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300건

  1. 2009.09.01 영화에 대한 쓸쓸한 이야기 두 개 10
  2. 2009.08.31 2009/08/30 2
  3. 2009.08.25 제대로 만든다는 것 4
  4. 2009.08.24 2009/08/23 10
  5. 2009.08.20 아니-.-+ 8
  6. 2009.08.18 2009/08/11
  7. 2009.07.27 공모에서 떨어졌네요 15
  8. 2009.07.27 자문자답
  9. 2009.07.19 2009년 7월 19일 일요일의 소사 2
  10. 2009.07.03 금요일 오전 이런 글 저런 글 2
1.
배우 장진영씨가 죽었다. 우리 집 앞의 언덕배기위에 있는 병원에서.

내가 장진영을 처음 본 건 [반칙왕]에서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난 [쉰들러리스트]을 마지막으로 보고 군대를 갔고  [반칙왕]을 본 직후 은행에 입사했다...이 뭥미)

참 깔끔하니 좋은 마스크구나 싶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그 여자는 성큼성큼 커진 중견배우가 되어 있었고
스타의 풍모를 풍길 줄 아는 배우가 된 것 같더니
어느 날 심지가 닳은 양초가 자기가 녹인 촛농에 빠져 꺼지듯
그렇게 사라졌다.

연배가 비슷해서 그런가.
서글픈 일이다.
꽃다운 이가 순식간에 시들어 사라지는 것만큼 애처로운 일이 세상에 또 있으랴.



2.
어제 8/31일
광화문의 시네큐브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더 이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흥국생명의 결단.
아직 3년의 계약을 남겨놓고 영화사 백두대간은 철수를 해 버렸다.

숨막힐 듯 우뚝우뚝 솟은 빌딩 숲 사이
여름에 턱턱 숨이 차오르는 비정하기 그지없는 서울 콘크리트 바닥 사이에서
정말 사람이 사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던 [영화가 좋아서 영화를 찾는]이들을 위하던 극장.

내가 그곳에서 본 영화는 별반 많지 많았다.
[아귀레: 신의 분노] 와 [잠수종과 나비]정도가 기억에 남을 뿐. 아마 몇 편 더 있었겠지만
이젠 생각나지 않는다. 사실, 영화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 발걸음이 쉽게 닿는 서울시내에서
흥행과 관계없는 좋은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었다는 상징이 중요한 것이니까.

하지만 이제 그곳은 추억으로 사라지고
제3세계의 명작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수익을 내는 영화관 [씨네큐브]가 되어서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난 흥국생명을 욕하고 싶지 않다.
흥국생명은 그 커다란 지하공간을 그동안 기꺼이 백두대간에게 희사했었다.
그동안 보여준 훌륭한 Patron의 풍모를 이번 결정으로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좋은 후원자에게서 그 손길을 끊어버릴 수 밖에 없는 외부의 경제적 환경과
그런 경제적 환경을 만들어 낸 사람들과 이런 환경이 사라지는 것에 영 무덤덤한
우리 자신들에게 욕을 해 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블럭 떨어진 곳에서 새롭게 공구리질을 하고 발전하는 한국이니
뭐시기니 하는 70년대 발라드를 불러제끼는  2009년.

참 좋은 것들이
아홉수를 빙자해서 너무 많이 사라지는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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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30

작은 방 한담 2009. 8. 31. 01:35
1.
날이 며칠 새에 확연하게 추워지다.

황국단풍도 좋을시고.


2.
이 서늘한 날 밖을 내다보니 고양이들이 주차장에
고추말리러 온 동네 아줌마들처럼  질펀하게 누워서 한담을 나누는 모양이더라.

배달온 사람들을 슬쩍 고개들어 보고 다시 눕는 걸로 봐서
자기들은 이미 이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애들도 데리고 나온 마실이라.
어떤 생물들이던 자식이 생기면 자식 보는 망중한이 있는 건가.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있는 것이 더 낫더라.
슬슬 익숙해지는 지
늦은 시간에
차마 누굴 부르기도 뭣하고
누굴 찾아가기도 그렇더라.


4.
이제 다시 접었던 것들을 돌려놓아야지.
마지막 여름,
지난 1주일간은 나름대로 재미있었네 그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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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들의 점심식사라는 것이 실상은
난로에 장작깨비 집어 넣듯이 대충 위장에 퍼 넣게 되는 것이 상례입니다.
그러다보니 그냥 무난한 식당 찾아가는 게 일이 되죠.
맛집이라는게 존재하긴 합니다만 실상 맛집이라는 것이 특별한 메뉴로 승부하는 게 다반사니까요. 

그런데 어쩌다 가끔은 특별한 집이 있습니다.
주 메뉴가 아니라 밑반찬이 맛있는 집들이 있죠.
먹다보면 밑반찬으로 밥 다 먹고 주 메뉴는 배부른 상태로 멀뚱멀뚱 기다리는 집.
 
올 칼라 레드로 땜빵된 반찬이 아니라 형형색색의 반찬에
'아, 이 집 주인은 반찬까지 제대로 만드는구나' 하는 곳이 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그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만들고 무치고 버무리는데 손맛까지 들어가려면
정성이 없이는 곤란할 겁니다.

