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300건

  1. 2010.01.18 한담 2
  2. 2010.01.17 2010-10-17 소사
  3. 2010.01.13 좋은 글이 남기는 것 3
  4. 2010.01.10 2010-01-10 소사 4
  5. 2010.01.08 2010-10-08
  6. 2010.01.03 2010-01-03 후기 6
  7. 2009.12.28 원하는 것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6
  8. 2009.12.28 2009/12/28 소사 9
  9. 2009.12.26 토요일 오후 미팅 4
  10. 2009.12.25 크리스마스 2

한담

믿거나 말거나 2010. 1. 18. 18:38
H: 넌 말이야
N: 예
H: 너무 효자라 장가 못가는거야.
N: 그럴까요
H: 효자 좋아하는 여자는 세상에 없는 법이라고
N: 그러는 형은 불효자요?
H: 음 글쎄...

(정적)

N:난 말이유, 남자 결혼 늦게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H:빨리 할 필요 없지
N:한 40되서 20대랑 결혼하면 되는 거 아니요!
H:퍽이나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게냐? 한여름밤의 꿈이로구나
N:아, 물론 한국여자하고는 힘들겠죠
H:그럼...
N:북구와 중앙 아시아의 미인들이 있잖소
H:아아. 그렇지 [러시아의 얼음장미!] 그것이야말로 사나이의 태어난 보람 아니냐!
N:내 너에게 대한민국을 줄테니 넌 나의 신부가 되어다오!
H:그렇지! 
N:그거죠!

(침묵)

H:일이나 하러 들어가자
N:예



Posted by 荊軻
,
1.
하루 24시간을 알차게 보낸다는 것만큼 지난한 일은 없을 것 같다.

2.
인의(仁義)란 좌우에 치우침이 없으며 호불호를 따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어렵다.

3.
모친이 잠시 외유를 계획하시다.
젊어서 주유함이 나을 것인가 늙어서 여유를 갖는 것이 나을 것인가.
국경을 넘어서면 자아가 타자화되는 자유로움을 누린다. 
잠시동안의 일탈이라 값진 것이지만 가끔은 영원한 이방인의 삶도 꿈꾸곤한다.

인간은 같은 종족에게 너무많은 짐을 지우면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는 절멸할 수 밖에 없는 연약한 생물이기에 그럴지도.

3.
어차피 언덕 하나를 넘으면 또 다른 언덕이 있는 법,
지금 미끄러진다 해서 못 넘을리 없거니와
넘는다 하여 모든 것이 끝날 일도 아니다.

4.
가끔 아주 가끔
텍스트를 보면서 사람의 감정이 잡히는 경우가 있다.
소설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환경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고
블로그의 글을 읽으면서 글쓴이의 처지가 들어오는 글이 있다.
물론, 진솔한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지만.

아마, 누군가는 지금 내가 써 놓은 글을 보고 내 심정을 짐작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좋은 일이려나?

최소한 성의있게 글을 읽어준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감사할 뿐.

5.
[종교는 장사이며 역사가 계속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 내가 한 말이 아니다. 가족간에 있을 때 가끔 나보다 욱 하는 성미를 가지신
누군가가 하신 말이다. 하긴 핏줄이 어딜 가랴. 그러면서도 둘 다 나름대로는
독실하려 노력하니 참 종교라는 것은 재미있는 것이 아닐 수 없다.

6.
그래도 애오라지 사람인지라
혼자 있으면 심심하긴 하구나.
Posted by 荊軻
,
내가 [언니]라는 말을 사극에서 맨 처음 접한 것은 황석영의 장길산에서였다.
지금이야 황석영씨가 정치판에 휘말려 이리저리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대학시절 그의 책에서 보여주는 날것에 가까운 문체는 아직까지도 내 뇌리에 각인되어 있고, 그가 보여주었던 과거 조선민초의 삶이라는 것은
텍스트를 넘어서는 비주얼을 확실하게 그려주었다. 
난 그 당시에 [언니]라는 단어를 책으로 접하면서 무척이나 낯설면서도 정겨웠던 것을 기억한다.
더불어 수많은 사람들과 당시의 문물을 보며 작가의 자료수집이라는 것은 얼개와 설정을 만들어내는 것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은 터를 닦는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내가 SF를 좋아하면서도 거기에 대해서 많은 것을 할애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초끈이론]같은 건 고사하고 기본적인 역학/물리학의 개념조차 알지 못하잖는가. 공부라는 것은 세상 어느 것을 파고 들어간다 해도 병행되어야 한다.

