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교사를 맡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진실이다. 아니 왜? 난 교사하면 안돼? 
그래, 안된다. 하지만 하고 있다.


사실 교회의 교육이라는 것은 성경과 교리공부지만
고등학생정도 되면 선생말 안 듣는다. 학교나 교회나 다를 바가 무어랴.
그리고 시간 많이 잡을 수도 없다. 아이들 학원 가야지 자기들 인생에 매달려야지
내가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래봤자 15분정도다. 무슨 말을 하랴.
가뜩이나 기독교가 사회적 평판도 안 좋은데 잘 나오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고등학교가 끝나고 대학부로 올라가거나 교회 청년부에 가면
교리공부는 끝. 그때부터는 정말 자기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신앙과 가치관으로 살아간다.
대학에서 많은 이들이 신앙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당연한 일이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민없는 신앙은 앙꼬없는 찐빵이다. 그 곳에서 교회를 떠나는 애들도 많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신의 섭리다. 내가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가장 오소독스하고 비정치적인 교리문답만을 가르치는 것이다.
나중에 자기들이 판단을 할 때, 최소한 비교할 수 있는 신앙적 근거를 남겨주고 싶으니까.

그런데 오늘 좀 실수했다.

창세기2장이었다. 아담과 하와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는 이야긴데...
(아이들 이런 거 이야기하면 이런 야한 이야기를 왜 하냐며 발버둥...사내놈들이)
하여간 이런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다가 혼전순결이니 동성애니 하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너희들이 살면서 이것저것 배울텐데, 교회를 떠나서 인생선배로 이야기하자면
 첫째, 이성교제는 한 명에 꽂혀서 죽자살자 매달리지 말고 여러 사람 만나봐라.
둘째, 사람이 이성으로 통제 못하는게 마약과 섹스와 도박이다. 그래서 나라에서 개인의 행위를
형법으로 금지하는 유일한 세가지다. 너희들이 나중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성적으로 판단이
가능할 때만 선을 넘어갈 수 있도록 해라.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

라고 이야기했는데...

우리반 강백호처럼 생긴 건들건들 거리는 녀석이
"아, 선생님 1학년 애들에게 섹스랑 마약이 뭐에용~"

"아...?"

"엄마한테 이를거예용~"

"시끄러~"

조용하게 듣고 있던 말없는 반 아이도 한마디

"....정말 남고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예요."

(아이씨...우리반은 다 사내들 밖에 없어서 한 이야긴데....)

하긴 고등학교1학년이면 중3하고 별 차이 없는 애들인데
내가 너무 앞서나갔다는 생각이 말을 마치자마자 들었다.
이래서 선생은 애들하고 눈높이 교육을 해야 하는 법인데
사실 다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내 잘못인가. 

...아닌데....?
난 그때 다 알고 있었는데. 
이 급변하는 세상에 내 나이 또래보다 지금 애들이 빨리 아는게 정상 아니야?
교회 다녀서 다들 착한가?
아님 이놈들 밑장빼기 중인가?

하여간 애들이 꽁시렁꽁시렁 하길래
엄마한테 말하면 주거 하면서
오늘의 성경공부를 끝냈다

-.-a 다음부터는 정말 성경만 가르쳐야겠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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