타고나기를 천상의 손맛과 미각이 있어서 손을 대는대로 걸작이 나오는 식신(食神)이 아닌 담에는
먹을 물건에 대해서 함부로 하지 않겠다는 정성과 자존심 아니겠습니까.

모든 게 마찬가지일 겁니다.
퇴고를 수십차례 거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글이 나오기힘들 겁니다.
스티븐킹은 퇴고할 때 '원본의 10%는 버린다'라는 각오로 글을 정리한다고 하죠.

저희 회사도 단가를 일정비율 아래로 치면 일을 안 받습니다.
돈이 안 되서 못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디자인의 자존심을 돈 몇푼에 넘기지 않겠다는 생각도 분명 있으니까요.

빨리빨리 쉽게쉽게
넘길 수 있는 곳은 넘기고 마는게 현대 사회의 단편이라지만
뭔가 제대로 된 것을 보이려면 끝까지 사람이 가지고 가야 하는 게 있긴 합니다.
개인의 자존심이건, 사람에 대한 정성에서 출발하건 간에.

* 점심을 다 먹고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붙잡고 물어봅니다.
   " 오늘 청국장 짜지 않았어요?"
   " 아니오. 맛있었는데요."
   " 그래요? 아까 내릴 때 간을 보니까 좀 짜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output이 다른 쪽은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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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3

작은 방 한담 2009. 8. 24. 02:49

1. 김대중 대통령이 국립묘지에 안장됩니다.
    이젠 대통령묘지쪽에 가도 씁쓸한 기분만 들지는 않겠습니다.
    예전엔 가까워서 종종 가곤 했는데, 이젠 시간을 따로 내야 하는군요.


2. 사람이 아프다 아프다 생각하면 계속 아프고
    괜찮다 생각하면 금방 낫는 법이죠. 인간의 자연 치유력이라는 건 무시 못합니다.
    백경의 퀴이퀘크가 죽을 병에 걸렸다가 자기 관을 짜고 거기서 자더니
    다시 펄펄 힘이 나서 일어난 것 처럼 말이죠.
   
    물론 항상 효과가 있는 건 아닙니다만
    저처럼 몸에 병을 달고 사는 사람 입장에서 최근 1년여는 굉장히 건강한 축에
    속했습니다.

   혼자 살면 몸이라도 멀쩡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지도 모르죠.


3. 사람은 알면 알게 될수록 의지하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지도,
    아니면 의지하는 것에 동반되는 책임에 대한 난감함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생땍쥐베리의 [어린왕자] 중에서
  여우와 왕자의 대화는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가슴을 울리는 구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글자도 버릴 것이 없네요.
 
  김춘수와 생떽쥐베리는 누구나 아는 걸 누구나 알기 쉽게 써서 위대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 올 해는 황새들이 바쁘군요.
   각각의 가정마다 좋은 결실들을 주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그러고 보면 올해 연말은 참 멋진 피날레가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음...
   제 자식들을 열심히 끄적거려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개망나니가 되든, 멋진놈이 되든.
  
Posted by 荊軻
,

아니-.-+

투덜투덜 2009. 8. 20. 17:12
길을 걷고 있는데 어떤 인상 좋은 아줌마 한 분이 쪽지를 내민다

"이거 한 번 받아보세요"

초록색 쪽지에 츄파춥스가 붙어있었다. 오. 이게 웬일이냐.

그런데 이 쪽지는 뭐야?

[탈모. 두피 전문관리센터 XXXXX]

.....


-.-+ 이 아줌마 어디갔어?


아주머니는 사라진 뒤였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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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1

작은 방 한담 2009. 8. 18. 21:44
1.
후광 김대중대통령께서 서거하셨습니다.

그 후로도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 살았습니다.

욕 나오는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2.
이럴 때는 인터넷 포탈을 보는 것이 참 짜증스럽습니다.
정말 헤드라인들이 [바람불면 날아갈 정도]로 가볍습니다.
나라의 존경할 만한 큰 어른이 돌아가셨는데
제목들은 무슨 연예기사다루듯 합니다.

이번만도 아니고, 한 두 해된 것도 아니죠.
기사를 계속 올려야 하는 것이 또한 어떤 사람의 밥줄이겠습니다만
정말 말초적인 헤드라인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인터넷의 신문기사들만 보면서
세태가 그러려니 합니다.

참 가볍기 그지없습니다.
어차피 몇 분 뒤면 젖혀질 기사들, 
신경쓰지 않으면 잊혀질 인스턴트들.

우리도 그렇고 그렇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걸까요.
주변의 모든 것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햇반까지는 몰라도
스스로가 인스턴트처럼 되고 싶지는 않은데...


3.
이번 주는 참 먹먹하네요.
아직 반도 안 지났는데 지내기가 힘듭니다.
때아닌 배탈에 (역시 초코케잌이란...-.-;;;) 이런저런 일들까지.
운동도 못 하고 그냥 회사와 집을 왔다갔다 하는 중입니다.