오늘 TV에서 [추노]를 보았다. 삼보방포술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장길산]에서 익히 봐 왔던 내용이다. 세 걸음 걷는 속도에 맞춰서 화약을 쟁이고 철환을 넣고 심지에 불을 붙이는 일련의 동작으로 속사를 가능하게 하는 예전 조선시대 총포수들의 묘결이다. 보통  조련군사의 용법에는 일련의 과정을 다 하면 30초 가량이 소화되나 야전에서 속사를 하귀 위해 발전한 방법이다.  여하튼, 예전에도 문헌에 있던 내용인지 아니면 황석영씨가 창작해낸 것인지 지금으로써는 알 도리가 없지만 후기지수들에게 좋은 책이 주는 정보라는 것은 무엇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양서라 함은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것을 계속 스스로가 깨우칠 수 있는 것을 양서라 할 것이다. 그리고 양서를 만들려면 그에 걸맞는 노력이 집대성되어야 한다. 삶에 대해서 남들보다 민감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해서 그 사람이 쓰는 글이 모두 좋은 글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른 삶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믿는다.좋은 칼을 만들기 위한 재료가 있을지 몰라도 담금질을 할 불과 물이 없으면 그냥 쇳덩이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만이나 세상을 오시하는 품격을 가지고 모든 것을 쉽게쉽게 처리하려 한다면 그것보다 인생에 쓸모없는 것이 있을까.


Posted by 荊軻
,
1.
한 일도 별반 없는데 벌써 1월도 열흘이나 지나버렸으니 원.


2.
[정조와 철인정치의 시대] [68년의 나날들, 조선의 일상사] 를 구입, 다시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보기 시작했다. 박사논문 쓸 것도 아니지만 작년부터 지금까지 보고 있는 책들은 대부분 조선숙종 - 순조 시기의 생활사에 집적되어 있다. 그렇게 보려고 고른 것은 아닌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다. 

그 시기에 역관으로 대표되는 부르주아들이 제대로 성장만 했다면
이 나라의 판도는 지금과 180도 바뀌었을 것이다. 참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어쩌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고 하늘이 따로 하는 일이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사람의 탐욕이 존재한다.


3.
조카의 이름에 들어갈 한자를 아버지와 둘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다.
[정작 아버지인 내 동생은딸 이름을 그냥 Ein이라고 지어버려서 한자는 백부와 할아버지가 생각해야 했다. -.-)

아마 옛날 자손들이 태어나면 그러했겠지. 사주를 살펴보고 족보를 보고 항렬을 살피고 그리고 이름을 짓고
지은 뒤에 사당에 고하고 뭐 이런 식으로 엄숙하고 지루한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물론 우리 선조가 그 집의 마당이나 쓸고 있는 분이셨다면 그냥 3초만에 [개똥이] 나 [분녀]로 지었겠지.

이름을 만들고 구성원의 명부에 자리를 넣고
국가에 신고하여 잠재적 세금수입원으로 당당히 등록이 되면 가족이 된다.
묘한 기분이다. 이 핏덩이가 나중에 머리 치렁치렁 기르고 어디서 굴러먹던 놈하고 손잡고 나타나서
[큰아버지 우리 결혼할 거예요] 그러면 그 꼴을 어떻게 보고 있나?

가족이라. 
사실 식구가 귀한 집도 아니고 많은 집도 아니다.

그냥 딱 이 정도였으면.

 
4.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사람은 발전한다.
그리고 계속 해야 발전한다.
취미, 혹은 할 일 없는 소일거리라도 계속 하다보면 최소한 무언가 남들과는 다른 묘체를 익힐 수 있을 것이다.

Slow & Steady.


5.
그나마 날씨가 풀린 일요일이었고
다시 내일부터는 추워진다는데
적조하니 혼자 있기보다 친구나 불러볼 것을 그랬나.

하늘이 찌뿌둥하지만 않았어도 아마 그랬을 것인데.


Posted by 荊軻
,

2010-10-08

작은 방 한담 2010. 1. 8. 16:27
1.
곤란한 것을 수도 없이 봐 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남자의 눈물]

2.
자꾸 글을 쓰면서 생각하지만
뭔가 [난 척]하는 글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지고 있음.

실상은 가진 거 깨달은 거 하나 없는 인간이 이러면 안된다.

3.
Don't you draw the queen of diamonds, boy
She'll beat you if she's able
You know the queen of heats is always your best bet

- Desperado-

하지만 따짜가 들면 뭐든지 강패.

4.
겨울은 양심에 털난 듯 춥기만 하고
할 일은 보이지 않지만 갈 길은 아득하고
안장은 놓이지 않았지만 떠날 일은 준비되어 있으니.

Posted by 荊軻
,
1. 
좀 심각한 이야기고 개인적인 이야기라 오픈되어 있는 블로그에 쓰기가 뭐한데
뭔가 교회분위기가 좀 심상치 않다.

