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거리

작은 방 한담 2011. 5. 7. 22:36
생활의 연속 가운데 블로깅을 하다보면
가끔씩 그냥 욕지거리를 가득 써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다.

그날 상황이 정말 내 입맛에 맞지 않게 돌아가던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 자신이 굉장히 처량하고 초라하게 느껴지는데 세상은 어시스트 하나 안하고 혼자 드리볼을 하고 있다는 심정이 들 때 그렇다.

하지만 감히 할 생각은 못하는게
내 블로그를 나만 보는 게 아닌 것이 첫째고,
내가 블로그를 읽는 사람들 기분까지 덩달아 망칠 이유가 없음이고
그렇게 욕지거리를 써 봤자 내 격만 떨어질 것 같은 것이 마지막 이유다.

그렇다고 일기에는 쓰느냐.
가끔은 쓰지만
며칠 지난 뒤에 읽어보면 왜 이런 욕을 써 놨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그것도 안 한다.
사건경과를 일일히 기록하고 유추해서 "그래서 그 XX가 나쁜놈이야"라고 기록해 놓은 일기도
몇개 있긴 하지만 그건 이미 이성을 지니고 기록한 결과물이니까 화가 나서 쓴 욕지거리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욕이라는 건 그 순간에 사람의 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한 방어수단일 뿐이다.
길게 끌어 갈 것도 없고 기록으로 남길 것도 없다.
말 그대로 허공에 흩어져야 할 음성이다.

난 욕하는 걸 별반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꾸준히 열심히 하다보면 흡연처럼 습관이 되겠지만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줄이는데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 없을 때 혼자 해야지
들으라고 하는 건 스파링을 위한 몸풀기의 시작일 뿐이다.

그래서 예전부터도 
조상님들이 안 듣는데서는 임금욕도 상관없다고 하신 모양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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