새삼스럽지만
세상사 머리부터 발끝까지 쉬운 일이 하나 없습니다그려.
Posted by 荊軻
,
기대를 한 만큼 마음도 비웠기 때문에
별다른 감정의 동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기간동안 열심히 쓴 글은 남아있으니까요.

노력한 결과에 대한 답은 없어도
없어지지 않는 결과물은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자존심일수도 있지요.

계속 써야겠습니다.
어쩌면 아무도 읽지 않더라도 계속 써 나간다는 것 자체가
더 소중한 일일지도 모르지요.

스티븐 킹의 자서전에 보면
그가 출판사에 보냈던 원고들은 몇년 동안 계속 반송만 되었더랬죠.
그러다 [캐리]가 40만달러에 팔린게 글 쓰기 시작한 지 9년인가 되어서였을 겁니다.
(이 양반이야 열 여섯인가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찢어지게 가난했던 이 양반은 그 때
그 소식을 전화로 듣고
마누라에게 뭘 사줄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헤어드라이어를 하나 사서 부인에게 주면서
[캐리]가 팔렸다는 이야기를 했답니다.
부인은 선채로 엉엉 울었다죠.

저도 언젠가는 팔릴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동안의 시간을 글로 채워갈 수 있다는 게 더 중요한 것입니다.

그 때는 저도 꽤나 나이를 먹을텐데
우는 마누라 대신 같이 기뻐할 친구들이 많았으면 좋겠군요.

아직 모든 걸 속단하기엔 시간이 너무 빠른 30대의 여름입니다.
Posted by 荊軻
,

자문자답

작은 방 한담 2009. 7. 27. 00:27
"요즘 보면 너무 스스로에게 가혹하게 구는 것 같다. 좀 널널하게 사는 게 어떤가?"

타인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건 처음인데
과연 그런건지
그 사람이 나를 후하게 봐 준 것인지

아직도 분석이 안 되는 주일 저녁.
Posted by 荊軻
,

1.
벌써 장례식이 5-6번입니다.
제가 바빠서 가 보지못한 건 빼고라도
올 해 들어 대여섯차례 문상을 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다 친한 후배들 부모님의 문상입니다.

오늘도 후배 아버지가 가셔서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느껴지는 것은,
점점 타이머가 빨리 돌아가고 있다는 것만 느껴집니다.
언젠가는 저에게도 폭풍처럼 들이닥칠 것입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2.
장례식장에서
10년만에 안 보던 후배 하나를 만났습니다.
애증이 교차하더군요.

눈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리 큰 일도 아닙니다.
인간사에 큰 일 따위가 또 뭐 있을까요.
오히려 옆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 불길이 더 꺼지지 않습니다.

나중에 올라오면 술이나 한 잔 하자 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닙니다만
더한 일을 당하니 참 별 것 아닌 일이 되어버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디다.

인간사라는 건 참으로 장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광대질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3.
사실은
며칠동안 혼자 끙끙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늘 하던 일이지만
[사람(신)을 믿는 것]과 [사람답게 사는 것]과 [사람(신)에게 기대하는 것]에 대해서
혼자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닙니다.
그냥 스스로 계속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켜켜히 묵혀지다가
최근 돌아가는 여러 정황들이 기폭제가 되었던 것이겠지요.

그냥 사람보기가 싫어져서
연락을 끊고 있었습니다.
(사실 어느 누구 전화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게 그거죠.)

다음 주까지는 아무와도 연락않고 살 작정이었습니다만

가끔
아주 가끔은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꽂히듯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는 일들이 존재하긴 합니다.

억수로 비가 퍼붓던 어제저녁
비가 별로 안 온다며 천연덕스럽고 급작스레  집에 놀러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준 후배 부부의 기나 긴 대화.

이 후배는 늘 무언가
홀로 괴악하고 자학에 가까운 결정을 내리기 직전에
항상 나타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같은 녀석입니다.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질문한 자는 후배였으나
저것은 내가 내 스스로에게 구하고자 했던 답이었음에 대해
감사할 다름입니다.




4.
이국 타향에서 보내온 석줄짜리 편지여.
글자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는 경험이라니.
내게는 가뭄에 소나기 같은 글이었구나.

요즘같은 때
놀러오면 밥 사주고 술사준다니
내 꼭 한 번 가 봄세.

Posted by 荊軻
,
1.
모친께서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가시겠답니다.
화들짝 놀라 물어보니 역시나 그것이었습니다.
예전 CCC에서 한참 하던 [거지전도].

이미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 전통은 사라지지 않는군요.
나름대로 잘 하면 두타행인데...이거 제대로 하는 양반 별로 못 봐서.
나이도 많으신데 좀 걱정이 됩니다.

2.
모친은 용맹정진 수행의 길을 걷는 반면
아들은 새로 나온 XBOX360 [Fight night Round4]나 구해서
용맹정진 격투의 길을 걸어가려고 하고 있군요.

아아 빨리 사고 싶다.~~~

3.
시간은 쫒는자의 편이 아니라
기다리는 자의 편이라고 하는데

이 말이 어디까지 한정지어서 맞는 말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군요.

아마 기다리는 자는 준비된 사람을 뜻하는 중의어가 아닌가 싶은게
요즘 느낌입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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