우리 교회에선 한번도 감사헌금이라는 것을 해 본 적도 없고 교회에서 공론화 시킨적도 없었고
헌금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오메르타로 여겨지고 있었는데

오늘 설교시간 충격 좀 먹었다. 감사헌금을 공론화하려나보다.
어차피 만들어봤자 나야 빈 봉투 낼 인간이고, 감사할 거리가 있으면 하지 말라해도 하겠지만
이게 대체 뭔일인가 싶다.

사실 오늘은 설교시간에 반 이상을 졸아서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다음 주에 가서 정확한 이야기를 한 번 들어봐야겠다. 

어떤 놈 머리에서 튀어나온 교회 정책인지 짜증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시 집사 준다고 할 때  할 걸 그랬나? 


2.
사는 삶이나 말하는 게 불가(佛家)쪽에 가까워서 불교신자인 줄 아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그래도 3대째 내려오는 기독교집안이다. 거진 1세기가 되어가고, 내 조카대에 이르면 4대째가
될 것인데 교회에 대해 화내고 짜증내는 것은 솔직히 애증이다. 

기독교를 떠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인생의 행로에 다른 기준점을 놓지도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뭐가 뭔지 요즘은 잘 모르겠다.  
세상의 변화에 맞춰서 바뀌어야 할 것과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이 바뀌고 바뀌어야 할 것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나부터가 그런 것 같다.
언젠가부터 형식에 집착하고 본질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원래 유교의 제사도 혼백을 부르는 의식에서 시작한 것이다.
양(陽)인 혼(魂)을 부르기 위해 향을 피우고 음(陰)인 백(魄)을 부르기 위해 땅에 술을 쏟는다.
그것이 점점 형식화, 체계화가 되다 보니 오늘날처럼 엄숙하고 거한 절차가 된 것이다만

기독교도 점점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천주교의 허식과 사제들의 성경본질에서 벗어난 생활태도를 배격해서 본질로 돌아가자고
나온 것이 개신교인데  점점 21세기 한국의 개신교는 암흑기의 천주교를 따라가는 듯 하니...

나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지금이야 교회에서 반은 방관자로 살고 있으니약간 떨어진 곳의 조망이 보이지만
언젠가 다시 나이 먹고 깊숙히 관여하게 되는 시점이 되면 
내가 욕하는 그 부분을 똑같이 따라하고 있지 않을까.

이미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사랑, 우정, 용기, 민주화, 자유, 평화....다 돈으로 처발라야 되는 더러운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걸 아름답게 여기는 세상이 되었다.

교회라고 거기서 빠질 수 없는 걸까.

그냥 뭔가 정리되지 않은 글을 이쯤에서 끝내야만 하는 찝찝함이라니.


Posted by 荊軻
,
모든 사람들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선호가 있고
그것에 맞춰서 다른 모든 일들이 움직이기를 바란다.
직장이건 목표던, 인생의 끝으로 향하는 과정이건.

하지만 이 문제에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게 들어가면 정말 난감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누구나 자신의 입맛에 따라 사람은 살아가기 때문이고
어느 누구에게도 취향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일어났습니다]와 같은 경우도 심심치 않게 목격하는 바,
특히나 가족간의 경우라면 살아가면서 일상다반사로 겪게 되는 일이다.

젊은이는 반항과 패기와 열정으로 거부하고
늙은이는 연륜과 경험과 고집으로 강요한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는 둘이 잘 조율하면 끝날 일이긴 한데
그렇지 못한 경우일 때는 일이 마무리 된 뒤에도 그냥 평행선을 가는 일이 허다하니.
그냥 한 쪽이 세게 나올때는 숨죽여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중에 한 사람이 택한 행동의 결과가 거지같을 때는
뒤에서 슬쩍 일어나서 
[내말 안 듣더니 그럴 줄 알았지. 우헷헷헷]같은 블랙코미디같은 엔딩도 나온다. 새드엔딩 아닌가.

그렇다고
사람 한 번밖에 살 지 못하는 인생에
실수를 몇 번이나 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다고
한 번 밖에 살지 못하는 인생을
타인의 취향을 맞추며 살아갈 이유도 없지 않은가.

나이를 먹으면 이제 그런 일은 없다 싶었는데 
계속 일어나는 걸 보면 나는 나이를 먹은 것이 아니로다.
Posted by 荊軻
,

2009/12/28 소사

작은 방 한담 2009. 12. 28. 01:42
1.
연말에 눈 다운 눈을 한 번 보는구나.
그러나 월요일이니 바로 나갈 일이 걱정이로세.


2.
세상은 하얗게 덮여 천지구분이 되지 않으나
통장도 하얗게 되어 숫자가 보이지 않으니 천지가 캄캄하구만~
경기가 살아난다고 어제 만난 처자가 그러던데
대체 살아난 경기는 어디에 가 있는 것인가.
부잣집 외양간에 고삐라도 매여서 잡혀 있는 것인가.


