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300건

  1. 2009.11.09 2009/11/08 소사 4
  2. 2009.11.05 연(聯)
  3. 2009.10.24 책을 잔뜩 펼처놓았는데 2
  4. 2009.10.22 세상사는 에로에로한 이야기 10
  5. 2009.10.19 스테이크를 구웠다 6
  6. 2009.10.14 2009.10.14 한담 4
  7. 2009.10.14 밥벌이의 지겨움 5
  8. 2009.10.14 memory
  9. 2009.10.12 고민하지 말고
  10. 2009.10.11 서점에서 2
1.
비몽사몽간에 일어나서정말 오랫만에 목적성을 가지고 교회를 찾았는데
설교의 내용 자체가 생각하는 지향점과 맞아떨어짐을 느끼면서 집에 왔다.

사실 우리가 찾는 행복함과 기독교의 축복이라는 것에 대한
괴리감이 지속되었던 바, 오랫만에 그 내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온 것이랄까.

성경의 복은 자본주의의 복이 아니라는 것에 공감하던 하루.


2.
추억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사람이 아닌 공간에 대한 추억이 남아있다는 것은 더욱 그렇다.


3.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씻고 잠이 든다.
이거면 충만하고, 좀 더 욕심을 내 보면
뭔가 하고 싶은 말을 어디엔가 옮겨 적으면 값진 하루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치유한다.

참 좋은 말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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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聯)

투덜투덜 2009. 11. 5. 19:21
사람은 모두 머리 위에 하나씩 가느다란 끈을 매달고 살아
나이를 먹고 여기저기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어느 순간 그 끈이 얽혀서 떨어지지 못하는 이를 만나게 된다.  

내가 잘나서도 아니고 그가 잘나서도 아니며
순전히 어쩌다 만나는 우연의 총합으로 얽히게 된 실의 운명에 대해서 우리가 뭐라 가타부타 말할 수 있으랴.

얽힌 것이 종내 마뜩지 않아 서로 힘 줘 끊어버리고 다시 다른 이와 맞닿을 것을 희망한다 해도
그것이 또한 얽힐지 지나칠 지 누가 그것을 알 수 있으랴

또한 천지가 뒤집힐 만큼 거센 태풍이 불어온다 하더라도 끊기지 않을만큼 강한지, 혹은 어린 아이의 숨결에도 끊어질 만큼 약한지 누가 그것을 알 수 있으랴

세상의 시종은 예정되고 순리대로 향한다 치더라도
사람의 제 갈 길 운명은 서로 맘먹은 대로 뿐 아니라 그가 아무런 생각없이 내 딛는 발걸음 하나와
아무런 의식없이 내 뻗은 손길 하나와 우연히 고개돌린 방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그것을 누가 알 수 있으랴

인간의 두루뭉침은 성질도 없고 모양도 없고 색깔도, 빛도, 맛도 없이 시시각각 변하며 화내고 사랑하고 애태우며 끌어안고 밀쳐내며 미워하며 슬퍼함이 한없고 다함없고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고통스럽고 행복함이 명운이 다할 때까지 계속 되나니 이것은 원래 태어남의 한계요, 머리를 쓰는 동물의 미몽이요, 자고함을 지닌 자의 철없음아닌가.

나는 아침에 일어나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얼마나 많은 순간을 기뻐하며 슬퍼하고 증오하며 사랑하며 궁금해하며 살고 있는가. 이 모든 것들이 내 생이 다 할 때까지 시종일관 계속 될 것이며 인연이 다른 이와 맞닿는다면 그로인해 또 기뻐하고 슬퍼할 것을 아나니 과연 이것은 어떻게 내가 다루어야 할 문제인가.

언젠가는 누군가와 또 다시 부딪혀 연이 얽힌다 해도 그가 누군지도 모르거니와 그것이 언제가 될 지도 모르거니와 그와 어떻게 될 지도 모르거니와 한가지 아는 것은 그 모든 와중에도 인간의 오욕칠정은 불같이 일어나며 연기처럼 사라질 것을 아나니 이 또한 어찌 다루어야 할 문제인가.

차라리 홀로 독처하며 홀로 거하는 것이 모든 일의 시종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최소한 옷에 달라붙는 먼지처럼 수북한 감정들을 훌훌 털어내 버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사람은 그러지 못하나니 
인생은 사람이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우연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골방에 틀어박혀 소식을 전폐한다 해도 사람의 끈은 질기고 유장하며 절대 홀로 유지할 수 없음을 또한 아나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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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펼쳐 놓은 책을 읽지 않아도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펼쳐 놓은 책을 읽으면 뭔가 즐거울 것 같기도 하고
읽으면 삶에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읽지 않고 그냥 방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도 그만이다.

어찌되었던 나는 나고
시간은 흐르고
인생은 내가 아는 바 대로 흘러가지 못하며
내가 아는 것은 극히 미미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펼쳐놓는 것은
아쉬움이거나
미몽이거나.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의 정말 추리고 추린 몇 가지는
내 일생을 통해서 평생 같이 흘러가게 되는 중요한 것이지만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 것 중에
참으로 많은 것들이
오랫동안 나와 함께 머무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게 내 손에 소중하게 꼭 움켜쥐고 있는 보석인지
아니면 발에 채이는 조약돌인지
알 수가 없다.

