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해당되는 글 218건

  1. 2009.09.30 오랫만의 새벽에 6
  2. 2009.09.29 9월 단상
  3. 2009.09.26 9/26 가볍게 쓰는, 혹은 가볍지는 않은 잡설
  4. 2009.09.25 2009/09/25 4
  5. 2009.09.22 스페인 마녀재판소 2
  6. 2009.09.21 bachelor
  7. 2009.09.16 2009/09/16 8
  8. 2009.09.10 올망졸망 회사이야기 4
  9. 2009.08.25 제대로 만든다는 것 4
  10. 2009.08.20 아니-.-+ 8

1.
첼로팬의 포스팅을 보고나서
오랫만에 구석에 박아두었던 백건우의 라흐마니노프를 꺼내서 들어보고 있는 중.

사실 사다보니
백건우판으로 라흐 피아노협주곡이 1,2번이 있고
정작 3번은 아쉬케나지것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백건우판 1-4합본판을 하나 더 가지고 있을 걸 하는 생각도 든다.
두 거장의 스타일을 비교해 볼 수가 있을텐데.

2.
가끔 3시를 넘겨서 깨 있으면 신문을 집 앞에 떨구고 가는 소리가 들린다.
정작 신문은 받으면서 펴 보지 않은 지 꽤 된다.
신문을 젖히기가 겁나는 세상. 내가 보는 것은 조중동도 아닌 판에.


3.
이상한 일이지
밤이 시작되고 깊어갈 즈음이 되면 참 외로운데
밤이 엶어지고 새벽이 오는 것을 느끼면 외로움은 사라지니.

그래서 80년대 댄스의 여왕 김완선은 일찌기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라고 말했던 것이리.

[고요하여라 나의 마음이여
여명이 밝아질 때까지 고요하여라.]라고 칼릴 지브란이 말했던 것처럼.

자기 전에 성경이나 잠시 보고
쪽잠으로 마지막 9월의 날을 시작해 볼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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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단상

수련장 2009. 9. 29. 01:57
날이 지고 다시 새벽이 온다.
사람들은 오늘 자면 내일 아침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러할까.

오늘 자는 이들중에 내일 아침을 보지 못할 이는 내 어림짐작보다 많을 것이다.
어느 날이런가 나도 그 알지 못하는 모임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 [어느 날]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까운지 모르기에 우리는 이렇게 여유롭게 사는 것이겠지만.

군대시절 강박관념처럼 지니고 있던 단상 하나가 있었다.
[난 내일 사고로 죽을지도 모르고, 오늘 자다가 죽을지도 모른다]
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지만 하여간 26개월을 그런 강박관념속에서 보냈다.
그도 그럴것이 군대있는 동안 사회에서 내 친구들이 두명이나 죽었으니.

그렇게 살다보니 군생활에 남겨놓은 물품이 하나 없다.
남들은 제대할 때 더블백 하나 짊어지고 보따리 하나 더 짊어지고 나오던데
난 몸뚱이 하나 일계장에 맞추고 그냥 걸어나와 버스를 타고 (부대 앞에 서울가는 버스종점이 있었다. 으히!)
집에 덜렁 돌아왔다. 26개월간의 일기 외에 아무것도 남긴 게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질박했던 것 같다.
아무런 미련을 두지 않고 살았더랬다. 그렇게도 살 수 있었다.

벌써 9월이 지나고 10월이 돌아온다.
이룬 것보다는 미뤄놓거나 완성되지 않은 것들이 많고 언제 가능할지 요원한 것도 있다.
머리가 가끔 아팠다. 이루어 진 것이 없는 실망감이 그 첫째일테고
기대함때문에 커진 두려움 탓이었으리라.
누구 말마따나 쉽게 부서져 버리는 것이 사람의 희망과 행복이다.

사람은 가진 것에 절망하지 않고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것에 절망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인생으로 태어나 앞에 나 있는 길을 걸어가지 않으리?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과 닥칠 일에 대한 각오가 서 있는 것과는 분명 의미가 다를 터.
나날에 대한 충실함에 다름없을 것이다. 그 가운데 내가 소망하는 것이 있으면 더욱 좋은 일이고.

