 읽는 사람들 기분까지 덩달아 망칠 이유가 없음이고
그렇게 욕지거리를 써 봤자 내 격만 떨어질 것 같은 것이 마지막 이유다.

그렇다고 일기에는 쓰느냐.
가끔은 쓰지만
며칠 지난 뒤에 읽어보면 왜 이런 욕을 써 놨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그것도 안 한다.
사건경과를 일일히 기록하고 유추해서 "그래서 그 XX가 나쁜놈이야"라고 기록해 놓은 일기도
몇개 있긴 하지만 그건 이미 이성을 지니고 기록한 결과물이니까 화가 나서 쓴 욕지거리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욕이라는 건 그 순간에 사람의 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한 방어수단일 뿐이다.
길게 끌어 갈 것도 없고 기록으로 남길 것도 없다.
말 그대로 허공에 흩어져야 할 음성이다.

난 욕하는 걸 별반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꾸준히 열심히 하다보면 흡연처럼 습관이 되겠지만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줄이는데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 없을 때 혼자 해야지
들으라고 하는 건 스파링을 위한 몸풀기의 시작일 뿐이다.

그래서 예전부터도 
조상님들이 안 듣는데서는 임금욕도 상관없다고 하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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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4.24

수련장 2011. 4. 25. 01:01
1.
사람이 무언가를 계획할 때는
내 마음이 십리를 나갈 때 애써서 한 발자국 굳건히 디디는 심정으로 나가야 한다.

LG응원하고 있다. 엘레발치지 말자. 우리의 모토다.

사람 사귀던 다른 일을 계획하던
절대 설레발은 금물이다.

달걀 사오면서 부자 꿈꾸던 아가씨가 달걀 깨뜨리는 동화를
어렸을 적부터 봤으면서도 정작 커서는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2.
봄이 오긴 오는 것인가.



3.
글을 쓴다. 쓴다. 하지만 귀찮아서 안 쓰는 날도 있다.
하루하루 습관이 되지 않으면 그것을 업으로 삼을 수 없다.
지겨워도 써야 한다. 그것이 우선인데 난 아직도 습관이 그렇데 들지 않았나보다

머릿속에 장황한 스토리라인이 있으면 뭐 하나
이러다 술먹고 까먹으면 그만인데

얼른얼른 부지런히.
하지만 천천히 정확하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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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농협 사상최악의 금융사고 발생.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건물이나 지어댈 줄 알았지 시스템에 투자하지 않기로는 예전부터 유명했던 곳 아닌가.
내가 거기 다녀봐서 아는데...(?)

이번 신용.경제사업 분리가 되자마자 전산장애가 터졌다는 것이 뭔가 의미심장하긴 하다.
어쨌건 박정희 시절 이후 반 강제적으로 농촌마다 들어가 있던 금융기관이다. 전국 장악력은 우체국과 함께 제일이라고 봐도 되는 금융기관. 하지만 시스템과 사람들은 박통,전통시절 이후 변화가 없는 공룡.

그리고 [금융기관]이라고 불려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회사.
감히 말하건데 타락한 너희는 회개치 않으면 심판을 받으리라.
농민들은 부채로 신음하는데 계속 봉급이나 올려대고 수익률싸움에나 눈 벌개진 너희들이 무슨 협동조합의 정신을 운운하냐.

크건 작건 뱅크런은 일어날 것이다. 
나도 얼마 남지 않은 돈 다 빼버려야겠다.
그동안 너무 정을 오랫동안 줬던 게다. 사실 빼 버릴 타이밍을 주저주저하고 있었던 게지.

월요일날 집 앞으로 옮기고 모든 이체자리를 정리한 다음 옮겨야겠다.

아디오스, 내 옛 직장.
아디오스, 벨라 세뇨리타 


2. 
 정말 이제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난 영 입맛이 황이라 ...


3.
어떻게 힘들게 꾸역꾸역 초고를 쓰고, 다시 이젠 정리해서 한타싸움을 노린다.
과연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내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돈 잘 주던 은행(?)도 때려치고 나온 지 벌써 10년.
무라도 잘라야 하는데 무 밭도 없다.
남들은 마늘밭에서 돈도 쑥쑥 캐내던데. 


