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300건

  1. 2009.03.29 3/29 주일 소사 8
  2. 2009.03.27 명심보감 2
  3. 2009.03.27 감기 2
  4. 2009.03.27 날 풀리니 일생기고 1
  5. 2009.03.25 25일 3
  6. 2009.03.21 토요일의 소사 2
  7. 2009.03.20 이런 저런 3/20 7
  8. 2009.03.20 자는게
  9. 2009.03.18 3/18 대화 10
  10. 2009.03.18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4
1.
[미시마 유키오 대 동경대 전공투]를 완독했다.
가끔 고시공부하듯이 혼연의 힘을 다해서 읽어야 하는 책들을 만나면
삶이 싫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참석자들이 마구 허공에 내던지는 지적과잉의 변설들 때문도 그렇지만
이들이 이야기하는 대상과 그 지점이 실존하고
그 가운데에서 내가 살아간다는 자각이 같이 들어가서 더 힘들었던 듯 하다.

더불어 [기초적인 철학의 부재]라는 것이 참으로 마음아프게 만들었다.
고등학교 국민윤리와 대학시절의 [철학개론] 외에 독학으로 끄적인 철학서적만으로
60년대에 실존주의 철학으로 단련된 노땅들의 사유세계를 잡아가는 것은
확실히 한계가 있더라.

인간은 밥벌이가 안 되도 공부는 해야 한다. 

대체 리뷰를 쓸 수 있을지.
어지럽다.


2.
교회에서 1분
휴대전화로 1분

말을 할 이유가 없는 하루였다.
2분간의 대화가 오늘 24시간의 전부였다.

사람을 사람으로 사유시키는 무기는 말(言)이다.

바꿔 말하면
난 오늘 2분간만 사람이었다.


3.
이제 청소를 하기 위해
창문을 모두 열어도 추워지지 않는다.

봄.

봄이 가면
녹음방초 승화시인 여름이 오리라만

내 집엔 오늘 겨우 봄이 도착하였고
내 가슴엔 얼음조차 녹지 아니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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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작은 방 한담 2009. 3. 27. 23:25
酒中不語(주중부어)는 眞君子(진군자)요 
財上分明(재상분명)은 大丈夫(대장부)라.

술에 취해서도 말이 없으면 진정한 군자요
돈에 있어서 분명하면 대장부로다.

하긴 술먹어 본 지도 꽤나 오래 되었네그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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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투덜투덜 2009. 3. 27. 21:56
한 석달간 몸의 컨디션은 가히 최절정이었는데
오늘 불어온 봄바람에 머리가 살짜쿵 아프기 시작하더니
슬슬 몸 전체로 번져가려는 듯 하다.

감기의 원인이 대체 뭔지
정말정말 궁금하다.

바깥과 집안의 기온차?
그건 1,2월이 더 심했고
습도도 지금보다 그 때가 더 차이났고
바람이래봤자 겨울만 한 것도 아니고
옷 두게도 별 차이가 없는데
뭐가 대체 감기라는 것을 불러들였을까?

뭔가 스트레스를 받는 건가?
계속 꿈꾸는 것도 그렇고
내가 스트레스 받을 일이라고는 없는데

아니면 다른 병일까나~~~

원인이 봄바람이면
말 그대로 Spring fever일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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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부터는 꽤나 바빠지겠군요
다들 놀 적에 급한 일이 생기니 회사에 좋은 일이 아니겠냐마는

그거 참.

놀 때는 한가하다 탓하고
바쁠 때는 시간없다 탓하니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는 것입니다.

하나를 생각하면 또 하나를 생각하고
생각이 많아지면 몸이 번잡해지는 게 사람이라.

그냥 오는대로 가감없이
일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나머지는
그냥 평상심대로.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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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작은 방 한담 2009. 3. 25. 11:41
첼로팬군이 추천한
[미시마 유키오 대 동경대 전공투]를 사흘 째 읽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책이었다.

언외언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고
소위 [레베루]의 차이라는 것인데

오히려 40년 뒤의 독자에게
자괴감을 강요한달까.

2.
어젯밤 꿈을 꾸고 난 뒤에
[의미부재]의 시간이 한동안 계속되어서
새벽에 한시간 정도를 꼬박 새고 나왔더니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3.
오늘까지 합하면 남은 3월은 딱 1주일

세상과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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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카이 HD로 바꾼 건 순전히 [히스토리채널]을 보려는 욕심이었는데
히스토리채널은 이제 방송을 아예 안하려는 듯 하다.
훌쩍.

하긴 요즘 역사를 봐서 뭐하겠어. 안 봐도 비디오로 세상이 돌아가는데.


2.
아버지랑 통화를 하면 늘 기분이 꿀꿀.
나나 아버지나 사람이 전화를 받을 때까지 전화를 하는 집요함이 있다.
이게 집착인지 사람을 통제하려는 방식인지
왜곡된 사랑의 표현인지 그냥 걱정되서 하는건지
이도저도 아니면 근성인지 나도 알딸딸하지만

나라도 이제부터
한 번 걸어서 전화 안 받으면 전화하질 말아야겠다.
기분 좋을 때는 모르겠는데
꿀꿀할 때 받아보니까 무지하게 기분나쁘네.


3.
책을 두 권 샀다.
첼로팬이 추천한 [미시아 유키오 대 동경대 전공투]와
[시간이 머무는 도시 그 깊은 이야기]라는 역사도시 탐방 관광책자 (이런 책인줄 몰랐다...)

사야할 것은 세익스피어
그러나 읽고 있는 것은 불꽃튀는 역사의 소용돌이
혹은 배낭족의 여유로운 세상구경.