설사 소망하는 것이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이 부숴질까 전전긍긍하지도 말아야겠다.
아직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내일이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고
무엇보다 미래의 영역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므로.

이러다보면
자유로와지거나 충족되거나
둘 다 아니면 최소한 내 정신이라도 살아남지 않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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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음악감상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기자재에 관심을 쏟는 유형이 아닌지라
(사실 기자재에 대한 정보취득이 게으른 전무(全無)한 면이 더 심함...)
유야무야 하다가 지난 주 첼로팬이 스피커 업어오는 거 도와주다가 낼름 첼로팬 집에 있는 것들을
데리고 와 버렸습니다. saga앰프 (SA-20).psd라면 호사를 넘어 과분일 듯. 거의 앰프다운 앰프를
사지 않았던 제게 순식간에 몇 계단 뛰어올라간 음질을 선사해 주더군요.

Carat-HD1V도 그렇고...저기에 맞추겠다고 순간 눈에 뒤집혀 사버린 젠하이저 헤드폰도 그렇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책상이 저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요즘 저녁에 하는 일은
[레옹]에서 게리올드만이 약 먹고 어버버버하는 표정으로 헤드폰을 끼고 천장 쳐다보고 있는게 주업입니다.

2.

소원을 말해 보슈. 날 지니라고 치고...



3.
내일은 제가 좋아하는 후배의 결혼 1주년입니다.
전 그 날. 그러니까 1년 전 내일 그 자리에 가서 접수를 봤더랬습니다.

한편, 전 그 때 가정에서 내홍을 겪고 있던 때였지요.
원래는 둘이 가야 할 장소에 혼자 가서 (그것도 가장 먼저 가서)
아직 신랑 신부도 오지 않은 식장 앞 접수대에 앉아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아는 놈들이 많이 들어오는지...^^;;

레온까발로의 [팔리아치]에 다를 바 없었습니다.
속으로는 시꺼멓게 타들어가는데 겉으로는 이거 웃어줘야하죠.
어쩔 수 있나요. 내 결혼식도 아니고 좋아하는 후배 결혼식인데
거기서 인상 꾸기고 서 있으면 뭔놈의 결례란 말입니까.

사람들도 번잡하게 많이 왔고 접수도 늦어지고 해서
식장에는 정작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접수대 뒤로 들리는
목사님의 결혼축하 설교를 듣고 있었습니다.

정말 그 때 많은 걸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뭔가 개과천선이라던가
회개라던가 그런 유형의 깨달음이 아니었죠. 물론 그 당시에야
미칠 노릇이었습니다만...아, 삶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랄까요.

사람이 죽을 때가 있고 살 때가 있고 이별할 때가 있고 만날 때가 있고
뿌릴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다는 [전도서]의 말씀처럼 말이죠.
(그래서 헛되고 헛되다는 말씀으로 끝납니다만...)

마치 육신은 땅바닥에 있는데 시선은 하늘에 붕 떠서 절 내려보는 기분이 들더군요.
[어떤 것에도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지극히 불교적인 생각이 교회에서 들었던
시점이었습니다. 물론 기독교도 마찬가지 논지가 흐르긴 합니다만.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그 후배는 제가 결혼식장에서 고군분투(?)한 덕에 잘 살고 있습니다.
물론 그 녀석의 심지가 굳고 제수씨가 현명하니 그런 것이죠. 앞으로도
잘 살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잘 살 커플입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저는 돌아보니
참 많은 일들이 접혀진 책장처럼 하나하나 포개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그래도 엄연히 살아있고요.

오늘은 아직 하늘이 푸르네요.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합니다만.

가을입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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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5

작은 방 한담 2009. 9. 25. 20:32

1.
정말 고양이를 길러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까지 타인에게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뭔가 굉장히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뼛속까지 들고 있다.


2.
새벽에 한 차례씩 깨어서 창문을 닫게 될 만큼 날씨가 급변했다.
딱 이 맘때, 아파트에서는 난방에 관심이 없고
날씨는 내 몸에 관심을 두지 않는 딱 이 몇 주간의 기간이
사람을 감기들게 만드는 최적의 기간이다.