4.
케이블TV에서 [시리어스맨]을 제대로 끝까지 봤다.

욥기를 다시 한번 제대로 정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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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4.10

작은 방 한담 2011. 4. 11. 00:44
1.
아무런 근거없는 낙관과 절망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무엇인가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는 듯 싶다.


2.
몸이 좋지않다고 혼자 여기다 보면 결국 자기가 소망하는 질병에 걸리게 된다.


3.
가만히 있으면 찾아오는 여자는 없지만
움직인다고 찾아오는 여자도 없다.


4.
하루종일 무언가를 먹는다. 그래도 살이 찌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주는 운동을 좀 줄여봤다. 몸이 무거운 것이 지방축적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앉아서 지방을 채우는 과정인데,
열심히 하다보면 체중이 느는 것인가. 회사가 해 주는 일은 체중을 늘려주고
여성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늘 앉아만 있어서 정자수 팍팍 줄여주고 불임을 양산해서 인구수 줄여주고
결국 대한민국이 망하게 되는 것인가.

그렇구나!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면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이다!



5.
고양이들은 자면서 운다. 잠꼬대 하다가 울고 뽀르르 달려와서 나한테 온다.
아직도 엄마생각을 하는걸까.  무서운 꿈을 꾸는 걸까.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무서운 꿈을 꾸면
엄마 생각이 나게 되어 있는 거지.

호호백발 할아버지가 되어서 더 이상 어머니를 뵐수 없더라도
무서운 꿈을 꾸게 되면 엄마를 찾게 되는 게 자식인 것 같다.

어느 날 그런 날이 오겠지.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공포와 고독감 뒤에 의존할 수 있는 품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불현듯 깨닫는 날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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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건강

살빠졌다. 최근 몇년 동안 이렇게 살 빠진 적이 없고 이렇게 날씬했던 적이 없다. 최소한 먹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가는 일도 사라졌다. 외배엽은 몰라도 내배엽은 건강을 되찾아가는 것 같다. 운동한다. 운동할 시간이 있다.  남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다.



2. 주거

놀고 먹어도 집이 있다. 이거, 대한민국에서 이만한 메리트는 없다. 솔직히 10년은 더 놀고 먹어도 타인보다 뒤쳐지는 삶은 아닌 것이다. 내가 이룬 것이아니라 거의 하늘에서 떨어진 은총이다. 이건 정말 감사해야한다. 그냥 이 두가지만이라도 나름대로 난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살아야 한다. 소소한 불만따위 말하면 벼락맞아 죽을 것이다.



3. 이상형

사내로 태어나서 자기가 꿈꾸던 이상형하고 말도 걸어봤고 밥도 먹어봤고 몇 년간 줄기차게 봐 왔다. 이젠 보기 요원하지만 하여간 그런 시절도 있었다. 이상형은 만나지 못하는 법이지만 하여간 나는 만났다. 꿈길처럼 현실을 살아봤다. 그럼 된 거 아냐? 그 여자가 나를 좋아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건 나 자신의 미적 기준이 실체화되었다는 일종의 정서충족이었다. 아사코와 나는 세번 만나서 마지막은 만나지 말걸 그랬다는 피천득 선생님의 말도 있었지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4. 사람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미친놈 만나서 벼락도 맞아보고 탈모도 진행되고 그랬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은 꾸준히 남아있었다. 그나마 허접한 인연이었으니 월하노인이 묶어준 끈도 저절로 풀어진 것이지. 좀 더 나이먹었으면 정말 끔찍한 일을 겪었을 것이다. 그걸 제하고는 주변에 사람들은 참 좋구나.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이젠 사람들 보는 눈이 활짝 뜨여서 좋은 사람은 끝까지 보듬고, 아닌 사람은 대차게 잘라버릴 수 있는 식견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저것 소소한 건 많은데
오늘은 이 정도로만 생각해 봐야겠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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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의 삶에 은원이란 깃털과 같지만 또한 천금과 같으니 이를 뭐라 한단 말이냐.
오랫만에 무협영화중에 딱 모자람도 넘침도 없는 영화를 봤구나.


