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하지 마라"
"안 갈 수가 있나요"
조용히 점심을 먹는다.
아버지는 자리를 잠깐 비우시고, 어머니와 같이 앉아 차려 준 밥을 먹는다.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장성한 아들 둘이 비운 집은 휑뎅그레하다. 막간을 살펴서 나오는 대화라는 것이 고작 정치적인 충돌이라니.
"잡혀갈 지도 모른다."
아들은 묵묵부답이다. 잡혀갈 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익숙해져버린 걱정.
예전,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뉴스를 보시면서 종종 하던 말씀이다.
"함부로 이야기 하지 마라. 잡혀갈 지도 모른다."
역사는 Feedback이 되거나 Rewind되어서 십몇년의 간격밖에 되지 않는 사이클을 넘나든다.
"MBC때문에 그러냐? 이 동네는 MBC 다 싫어해. 엄마 아는 집도 다 그러더라"
"......강남이니까."
강남이니까.
어머니도 알고 나도 안다. 강남에 살기에 MBC를 싫어할 수 밖에 없다는 것과
내가 아무리 반대를 해 봤자 나는 쁘띠브르주아에서 벗어날 부류가 못 된다는 것도 안다.
서로는 서로를 안다. 그리고 그 한계도 안다. 내 성격은 모친에게서 나온 것이다.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러다 정치하는 거 아니냐?"
"......정치를 하더라도 여당쪽은 아닙니다."
"그럼 그 노동당이나 여자있는 쪽..그쪽이냐. 심 뭐시기..."
"......우리 살기에는 여당이 낫지만 내 조카들 봐서는 다른 당을 응원해야해요."
"왜."
"기회의 평등."
"노력의 문제야"
"없어서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람은 없어야죠"
"요즘 그런 사람이 누가 있니."
"......여긴 강남이예요."
한계는 여실하고,
그나마 모자간의 대화는 조용조용히 이뤄진다.
부모를 설득하려는 시도를 해 본 적은 없다.
어차피 여기 있는 분들이 설득당할 정도의 사회상이면 이미 코어그룹이 부서졌다는 이야긴데
그럼 정권타도가 아니라 국가전복정도의 위기. 그건 더 끔찍한 이야기다.
사람은 늙으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하는 법이다.
아무리 사회참여적이건 가정중심적이건
그 사람이 평등을 주장하건 자유를 주장하건.
나잇살 먹을만큼 먹은 장남이
어린 청년의 치기도 아닌 쓸데없는 반정부성 발언을 하는 것이 고깝지 않을 부모는 없으리라.
나도 안다. 강남에 사는 자가 말해 봤자 그것은 무지개 건너편에 행복이 있다고 지껄이는 호사가의 그것을
넘어서기 참 힘들다는 걸.
그나마 이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은 젊은 날 멈추지 않았던 교회 청년부시절의 기억과
대학시절 희미하기 그지없는 선배들에 대한 연대부채의식.
그리고 [상식]을 잊지 않으려는 생각.
이 정도만 가지고 나는 이야기하는 것일게다.
그리고 그 기억의 기저에는
남 몰래 [광주사태 비디오]를 빌려다가 안방에서 몰래 보시던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있다는 걸
아마 나이 드실대로 드신 부모님은 모르실테지만.
"경향신문 보지 마라."
"왜요"
"조선일보가 MBC 먹을까봐 그러는거 아니냐. 조선일보가 방송 좀 먹으면 어떠냐"
"부자가 모든 걸 다 갖는 나라는 망합니다."
"원래 그런거다."
"외할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아마 내 편을 들어주셨을걸요."
결국 모자간의 날없는 정치대화는
지나간 고인을 회상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너희 외할아버지는 선비셨지."
뜬금없는 어머니의 말씀.
"안 갈 수가 있나요"
조용히 점심을 먹는다.
아버지는 자리를 잠깐 비우시고, 어머니와 같이 앉아 차려 준 밥을 먹는다.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장성한 아들 둘이 비운 집은 휑뎅그레하다. 막간을 살펴서 나오는 대화라는 것이 고작 정치적인 충돌이라니.
"잡혀갈 지도 모른다."
아들은 묵묵부답이다. 잡혀갈 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익숙해져버린 걱정.
예전,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뉴스를 보시면서 종종 하던 말씀이다.
"함부로 이야기 하지 마라. 잡혀갈 지도 모른다."
역사는 Feedback이 되거나 Rewind되어서 십몇년의 간격밖에 되지 않는 사이클을 넘나든다.
"MBC때문에 그러냐? 이 동네는 MBC 다 싫어해. 엄마 아는 집도 다 그러더라"
"......강남이니까."
강남이니까.
어머니도 알고 나도 안다. 강남에 살기에 MBC를 싫어할 수 밖에 없다는 것과
내가 아무리 반대를 해 봤자 나는 쁘띠브르주아에서 벗어날 부류가 못 된다는 것도 안다.
서로는 서로를 안다. 그리고 그 한계도 안다. 내 성격은 모친에게서 나온 것이다.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러다 정치하는 거 아니냐?"
"......정치를 하더라도 여당쪽은 아닙니다."
"그럼 그 노동당이나 여자있는 쪽..그쪽이냐. 심 뭐시기..."
"......우리 살기에는 여당이 낫지만 내 조카들 봐서는 다른 당을 응원해야해요."
"왜."
"기회의 평등."
"노력의 문제야"
"없어서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람은 없어야죠"
"요즘 그런 사람이 누가 있니."
"......여긴 강남이예요."
한계는 여실하고,
그나마 모자간의 대화는 조용조용히 이뤄진다.
부모를 설득하려는 시도를 해 본 적은 없다.
어차피 여기 있는 분들이 설득당할 정도의 사회상이면 이미 코어그룹이 부서졌다는 이야긴데
그럼 정권타도가 아니라 국가전복정도의 위기. 그건 더 끔찍한 이야기다.
사람은 늙으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하는 법이다.
아무리 사회참여적이건 가정중심적이건
그 사람이 평등을 주장하건 자유를 주장하건.
나잇살 먹을만큼 먹은 장남이
어린 청년의 치기도 아닌 쓸데없는 반정부성 발언을 하는 것이 고깝지 않을 부모는 없으리라.
나도 안다. 강남에 사는 자가 말해 봤자 그것은 무지개 건너편에 행복이 있다고 지껄이는 호사가의 그것을
넘어서기 참 힘들다는 걸.
그나마 이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은 젊은 날 멈추지 않았던 교회 청년부시절의 기억과
대학시절 희미하기 그지없는 선배들에 대한 연대부채의식.
그리고 [상식]을 잊지 않으려는 생각.
이 정도만 가지고 나는 이야기하는 것일게다.
그리고 그 기억의 기저에는
남 몰래 [광주사태 비디오]를 빌려다가 안방에서 몰래 보시던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있다는 걸
아마 나이 드실대로 드신 부모님은 모르실테지만.
"경향신문 보지 마라."
"왜요"
"조선일보가 MBC 먹을까봐 그러는거 아니냐. 조선일보가 방송 좀 먹으면 어떠냐"
"부자가 모든 걸 다 갖는 나라는 망합니다."
"원래 그런거다."
"외할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아마 내 편을 들어주셨을걸요."
결국 모자간의 날없는 정치대화는
지나간 고인을 회상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너희 외할아버지는 선비셨지."
뜬금없는 어머니의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