이럴 때 조심해야지. 잘못하면 요즘같이 살벌한 시기에
재수없는 병 걸리기 십상인데.


3.
때가 좋으면 몸이 말을 안 듣고
몸이 괜찮으면 때를 놓친다.

모사재인 성사재천 (謀事在人成事在天)

참 좋은 말이라기보다
옛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으면 저런 고사를 남겼을까 싶다.


4.
추석이 낼 모레 코앞인데
어째 이리 주머니는 날아갈 듯 가벼운게냐!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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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어본 뒤에 찾아보니 이 책은 대학교재용 텍스트였던 모양이다. 출판사가 모 대학으로 되어 있었다.  사실 나도 개인적인 지식의 습득용으로 사 본 것인지라 출처와 독자의도가 잘 맞아떨어진 케이스다. 생각보다 꽤나 통사적인 내용이 얇은 책 안에 들어있었고 전부는 아니지만 내가 원하던 내용을 찾아볼 수 있어서 만족했다. 만원도 안 되는 책에서 뽑아낼 것이 이 정도 된다면 정말 훌륭한 것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으면서 뭔가 불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저자는 나름대로 스페인통으로 불릴만큼 대한민국에서는 스페인에 정통한 분같고, 역사적이나 종교적인 고찰내용을 보더라도 기독교와 전혀 연이 없는 분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읽으면서 뭔가 꺼림직했던 것은 은근하게 풍겨오는 종교재판소에 대한 옹호론이었다.
 
사실, 이성적 고찰과 당시 역사, 그리고 문헌의 통계를 통해 과장된 역사를 털어버리는 것은 역사학자들에게 당연시 되는 항목이다. 저자는 스페인종교재판소의 공포와 악명이 후대에 의해 조작되었고 훨씬 신사적이고 이성적이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북유럽의 광적인 마녀재판과는 다르게 근대적인 재판과정과 조직을 통한 판결들이 이루어졌고 극형까지 간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후대에 의해 악랄하게 조작된 사료들에 의해 악명이 높아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약 200년간 34만명이 희생되고 12000명이 화형을 당했다는 것은 거짓이며 객관적 문헌에 의해 파악을 해 보면 약 7만명의 희생에 1300명 정도의 화형만을 집행했다는 것이다.

하긴 15세기초 조선시대에는 언도되는 형의 90%가 사형이었다는 기록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그에 비해 스페인은 좀 인본주의적인 태도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신의 말씀으로 일하는 종교재판소가 광신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은 특기할만한 사안이다. 하지만 200년간 7만명이 죽은게 적은건가? 1년에 평균 350명이 죽었다는 이야긴데 [주일은 쉽니다]를 해보면 거의 하루에 한명씩 죽어나갔다는 이야기다. 물론 스페인은 광활하고 중세의 야만성을 접해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싶은 대로 창해일속의 숫자일지 모른다. 하지만 일단 그들은 그렇게 죽었지 않은가.

스페인이 고향인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알라트리스테]시리즈를 봐도 종교재판소이야기만 나오면 등장인물들이 오줌을 질질 싼다.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건 실제가 아닌 이미지다. 본향 사람이 저렇게 생각하고 글을 쓸 정도면 말 다했지. 우리가 거기에 대해서 옹호론을 펼치는 것이 더 웃길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것이 혹 과장된 위협이었다 치더라도. (아, 이건 개인적인 감상이지 역사학자의 도리는 아닐 것이다. 난 역사학자는 아니니까)

하지만 이 책은 나름대로 철저한 객관성을 담보로 써 나가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에 후한 점수를 줘야겠다. 종교재판소가 생각보다 점잖은 곳이었다는 것에 뭐라고 반박할 도리는 없잖은가? 더군다나 이런 내용을 한국인이 한국인을 위해 써 준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머리가 땅에 닿도록 감사를 드리고도 남을 지경이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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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helor

작은 방 한담 2009. 9. 21. 00:30
어떻게 살고 있냐는 동네교회후배친구의 질문에
나는 웃으면서 다 이야기해주었다.