"사람이 사는 곳이 은원이 있고, 은원이 있는 곳이 강호인데 사람이 있는 곳이 강호이거늘
어찌 벗어날수 있단 말인가."

인재강호(人在江湖)라, [동방불패]의 이 명대사는 사람의 인생 그 자체가 아니고 무엇인가.


2.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잊을 수 없을만큼 한이 사무치는 일이나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떠나서 생각하고 마음을 비울 수 있단 말인가.
해탈하기 전까지는 어려우리라.

해탈을 염두해 두지 않는다면 오히려 일심으로 보수(報讐)에 진력함이 낫지 않으리.


3, 
사람도 찾기 힘들고 의리도 강호에 사라졌으되
미인(美人)은 예진작에 씨가 말랐구나.

오호 통재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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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투덜투덜 2011. 3. 27. 23:58
언젠가부터 인터넷에 무언가 말을 쓰는 란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내 말만 적어놓고 나오는 경우가 태반인 것 같다.

사실 의도적으로 그러는 부분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뭐라고 한 마디씩 써 놓는 것에
일일이 토를 달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누구나 자신의 생애 대한 이야기 하나씩은 책으로 낼 법한데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뭐라고 말 들을 이유도 없지 않겠냐는 생각인 듯 하다.

소통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냥 고독한 듯.
사람들은 모두 같이 어울려 살면서 고독한 듯 한데
어차피 금방 시야에서 사라져 버릴 한 두 줄의 말에 의해
일희일비하고 싶지도 않고 찰나의 위안을 받고 싶지도 않기 때문인가보다.

어영부영 이렇게 시간은 또 지나가고
아뿔사
봄이로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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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13 소사

작은 방 한담 2011. 3. 13. 23:19
1.
손톱깎이가 사라졌다.
애들이 물고갔나 싶어서 고양이들을 졸졸 따라다녀봤는데 전혀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갈수록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것 아닌가.

하긴, 어릴때도 뭐 잘 잊어먹긴 했으니.


2.
요즘 고등학생 아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난 저 아이시절에 뭔 생각을 하며 지냈을까 싶기도 하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 사는 건 나나 얘들이나 별반 다를 바 없구나 싶으면서도
가끔은 전혀 다른 것들, 내가 그 때는 등한시하거나 접하지 못한 것들을 접하면서 사는 걸 보면
확실히 세상이 달라졌구나 싶다.

모사립고에 다니는 녀석은 클럽활동은 5개나 한다고 하는데
그 중에 국궁(國弓)을 배우는 시간도 있다더라. -0- 무지 부러웠다.
어떤 녀석은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 오아시스라고 하는 노땅(?)도 있고 (그런데 특활부는 Debate...토론부란다)

난 그 시절에 뭘 했더라.

내 고등학교 시절 CA는 뭐였나 생각해본다.
1학년때는 [희랍비극강독부]라는 괴상한 부서에 들어가서 일년 내내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만 읽었던 기억.
2학년부터는 [불어회화부]라는 명목 아래 샹송 틀어놓고 한시간 내내 자던 기억 외에는 없다.

우리 때보다 훨씬 컨텐츠도 풍부해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더라.
좋아지는 걸까?
애들에게 조금만 더 여유를 준다면 참 바람직한 것 같은데.

여유, 한국인들에게는 천성적으로 부족한 것일지도.

3.

그렇게 오랫동안 읽는 걸 미뤄왔던 어슐러 르 귄 여사의 [어둠의 왼손]을 
오늘 하루만에 다 읽었다.
SF라고 하지만, 뭐랄까 내가 제목에서 유추했던 분위기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었다.

인식과 실체, 공감과 비공감에 대한 연구를 가상공간을 통해 구현한 상황극이랄까.