나중에 죽은 뒤에 누군가 내 손을 펴 보면
그 속에 조약돌이 들어있을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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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내가 말유 그제께 모텔앞에 차를 대 뒀는디 50대 남자와 40대 여자가 나오더란 말이유.
그러더니 내 차를 타드니 여자를 먼저 내려주고 남자는 자기 집으로 가자더라고. 이게 뭐겄슈? 
부부는 아니라는 말이지. 그러더니 도둑놈이 지 발 저린다고. 남자가 슬금슬금 내 눈치를 봐, 말도 안 시켰는데 말을 하더란거쥬. 아주 아줌씨때문에 죽겄다고.
어쩌다가 나이트에서 만나서 만리장성을 쌓았는디 한 눈에 통했는지 하루가 멀다고 불러낸다는겨.
사연을 들어보니 참 그 아줌마 남편이 안됐슈. 어디 뻑적지근한 기업 중역이라는데 매일 퇴근을 새벽에 하고 새벽에 출근을 하는 거유. 그러니까 아줌마가 비구니요? 그럴 순 없는 게지. 그렇다고 같이 다니는 이 아저씨는 팔랑이 백수냐. 그것도 아뉴. 이 아저씨도 나름대로 잘 나가는 회사 중역이더라고. 멀쩡하게 가정도 있고!

- 그런데요.

- 아 손님, 아 아줌마가 그렁께 눈이  아저씨랑 맞아가지구 남편에게 해 줄 내조를 다 아저씨에게 해 준다는규. 우리나이 되믄 원래 기가 허해지구 그러잖우. 남자가 그냥 돌아다니느 것도 피곤해유. 건디 방사까지 해 봐유. 그러니께 아줌마가 아저씨 붙잡아다 좋은건 다 먹인다는거유. 지 서방도 아닌디.

- 재미있네요

- 아 재미가 뭐예유, 맨 처음이야 불장난 좋아구 하쥬. 그게 나중에 되면 감당이 안 되는 법이유. 알다시피 우리 나이쯤 되믄 그런게 많이 들잖유. 지같은 경우도 그런 일 많이 봐유. 한디 그게 다 정신 나간 짓이유. 사람이 그 순간에 지조를 잃으면 안되는규. 그럼 나중에 정말 피곤해지는규. 

- 그렇겠죠

- 그럼유. 사람은 지조를 지켜야 해유


이젠 아주 식상해서 에로영화에서도 안 쓰는 클리셰가 엄연히 세상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풍문으로 들어올 정도로.

* 하지만 이 이야기의 포인트는 그것이 아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택시기사 아저씨는 내가 같은 나이또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길.....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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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를 구웠다

수련장 2009. 10. 19. 21:31
버터를 넣었다.

구웠다.

냄새가 좋았다.

"어미의 젖으로 자식을 굽고 있구나"

갑자기 든 생각.

그래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먹었다.

인간이란 원래 살성(殺性)을 타고 난 짐승 아닌가.

내가 뭐라고 혼자 격조있게 말한다 해서 칠정육욕을 다스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얄팍하니 있는 척 고상한 척 사는 도리밖에.

만물이 무르익고 땅으로 떨어질 것은 떨어지는 
가을이로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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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4 한담

작은 방 한담 2009. 10. 14. 23:13
1.
사람이 몸이 안 좋으면 괜시리 조급해지고 짜증을 내기 마련입니다.
목감기가 코감기로 환승하려는 찰나인데, 괜시리 옆 사람들을 짜증나게 한 게 아닌지 모르겠군요.
그래서 몸 안 좋은 노인네들이 며느리들을 달달 볶는건지도..ㅎㅎㅎ

몸이 안 좋을수록 그래서 혼자 조신하는 버릇을 들여야 하겠습니다.
가장 좋은 건 아예 예방을 하는 겁니다만

어째 1년에 딱 이 기간에 목감기가 걸리는 걸로 봐서 시간형 바이러스인 모양입니다.


2.
도이치 그라모폰 111주년 CD를 결국 사고 말았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안 들을 것 보다 들을 것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이 기회에 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54년인가 녹음한 오이스트라흐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듣고 있습니다.
좋군요.
비단 오이스트라흐가 아니더라도
이 곡은 사람에게 인생에 대한 도전의식을 다시 열어주는 노래입니다. 듣고 있으면
저절로 눈물이 나는....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물씬 올라오네요.

클래식은 멀리하고 싶어도 이래서 멀리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
얼른 노래를 듣고
부타양 말대로 XX은단에서 만든 비타민 1000mg을 먹고 훌쩍 잠이나 들어야겠습니다.