결국 듣는 사람이 당혹스럽고
말하는 나는 웃을 수 있더라.

상을 당해도 6개월정도 지나면 다시 웃을 수 있는게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경험해보라고 권장할 짓은 못 된다.
죽는게 낫지.

감정은 가고 흉터는 남는다.
Posted by 荊軻
,

2009/09/16

작은 방 한담 2009. 9. 16. 20:26
1.
 동네 작은 동물병원에 누워있는 회색 스트라이프 스코티시폴드를 구경하다가
 하도 귀여워서 수의사께 물어봤죠. 얼마에 분양을 하는지
 스코티시폴드는 120. 옆의 털복숭이 친칠라들은 70씩 한다더군요.
 
 비싸대요.
 생명에 값을 매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동물병원 바로 앞에는 쓰레기를 줏어먹고 사는 길냥이들이 돌아다닙니다.
 
사람은 스스로뿐만 아니라 자신과 관계되는 모든 자연물에 족보를 매기고
그것에 의해 임의로 가치를 부여하죠.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세상이 지속되는 한?



2.
만원도 안 주고 데려온 우리집 소라게 가츠가
드디어 모래를 파헤치고 다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참호 속에서 돌격을 기다리는 병사처럼 모래 위로 발들만 가지런하게 내 놓고 있군요.

저 놈을 보면
세상엔 못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사의 기로를 넘나든 것도 제가 아는 것만 대여섯번 째 됩니다.

하...저련 녀석이 사람으로 태어나서 내 꼬붕이면 얼마나 좋을꼬. 평생이 든든할텐데.



3.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돈독오른 사람]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종류를 좀 세분화하라면
[돈독오른 서른 줄 안 된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솔로 아가씨]같습니다.

오늘 이런 사람 하나 만났네요.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만났는데
저한테 돈에 대한 소재책임과 현물이 있었다면
아마 절 시체로 만들고라도 돈을 가져갈 것 처럼 보였습니다.

@.@ 공포스러웠어용



4.
요즘 Bun이 꽤나 인기를 끌고 있더군요.

맛있어보여서 Bun을 산 다음에
아침으로 드립커피와 함께 먹어봤는데

식도- 직장간 4차선 고속도로를 개통시키더군요.

확실히 전 그냥 떡을 먹던가 생식을 먹던가 해야겠어요.

그나저나 가을이군요. 햇볕이 따갑지가 않네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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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주일 날밤을 까면서 한 PT작업이 어제 심사에 들어갔고 보기 좋게 미끄러졌습니다.
   저야 하루에 최소 2-3시간 정도는 잤으니 상관없습니다만 디자이너들은 거의 2주 가까이 잠을 안 잤다고 봐도
   되겠지요. 예전 70년대 군사정권이 안재우는 고문을 했다던데 우리 디자이너들이 그 당시 반독재운동을 했으면
   참 잘 했을 겁니다. 형사들이 먼저 뻗었을걸요.
   말은 이렇게 해도 솔직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살다보면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는 말을 한 놈은 아무래도 권력의 개가 아니었을까.


2.
 아무리 열심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쏟더라도 안 되는 때는 뭘 해도 안되는 겁니다.
 일이던 돈 버는 일이건 연애를 하는 일이건 말이죠.
 여자와 연애에 골인 할 시간에 로또에 5천원을 더 투자하는게 시간대비 효율면에서는 훨씬 월등합니다.
 우리는 그걸 모두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끝까지 하면 분명히 빛을 본다!]라는

 또다른 신앙을 가지고 사는거죠.
 40일 단식기도 하고나면 아들이 대학에 붙는다는 거하고 다를 바 없는 기복신앙입니다.
 그런데 위에 전술한 내용은 사람들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더군요.

 제가 봤을 때는[아무리 열심히 끝까지 해도 안 될 일은 죽을 때까지 안 된다]가
 세상사는 진실이거든요.


3.
그런데 1,2번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기획자의 마인드입니다.
정작 디자이너들은 심드렁해요.
[안 되었으니 다음에 또 하면 되지]
라는 거죠.
안 되면 리뉴얼하고 다시 리뉴얼하고 리뉴얼하면 되는 거라는 겁니다.

