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단상

수련장 2009. 9. 29. 01:57
날이 지고 다시 새벽이 온다.
사람들은 오늘 자면 내일 아침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러할까.

오늘 자는 이들중에 내일 아침을 보지 못할 이는 내 어림짐작보다 많을 것이다.
어느 날이런가 나도 그 알지 못하는 모임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 [어느 날]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까운지 모르기에 우리는 이렇게 여유롭게 사는 것이겠지만.

군대시절 강박관념처럼 지니고 있던 단상 하나가 있었다.
[난 내일 사고로 죽을지도 모르고, 오늘 자다가 죽을지도 모른다]
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지만 하여간 26개월을 그런 강박관념속에서 보냈다.
그도 그럴것이 군대있는 동안 사회에서 내 친구들이 두명이나 죽었으니.

그렇게 살다보니 군생활에 남겨놓은 물품이 하나 없다.
남들은 제대할 때 더블백 하나 짊어지고 보따리 하나 더 짊어지고 나오던데
난 몸뚱이 하나 일계장에 맞추고 그냥 걸어나와 버스를 타고 (부대 앞에 서울가는 버스종점이 있었다. 으히!)
집에 덜렁 돌아왔다. 26개월간의 일기 외에 아무것도 남긴 게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질박했던 것 같다.
아무런 미련을 두지 않고 살았더랬다. 그렇게도 살 수 있었다.

벌써 9월이 지나고 10월이 돌아온다.
이룬 것보다는 미뤄놓거나 완성되지 않은 것들이 많고 언제 가능할지 요원한 것도 있다.
머리가 가끔 아팠다. 이루어 진 것이 없는 실망감이 그 첫째일테고
기대함때문에 커진 두려움 탓이었으리라.
누구 말마따나 쉽게 부서져 버리는 것이 사람의 희망과 행복이다.

사람은 가진 것에 절망하지 않고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것에 절망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인생으로 태어나 앞에 나 있는 길을 걸어가지 않으리?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과 닥칠 일에 대한 각오가 서 있는 것과는 분명 의미가 다를 터.
나날에 대한 충실함에 다름없을 것이다. 그 가운데 내가 소망하는 것이 있으면 더욱 좋은 일이고.

설사 소망하는 것이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이 부숴질까 전전긍긍하지도 말아야겠다.
아직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내일이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고
무엇보다 미래의 영역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므로.

이러다보면
자유로와지거나 충족되거나
둘 다 아니면 최소한 내 정신이라도 살아남지 않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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