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의 지겨움

투덜투덜 2009. 10. 14. 16:48
추석은 지났지만 여전히 홀쪽한 회사와 개인의 지갑은 부풀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랫만에 고지서를 돌리고 받아내야 할 돈을 수금하러 분주하게 다녀본다.
물론 계산서 받는 쪽에서 돈을 곱게 줄리는 만무하다. 그 쪽도 우리쪽하고 사정이 다를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쩌랴. 어느 만화대사처럼 [마른 오징어에서 액기스를 짜내더라도] 돈은
받아내야 한다. 그게 올 한달의 끼니를 때우게 해 줄 것이니.

정작 갑에게서 받아내는 돈은 다른 데 쓸 데가 있다. 빚잔치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갑은 을의 마진을 더 이상 고려하지 않으려 하고
제조업체는 원가가 올랐기 때문이며
우리는 애초부터 갑에게 최소한의 마진으로 장사를 했기 때문이다.
때가 맞지 않고 결재가 미뤄지면 빚은 쌓인다. 
방만한 경영때문에 생기는 것 만은 아니다.

제조업체는 우리에게 징징댄다. 죽겠다고.
죽지 말라고 돈 줄 것이다.
갑은 우리에게 깍은 돈을 줄 것이다. 어쩔 수 없다고
우린 어쩔 수 없다는 거 아는 척 하고 받을 것이다.
그거라도 받아야 먹고 살지 않겠는가.

죽는다고 징징대 봤자 돌아오는 건 다른 경쟁자들의 웃음 뿐이다.
갑 아래 대기한 하이에나 같은 을들 사이에서 살아나가는 건 오직
겉저고리 하나 입어도 쿨하게 보이는 것 뿐. 굶어 죽어도 버텨야 가오가 산다.

그렇게 10월의 중순을 보낸다. 박정한 나라는 세금을 내라고 독촉이고
복지를 위해서 쓴다는 연금은 어떤 미친 개놈의 늙다리가 환율 방어한다고 다 처발라놓고
더 내라고 X랄을 떤다. 내 밥상에 젓가락 하나 올려 놔 주지 않는 주제에.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참으로 지겹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사람은 애초에 돈이라는 물건을 만든 것이 실수가 아니었을까.

꼭 누군가는 이런 글을 쓰면 먹고 살 만한 놈이 징징댄다고 초를 치더라만...
지금 상황에서는 충분히 징징댈 만하다 느껴서 글을 쓴다.
솔직히 먹고살만하다는 게 뭔 소린지도 모르겠고.

몸뚱이가 골골거리니 만사가 짜증나 이러는 걸지도 모르겠다.
진실로 지겨움이 물밀듯이 몰아치는 순간, 10월 중순의 어느 저녁무렵.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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