한 때 열렬히 사모했던 비비안 리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벌써 내일이면 10월 보름입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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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지겨움

투덜투덜 2009. 10. 14. 16:48
추석은 지났지만 여전히 홀쪽한 회사와 개인의 지갑은 부풀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랫만에 고지서를 돌리고 받아내야 할 돈을 수금하러 분주하게 다녀본다.
물론 계산서 받는 쪽에서 돈을 곱게 줄리는 만무하다. 그 쪽도 우리쪽하고 사정이 다를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쩌랴. 어느 만화대사처럼 [마른 오징어에서 액기스를 짜내더라도] 돈은
받아내야 한다. 그게 올 한달의 끼니를 때우게 해 줄 것이니.

정작 갑에게서 받아내는 돈은 다른 데 쓸 데가 있다. 빚잔치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갑은 을의 마진을 더 이상 고려하지 않으려 하고
제조업체는 원가가 올랐기 때문이며
우리는 애초부터 갑에게 최소한의 마진으로 장사를 했기 때문이다.
때가 맞지 않고 결재가 미뤄지면 빚은 쌓인다. 
방만한 경영때문에 생기는 것 만은 아니다.

제조업체는 우리에게 징징댄다. 죽겠다고.
죽지 말라고 돈 줄 것이다.
갑은 우리에게 깍은 돈을 줄 것이다. 어쩔 수 없다고
우린 어쩔 수 없다는 거 아는 척 하고 받을 것이다.
그거라도 받아야 먹고 살지 않겠는가.

죽는다고 징징대 봤자 돌아오는 건 다른 경쟁자들의 웃음 뿐이다.
갑 아래 대기한 하이에나 같은 을들 사이에서 살아나가는 건 오직
겉저고리 하나 입어도 쿨하게 보이는 것 뿐. 굶어 죽어도 버텨야 가오가 산다.

그렇게 10월의 중순을 보낸다. 박정한 나라는 세금을 내라고 독촉이고
복지를 위해서 쓴다는 연금은 어떤 미친 개놈의 늙다리가 환율 방어한다고 다 처발라놓고
더 내라고 X랄을 떤다. 내 밥상에 젓가락 하나 올려 놔 주지 않는 주제에.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참으로 지겹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사람은 애초에 돈이라는 물건을 만든 것이 실수가 아니었을까.

꼭 누군가는 이런 글을 쓰면 먹고 살 만한 놈이 징징댄다고 초를 치더라만...
지금 상황에서는 충분히 징징댈 만하다 느껴서 글을 쓴다.
솔직히 먹고살만하다는 게 뭔 소린지도 모르겠고.

몸뚱이가 골골거리니 만사가 짜증나 이러는 걸지도 모르겠다.
진실로 지겨움이 물밀듯이 몰아치는 순간, 10월 중순의 어느 저녁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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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y

투덜투덜 2009. 10. 14. 09:13
10월 6일 웨더톱 아래에서 나즈굴의 칼에 찔리고
서역으로 갈 때까지 매년 그 상처로 같은  날 고통을 받다.


- 프로도 배긴스 -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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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지 말고

수련장 2009. 10. 12. 23:05
"할 수 있는 일은 고민하지 말라"고 친구가 말해줬다.

그러고 보면 고민이라는 것은
내가 하지 못하는 일에 대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고민이 아니라 결단의 우왕좌왕이라고 하는 게 나을지도.

사실 그렇지 않은가 인간세상이라는게
이 일 해보고 안 되고
저 일 해보고 성사되고
그러다가 저러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면
나름대로 틀이 잡혀서 각자의 색깔을 띄는 거겠지.

맞는 말이다.

주변 사람들만 성가시게 하지 않는다면야 이것이 정답.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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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수련장 2009. 10. 11. 00:47
오랫만에 아는 후배와 점심을 먹고 근처 서점에 들려서 책들을 보았다.
형형색색, 요즘 책들의 껍데기들은 왜 이리도 아름다운 것이냐.

예전에는 엄두도 못 냈을 부분코팅과 별색인쇄
그리고 수입지가 틀림없어 보이는 두툼하고 부드러운 겉지까지 보다보면
그런 책이라는 것은 요염하기 그지없는 미인과 같으니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기도 전에 덥썩 손에 넣고싶은 충동마져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군계일학이나 홍일점같아야 맛일진대
모든 책들이 다 자신의 겉태를 뽐내고 있으니 그야말로 난형난제요 오히려
고르기가 쉽지 않다.

멀리서 쳐다보면 썩 쉽게 손이 가는 책이라는 것을 찾기가 힘들다.
나이를 먹어서 교만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하여간 요즘 상황이 그렇다.

무언가를 읽고 느끼고 모르던 것을 알고 싶지만
또한 원치 않는 것을 읽을 필요가 있겠냐는 얄팍함도 같이 있는 모양이다.

세상에 읽어서 독이 되는 책이 몇개나 있겠는가.
맘에 와 닿지 않으면 다시 집지 않는 것이 책이라는 것이니
책이 가진 무의미함보다는 그 책에 투자한 돈의 무의미함을 두려워하는 것이겠지.

어쨌거나
스스로 채워지는 것도 없이 교만해 질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고 돌아왔다.

결국, 책은 사지 못했던 것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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