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한 만큼 마음도 비웠기 때문에
별다른 감정의 동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기간동안 열심히 쓴 글은 남아있으니까요.

노력한 결과에 대한 답은 없어도
없어지지 않는 결과물은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자존심일수도 있지요.

계속 써야겠습니다.
어쩌면 아무도 읽지 않더라도 계속 써 나간다는 것 자체가
더 소중한 일일지도 모르지요.

스티븐 킹의 자서전에 보면
그가 출판사에 보냈던 원고들은 몇년 동안 계속 반송만 되었더랬죠.
그러다 [캐리]가 40만달러에 팔린게 글 쓰기 시작한 지 9년인가 되어서였을 겁니다.
(이 양반이야 열 여섯인가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찢어지게 가난했던 이 양반은 그 때
그 소식을 전화로 듣고
마누라에게 뭘 사줄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헤어드라이어를 하나 사서 부인에게 주면서
[캐리]가 팔렸다는 이야기를 했답니다.
부인은 선채로 엉엉 울었다죠.

저도 언젠가는 팔릴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동안의 시간을 글로 채워갈 수 있다는 게 더 중요한 것입니다.

그 때는 저도 꽤나 나이를 먹을텐데
우는 마누라 대신 같이 기뻐할 친구들이 많았으면 좋겠군요.

아직 모든 걸 속단하기엔 시간이 너무 빠른 30대의 여름입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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