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펼쳐 놓은 책을 읽지 않아도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펼쳐 놓은 책을 읽으면 뭔가 즐거울 것 같기도 하고
읽으면 삶에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읽지 않고 그냥 방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도 그만이다.
어찌되었던 나는 나고
시간은 흐르고
인생은 내가 아는 바 대로 흘러가지 못하며
내가 아는 것은 극히 미미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펼쳐놓는 것은
아쉬움이거나
미몽이거나.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의 정말 추리고 추린 몇 가지는
내 일생을 통해서 평생 같이 흘러가게 되는 중요한 것이지만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 것 중에
참으로 많은 것들이
오랫동안 나와 함께 머무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게 내 손에 소중하게 꼭 움켜쥐고 있는 보석인지
아니면 발에 채이는 조약돌인지
알 수가 없다.
나중에 죽은 뒤에 누군가 내 손을 펴 보면
그 속에 조약돌이 들어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