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시마 유키오 대 동경대 전공투]를 완독했다.
가끔 고시공부하듯이 혼연의 힘을 다해서 읽어야 하는 책들을 만나면
삶이 싫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참석자들이 마구 허공에 내던지는 지적과잉의 변설들 때문도 그렇지만
이들이 이야기하는 대상과 그 지점이 실존하고
그 가운데에서 내가 살아간다는 자각이 같이 들어가서 더 힘들었던 듯 하다.

더불어 [기초적인 철학의 부재]라는 것이 참으로 마음아프게 만들었다.
고등학교 국민윤리와 대학시절의 [철학개론] 외에 독학으로 끄적인 철학서적만으로
60년대에 실존주의 철학으로 단련된 노땅들의 사유세계를 잡아가는 것은
확실히 한계가 있더라.

인간은 밥벌이가 안 되도 공부는 해야 한다. 

대체 리뷰를 쓸 수 있을지.
어지럽다.


2.
교회에서 1분
휴대전화로 1분

말을 할 이유가 없는 하루였다.
2분간의 대화가 오늘 24시간의 전부였다.

사람을 사람으로 사유시키는 무기는 말(言)이다.

바꿔 말하면
난 오늘 2분간만 사람이었다.


3.
이제 청소를 하기 위해
창문을 모두 열어도 추워지지 않는다.

봄.

봄이 가면
녹음방초 승화시인 여름이 오리라만

내 집엔 오늘 겨우 봄이 도착하였고
내 가슴엔 얼음조차 녹지 아니하였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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