딱 현재 내 정신상태를 구성하는 것 같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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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혼에 대한 상대방과 나의 가치관을 맞추지 못한다면 참 곤란하다고 본다만
   이리저리 곤란한 게 그 뿐일까. 그냥 친구간의 관계에서도 곤란한게 한 둘이 아닌데.
   문제는 어느 정도의 포기와 어느 정도의 신뢰를 서로 갖느냐인데
   결국 파고들어 가다보면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예전 전공교수님이 갑자기 강의중에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여러분은 왜 결혼하려고 하는 겁니까? 공짜로 같이 자고 공짜로 밥 먹여주는 기회비용을 취득하려고
    하는 거 아니냔 말입니다. 대부분의 기저심리에는 그런 것이 존재한단 말이지!"
 
  강의시간에 순 남정네 뿐이었으니 한 말이셨을 게다.
  -.- 그때는 참 속물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 양반도 나름대로는 철학이 있었을 것이고
 가끔은 저런 [공짜의식]이라는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도 해 보곤 했다.
 가혹한 유물론적 결혼관이지만 세상이란 건 그런거니까.

 어쩌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는 것은 서로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같이 사는 법을 배우는 긴장과 긴장의 연속을 갖는 지루한 과정일지도.

...이런 생각을 하니 피곤하다.


2.
하지만 가끔 밀려드는 고독감이라는 것에 대해
교수님의 [기회비용적 측면]을 배제하고 생각해 보니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것은
[대화할 사람의 부재]라는 것이고
내가 말을 하고 싶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을 항상 불러내기 위해서 같이 살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고양이를 키우던 강아지를 키우던
일단 인간의 언어로 대화가 안 되면 그건 한계가 있는 거다.
외국인의 경우도 솔직히 비슷하게 생각한다.
내가 모국어처럼 멀티링구얼을 하지 못하는 한
언어의 함의를 전달못하는 제2외국어는 한계가 있다.

어느 날 기똥찬 번역기가 생겨서
세상 모든 언어의 뉘앙스까지 잡아주는 날이 온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겠지.

하지만 그런 때가 생긴다면
1번 문항의 마지막 구절과 같은 문제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동물 말 번역기를 사서 애완동물과 이야기하는 걸
훨씬 즐길지도 모르겠다.

나도 소라게가 말을 할 줄 알면
지금보다 훨씬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한다.
대체 이 자식은 같이 산지 3년이 지나도록
뭔 생각을 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고양이라면 와서 발바닥이라도 긁을텐데.

혼자 살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거다.
집에 오면 혀를 쓸 일이
맛을 보는 일 외에는 없다는 것.

3.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란
책밖에 없는 것이다.
책이라는 건 참 오묘한 물건이다.
읽다보면 누군가 말을 하는게 느껴진다.

세익스피어를 다시 사 볼까 생각 중이다.
리처드3세와 헨리5세. 헨리6세. 등등

한 사람의 손 끝으로 천 사람의 대화를
전혀 어색함 없이 풀어낸 이 영국인은
분명 천재였을것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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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게

작은 방 한담 2009. 3. 20. 01:19
언제부터인가
그날 자고 그날 일어나는게 되어버렸다.

충동적으로 홍대까지 밤에 가 버렸는데
내가 알던 홍대는 이미 아니더라

사람도 움직이고 시간도 움직이고
내가 자는 동안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데

왠지 나 홀로 우두커니 멈춰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게 나이먹는 거구나.

아무리 우스운 말을 해도
내 웃음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의 세대는 나와 함께 정해진 채 흘러가고
진지하지 않게 말을 해도
내 아랫사람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나이가 된다는게
아마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일게다.

서럽다는 생각보다
이제 좀 나이가 되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음이
오히려 경이로울 뿐이로세.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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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대화

작은 방 한담 2009. 3. 18. 15:01
(두 사람이 같이 제품출고를 위해 수작업 중. 경비를 아끼려고 박스작업질...~)

N: 형 요즘 안정되어 보이십니다.
H: 바라는 게 없으니까 잃을 것도 없지.

N: .....

H: 왜?

N: 그냥~ 저녁에 뭐할거예요?

H: 영혼을 담아서 샌드백이나 칠거야

N: 요즘 주변에 파혼테크도 많고 막장크리 맞는 사람이 많네요

H: 내 주변도 그렇다

N: 남는 건 친구뿐

H: 남는 건 옛 친구 뿐.

N: 친구들이 많다는 것도 복이죠

H: 친구들도 돈 없으면 떠나가는 게 세상이고, 돈 없을 때 사귄 친구들은 돈 생기면 떠나가는 놈들도 허다해.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해 떠나가고, 자기보다 잘 났다고 질시해서 떠나가고.
    결국 남는 건 세상살이 같이 살면서 남아있는 친구들 밖에 없어.

N: 왜 그렇게 비관적이 됐수

H: 그냥. 가끔 은행에 남아있을 때 생각을 하곤 하는데...그 때 만약에 그렇게 했으면 지금쯤 그렇게 되었을까?

N: 형이 가장 얼굴이 처절하고 건강이 안 좋아보였던 게 은행있을 때야.

H: ........그랬구나.

N: 빨리 상자나 접읍시다.

H: 그럴까.

오늘은 1000개만 접고 퇴근해야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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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7장 37절 하반절.

...
음식점 머그컵 안쪽에 인쇄되어 써 있던 글귀.


그냥 실쭉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것저것 정비해야 할 삶의 도구들이
참 여러가지로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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