어슐러 르 귄의 소설을 읽다보면 이 사람은 SF를 가장한 의미론의 설파자라는 생각이 든다.
호칭과 사물과 언어의 상관관계에 대한 주제가 빠지지 않는다. 이 사람의 소설을 읽다보면
나는 늘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난다. 확실히 공감하는 바가 있다. 
언어가 갖는 [사물에 대한 호칭]이라는 능력은 확실히 대단한 것이다. 고대로부터 이것은
주술적인 의미가 다분히 있어왔고, 의미론적인 측면에서도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을 넘어서는 심도가 
있다고 믿는다. 성경의 창세기 처음이 하나님이 말로 천지를 하셨다는 것은 비존재에 재한 존재성 부여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상징적이다. 하여간 요즘은 이런 고민들을 종종 하곤 한다.


4.
한 주간 체해서 죽을 뻔 했다. 
이제 맛난 것보다 소화가 잘 되는 걸 찾아다닐 때가 되었나보다
어이구 내팔자야


5.
일본인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난 솔직히 역사적인 가해자, 침묵의 방조자, 진실의 은폐자로써의 일본정부와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를 굉장히 혐오하지만
개개인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감정이 없다. 
[소년H]를 읽고 나서는 더 심해진 것 같다.

어느 나라 역사를 보던간에 가해자이며 피해자인 일반국민들은 정보취득에 무능하고 통제당한다.
이번에도 잘먹고 잘 살고 나라의 방향을 만드는 놈들은 죽은 놈 하나 없을 것이다.
그저 농사짓고 고기잡고 장사하던 평범한 일본인들이 천재지변에 휩쓸려 희생당한 것이다.
우리나라라고 다를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과거 청산을 원하지만, 그릇된 유산을 방패삼아 호가호위하지 않는 한
나는 연좌제를 반대한다. 

분명 그릇된 역사에 대한 자존심을 세우는 이들도 있을테지만...
원자로 노심도 녹고, 마을 하나가 다 휩쓸려 나가 죽어버린 사람들에게
지금 과거사를 반성하라고 다그치는 건 축생지심일 것 같다. 

그냥 더 이상 죽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荊軻
,
고등부 교사를 맡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진실이다. 아니 왜? 난 교사하면 안돼? 
그래, 안된다. 하지만 하고 있다.


사실 교회의 교육이라는 것은 성경과 교리공부지만
고등학생정도 되면 선생말 안 듣는다. 학교나 교회나 다를 바가 무어랴.
그리고 시간 많이 잡을 수도 없다. 아이들 학원 가야지 자기들 인생에 매달려야지
내가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래봤자 15분정도다. 무슨 말을 하랴.
가뜩이나 기독교가 사회적 평판도 안 좋은데 잘 나오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고등학교가 끝나고 대학부로 올라가거나 교회 청년부에 가면
교리공부는 끝. 그때부터는 정말 자기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신앙과 가치관으로 살아간다.
대학에서 많은 이들이 신앙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당연한 일이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민없는 신앙은 앙꼬없는 찐빵이다. 그 곳에서 교회를 떠나는 애들도 많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신의 섭리다. 내가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가장 오소독스하고 비정치적인 교리문답만을 가르치는 것이다.
나중에 자기들이 판단을 할 때, 최소한 비교할 수 있는 신앙적 근거를 남겨주고 싶으니까.

그런데 오늘 좀 실수했다.

창세기2장이었다. 아담과 하와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는 이야긴데...
(아이들 이런 거 이야기하면 이런 야한 이야기를 왜 하냐며 발버둥...사내놈들이)
하여간 이런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다가 혼전순결이니 동성애니 하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너희들이 살면서 이것저것 배울텐데, 교회를 떠나서 인생선배로 이야기하자면
 첫째, 이성교제는 한 명에 꽂혀서 죽자살자 매달리지 말고 여러 사람 만나봐라.
둘째, 사람이 이성으로 통제 못하는게 마약과 섹스와 도박이다. 그래서 나라에서 개인의 행위를
형법으로 금지하는 유일한 세가지다. 너희들이 나중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성적으로 판단이
가능할 때만 선을 넘어갈 수 있도록 해라.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

라고 이야기했는데...