3.
새삼 느낀 거지만
정말 끊임없이 말을 하고 머리를 짜내고 짜내서 겨우 2시간을 버텨내는 사람이 있고
몇 잔 홀짝 거리고 몇 마디 말한 것 같은데 서너시간 훌쩍 가 버리는 사람도 있다.

한 번에 통하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지만
내가 무슨 오지종족에게 신앙을 전파하러 가는 선교사도 아니고
여기서 결실을 맺지 못하면 차라리 주님 앞에 죽으리다!
하면서 살 인생과제도 아니었으니

그냥 (--)a....
* 소개팅 애프터 신청을 해야하는 건지 근본적인 고민 중.


4.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느라 게임에 몰두한 하루였다.
[어새신크리드2]를 바로 클리어.
현존하는 모든 [음모론]이 총집결되어 있는 스펙타클 하이퍼 테크놀로지 중세액션 낚시게임.
하지만 내가 세계사에서 제일 싫어하는 인간중 하나가 최종보스여서 기분이 나쁘진 않았음.
그 인간은 로드리고 보르지아 ...(스포니까 그냥 이렇게)


5.
마지막 마무리 나흘.
4일동안 정말 성실하고 공평하고
손 가지 않을 곳은 아예 손 대지 말고
정줄 곳엔 확실히 정주고 2009년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다.




Posted by 荊軻
,
별다른 감각적인 인상에 대해서는 기술할 말도 없거니와 
두시간여 동안 서로 펼쳐놓은 장광설들은
이상할 정도로 교집합이 발생하지 않았다.

돌아오면서 내게 많은 화두를 던져주기는 하였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열심히 살고 있는가?
내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과연 중요하게 여길만한 가치인가?

하루하루에 대한 집중이 가치있는가
하루종일 누워서 떠올리는 백일몽이 가치있는가?

결국,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별 결론나지 않는 질문들이었고, 어떻게 하건간에 만족할만한 대답을 지금 찾을 수는 없다.
나이를 먹더라도 연륜이 깊어지지 않는 한,
그리고 그 해답에 대해 타인들과 자신의 관계에 책임을 질 수 없는 한 대답을 함부로 낼 수 없다.


-.- 아, 어렵다.


* 요약 : 소개팅은 어려웠다.

Posted by 荊軻
,

크리스마스

작은 방 한담 2009. 12. 25. 17:25
성탄절

교인에게는 뜻 깊은 날일 것이고
교회 안 다니는 사람에게는 연휴의 시작이겠지만

솔직히 올 해는 별 감흥이 없긴 교인인 나도 마찬가지다.
사랑과 평화는 이남이의 투병생활과 함께 사라진 것 같고.

지인들과 밤을 샜다가 아침 일찍 그분들을 바래다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퍼지게 잠을 자고 일어났다.
교회는 갔느냐는 모친의 목소리. 심신이 고단하여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하니
주일이라도 지키라며 끊으시는 모친. 허헐,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예배는 빼먹지도 않았던 삶이었는데.

두고보니 사람이라는게
정이 있으면 움직이고 정이 엷어지면 멀어지는 것이다.

세상물정 모르고 살던 학생시절부터
[예수보고 다녔지, 사람보고 교회 다녔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왔고, 신앙생활 해 왔지만
같은 믿음을 나누는 사람들에 대한 씁쓸함이 커지고, 결국 나도 저들과 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신에 대한 존의는 남아 있으되 교회에 대한 애정은 상당히 많이 엷어진 듯 하다.

하지만
살면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중 하나는 양비론이라고 생각하고
이놈이나 저놈이나 그게 그거 라는 생각이 사람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생각한다.
저놈이나 이놈이나 그게 그거지라는 생각은 편하고 정치적으로 옳은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하고 그렇게 사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살면서 사람은 늘 무언가를 택하면서 살게 되어 있고 그것은 가운데 서서 너도 흥 나도 흥 하는 맘편한 위치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사실 종교적인 삶도 인생의 수행중 하나이고, 
어느 부분에 인생의 촛점이 맞춰져 있는가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삶이 취미생활이 아닌 담에야 쉽게 식었다 끓었다 할 종류의 일은 더더욱 아니다.
신앙생활이라는 것도 마찬가지. 
옳고 그르지 않은 수행의 방편이라면 사마외도를 내칠 일이나
힘들다 해서 게을리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성탄절이라는 것은 그냥 하나의 상징일 뿐.
뭔가 노곤하고 게을러져 스스로 갈 길을 부지런히 하지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채찍질을 해야 하는 법인데.

* 하지만 오늘은 누가 옆에서 때려도 교회는 못 갔다. 너무 졸렸음...-.-;;;;

* 사실 성탄절에 대한 기념은 기독교의 입장에서 그냥 축하할 일일 뿐. 공휴일 지정은 안 해도 관계없는 날이다.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날은 [부활절]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에게 휴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닌가!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