밤을 샌 당사자들이니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제가 성격이 워낙 급해서 그럴 것일수도 있죠.

같이 있다보면
7주일 밤을 꼴딱 새고 줄담배를 피워대던 사람들은 아무런 인생걱정 안하는 반면에
난 왜 걱정을 하는 거지? 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모르죠.

열심히 끝까지 하면 성공한다는 인생의 신앙에서 강림하는 기적을 체험했다거나
그렇게 살아왔다거나 그것이 오직 하나의 길이라는 것을 믿거나
아니면 진짜 그것이 진리이거나

아니면
길이 이것밖에 없으니 그냥 마소처럼 벼랑까지 묵묵히 가거나.

둘 중의 하나일지도.

4.
전 저 뿐만 아니라
인생 자체를 의심하게 되어버려서
어쩌면 인생의 진리를 알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마는 예수님에게 [선생님의 손바닥에 난 못자국과 옆구리의 창자리를 보지 않으면 못 믿겠습니다]
라고 해 놓고 정작 보지 않고 부활하심을 믿었지만

전 봐도
[뻥치시네]
라고 할 것 같아요.

사람이 좀 많이 팍팍해져 버렸네요.
Posted by 荊軻
,

샐러리맨들의 점심식사라는 것이 실상은
난로에 장작깨비 집어 넣듯이 대충 위장에 퍼 넣게 되는 것이 상례입니다.
그러다보니 그냥 무난한 식당 찾아가는 게 일이 되죠.
맛집이라는게 존재하긴 합니다만 실상 맛집이라는 것이 특별한 메뉴로 승부하는 게 다반사니까요. 

그런데 어쩌다 가끔은 특별한 집이 있습니다.
주 메뉴가 아니라 밑반찬이 맛있는 집들이 있죠.
먹다보면 밑반찬으로 밥 다 먹고 주 메뉴는 배부른 상태로 멀뚱멀뚱 기다리는 집.
 
올 칼라 레드로 땜빵된 반찬이 아니라 형형색색의 반찬에
'아, 이 집 주인은 반찬까지 제대로 만드는구나' 하는 곳이 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그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만들고 무치고 버무리는데 손맛까지 들어가려면
정성이 없이는 곤란할 겁니다.

타고나기를 천상의 손맛과 미각이 있어서 손을 대는대로 걸작이 나오는 식신(食神)이 아닌 담에는
먹을 물건에 대해서 함부로 하지 않겠다는 정성과 자존심 아니겠습니까.

모든 게 마찬가지일 겁니다.
퇴고를 수십차례 거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글이 나오기힘들 겁니다.
스티븐킹은 퇴고할 때 '원본의 10%는 버린다'라는 각오로 글을 정리한다고 하죠.

저희 회사도 단가를 일정비율 아래로 치면 일을 안 받습니다.
돈이 안 되서 못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디자인의 자존심을 돈 몇푼에 넘기지 않겠다는 생각도 분명 있으니까요.

빨리빨리 쉽게쉽게
넘길 수 있는 곳은 넘기고 마는게 현대 사회의 단편이라지만
뭔가 제대로 된 것을 보이려면 끝까지 사람이 가지고 가야 하는 게 있긴 합니다.
개인의 자존심이건, 사람에 대한 정성에서 출발하건 간에.

* 점심을 다 먹고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붙잡고 물어봅니다.
   " 오늘 청국장 짜지 않았어요?"
   " 아니오. 맛있었는데요."
   " 그래요? 아까 내릴 때 간을 보니까 좀 짜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output이 다른 쪽은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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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투덜투덜 2009. 8. 20. 17:12
길을 걷고 있는데 어떤 인상 좋은 아줌마 한 분이 쪽지를 내민다

"이거 한 번 받아보세요"

초록색 쪽지에 츄파춥스가 붙어있었다. 오. 이게 웬일이냐.

그런데 이 쪽지는 뭐야?

[탈모. 두피 전문관리센터 XXXXX]

.....


-.-+ 이 아줌마 어디갔어?


아주머니는 사라진 뒤였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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