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聯)

투덜투덜 2009. 11. 5. 19:21
사람은 모두 머리 위에 하나씩 가느다란 끈을 매달고 살아
나이를 먹고 여기저기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어느 순간 그 끈이 얽혀서 떨어지지 못하는 이를 만나게 된다.  

내가 잘나서도 아니고 그가 잘나서도 아니며
순전히 어쩌다 만나는 우연의 총합으로 얽히게 된 실의 운명에 대해서 우리가 뭐라 가타부타 말할 수 있으랴.

얽힌 것이 종내 마뜩지 않아 서로 힘 줘 끊어버리고 다시 다른 이와 맞닿을 것을 희망한다 해도
그것이 또한 얽힐지 지나칠 지 누가 그것을 알 수 있으랴

또한 천지가 뒤집힐 만큼 거센 태풍이 불어온다 하더라도 끊기지 않을만큼 강한지, 혹은 어린 아이의 숨결에도 끊어질 만큼 약한지 누가 그것을 알 수 있으랴

세상의 시종은 예정되고 순리대로 향한다 치더라도
사람의 제 갈 길 운명은 서로 맘먹은 대로 뿐 아니라 그가 아무런 생각없이 내 딛는 발걸음 하나와
아무런 의식없이 내 뻗은 손길 하나와 우연히 고개돌린 방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그것을 누가 알 수 있으랴

인간의 두루뭉침은 성질도 없고 모양도 없고 색깔도, 빛도, 맛도 없이 시시각각 변하며 화내고 사랑하고 애태우며 끌어안고 밀쳐내며 미워하며 슬퍼함이 한없고 다함없고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고통스럽고 행복함이 명운이 다할 때까지 계속 되나니 이것은 원래 태어남의 한계요, 머리를 쓰는 동물의 미몽이요, 자고함을 지닌 자의 철없음아닌가.

나는 아침에 일어나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얼마나 많은 순간을 기뻐하며 슬퍼하고 증오하며 사랑하며 궁금해하며 살고 있는가. 이 모든 것들이 내 생이 다 할 때까지 시종일관 계속 될 것이며 인연이 다른 이와 맞닿는다면 그로인해 또 기뻐하고 슬퍼할 것을 아나니 과연 이것은 어떻게 내가 다루어야 할 문제인가.

언젠가는 누군가와 또 다시 부딪혀 연이 얽힌다 해도 그가 누군지도 모르거니와 그것이 언제가 될 지도 모르거니와 그와 어떻게 될 지도 모르거니와 한가지 아는 것은 그 모든 와중에도 인간의 오욕칠정은 불같이 일어나며 연기처럼 사라질 것을 아나니 이 또한 어찌 다루어야 할 문제인가.

차라리 홀로 독처하며 홀로 거하는 것이 모든 일의 시종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최소한 옷에 달라붙는 먼지처럼 수북한 감정들을 훌훌 털어내 버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사람은 그러지 못하나니 
인생은 사람이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우연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골방에 틀어박혀 소식을 전폐한다 해도 사람의 끈은 질기고 유장하며 절대 홀로 유지할 수 없음을 또한 아나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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