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수련장 2009. 10. 11. 00:47
오랫만에 아는 후배와 점심을 먹고 근처 서점에 들려서 책들을 보았다.
형형색색, 요즘 책들의 껍데기들은 왜 이리도 아름다운 것이냐.

예전에는 엄두도 못 냈을 부분코팅과 별색인쇄
그리고 수입지가 틀림없어 보이는 두툼하고 부드러운 겉지까지 보다보면
그런 책이라는 것은 요염하기 그지없는 미인과 같으니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기도 전에 덥썩 손에 넣고싶은 충동마져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군계일학이나 홍일점같아야 맛일진대
모든 책들이 다 자신의 겉태를 뽐내고 있으니 그야말로 난형난제요 오히려
고르기가 쉽지 않다.

멀리서 쳐다보면 썩 쉽게 손이 가는 책이라는 것을 찾기가 힘들다.
나이를 먹어서 교만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하여간 요즘 상황이 그렇다.

무언가를 읽고 느끼고 모르던 것을 알고 싶지만
또한 원치 않는 것을 읽을 필요가 있겠냐는 얄팍함도 같이 있는 모양이다.

세상에 읽어서 독이 되는 책이 몇개나 있겠는가.
맘에 와 닿지 않으면 다시 집지 않는 것이 책이라는 것이니
책이 가진 무의미함보다는 그 책에 투자한 돈의 무의미함을 두려워하는 것이겠지.

어쨌거나
스스로 채워지는 것도 없이 교만해 질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고 돌아왔다.

결국, 책은 사지 못했던 것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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