우리반 강백호처럼 생긴 건들건들 거리는 녀석이
"아, 선생님 1학년 애들에게 섹스랑 마약이 뭐에용~"

"아...?"

"엄마한테 이를거예용~"

"시끄러~"

조용하게 듣고 있던 말없는 반 아이도 한마디

"....정말 남고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예요."

(아이씨...우리반은 다 사내들 밖에 없어서 한 이야긴데....)

하긴 고등학교1학년이면 중3하고 별 차이 없는 애들인데
내가 너무 앞서나갔다는 생각이 말을 마치자마자 들었다.
이래서 선생은 애들하고 눈높이 교육을 해야 하는 법인데
사실 다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내 잘못인가. 

...아닌데....?
난 그때 다 알고 있었는데. 
이 급변하는 세상에 내 나이 또래보다 지금 애들이 빨리 아는게 정상 아니야?
교회 다녀서 다들 착한가?
아님 이놈들 밑장빼기 중인가?

하여간 애들이 꽁시렁꽁시렁 하길래
엄마한테 말하면 주거 하면서
오늘의 성경공부를 끝냈다

-.-a 다음부터는 정말 성경만 가르쳐야겠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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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8

작은 방 한담 2011. 2. 28. 01:10
1.
사람은 지식인입네 하는 것보다 광대나 코미디언으로 사는게 훨씬 많은 걸 보고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광대나 지식인이나 별 다를 것도 없고, 솔직히 변별력도 없지 않은가. 둘 다 양복을 입혀놓으면 누가 누군지 모르는 게 세상 아닐까. 더군다나 민낯도 안 보이는 인터넷세상이라면 더하지.

그냥 적당히 나사빠진 듯 사는 게 모두에게 이로운 듯. 
하지만 현학자의 버릇을 던져버린다는 것도 쉽지는 않다.


2.
사람이 10년을 한결같기가 힘들구나.
사람에 대한 마음가짐이 난 20-30년은 가는 게 보통 기본이라고 생각했는데
짝사랑도 10년을 가지 못하는구나.

원한이 오히려 사랑보다 오래오래 머무는구나.
졸렬한 인생이여.


3.
교회 고등부에 교사들 기도제목을 지난 주 나누었다.
나랑 또 다른 선생의 기도가 가장 급했다.
둘 다 사회에서 원하는 포지션으로 가고 싶어했다.

이번 주는 한 명은 그리고 가고 한명은 그 자리를 자발적으로 포기했다.

뭐, 그러려니 한다. 어차피 갈 곳이 못되었기도 하지만
언젠가부터인가 익숙해졌다.

교회던 성당이건 불교건,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좀 낯선 광경이겠지만
어떤 갈망하는 소원에 대한 종교적인 기도행위라는 것은 주술적인 의미 이상의 것을 지니게 된다.
종교활동이라는 것은 그러한 인간욕망과 순리 사이의 조절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오성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의 개입을 목격하곤 한다.
믿는자는 기적이라고 하고
불신자는 우연이라고 하고
믿는자는 평안이라고 하고
불신자는 자기최면이라고 하지만...그것까지 내가 어떻게 단정지어서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설하고,
내 기도에 대한 응답은 20년전부터 [hold & wait] 외에 답이 나온 적이 없다.

그냥 기분 나쁠 때 생각하면 [아 X바, 기도를 하던 안 하던 같은데 왜 기도를 해야하나]까지 갈 정도인데
솔직히 모를 일이다. 영험없는 부처는 발광(發光)도 못한다고, 딱 그 꼴이긴 한데...

유야무야 그렇게 지내온 게 20년이면
차라리 북두신권을 찾아다니는 게 더 빠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뭔가 계속 소실되는 기분. 아하, 종교활동에서도 이런 기분 느끼기 시작하면
밑도끝도 없는 슬럼프로 빠져들 뿐인데.

이것도 또 다른 자기최면이 될수 있으니
오늘까지만 불평하고 내일부터는 다른 희망찬 걸 생각해 봐야겠다.


4.
예쁜 여자나 찾아봐야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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