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교인에게는 뜻 깊은 날일 것이고
교회 안 다니는 사람에게는 연휴의 시작이겠지만
솔직히 올 해는 별 감흥이 없긴 교인인 나도 마찬가지다.
사랑과 평화는 이남이의 투병생활과 함께 사라진 것 같고.
지인들과 밤을 샜다가 아침 일찍 그분들을 바래다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퍼지게 잠을 자고 일어났다.
교회는 갔느냐는 모친의 목소리. 심신이 고단하여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하니
주일이라도 지키라며 끊으시는 모친. 허헐,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예배는 빼먹지도 않았던 삶이었는데.
두고보니 사람이라는게
정이 있으면 움직이고 정이 엷어지면 멀어지는 것이다.
세상물정 모르고 살던 학생시절부터
[예수보고 다녔지, 사람보고 교회 다녔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왔고, 신앙생활 해 왔지만
같은 믿음을 나누는 사람들에 대한 씁쓸함이 커지고, 결국 나도 저들과 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신에 대한 존의는 남아 있으되 교회에 대한 애정은 상당히 많이 엷어진 듯 하다.
하지만
살면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중 하나는 양비론이라고 생각하고
이놈이나 저놈이나 그게 그거 라는 생각이 사람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생각한다.
저놈이나 이놈이나 그게 그거지라는 생각은 편하고 정치적으로 옳은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하고 그렇게 사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살면서 사람은 늘 무언가를 택하면서 살게 되어 있고 그것은 가운데 서서 너도 흥 나도 흥 하는 맘편한 위치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사실 종교적인 삶도 인생의 수행중 하나이고,
어느 부분에 인생의 촛점이 맞춰져 있는가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삶이 취미생활이 아닌 담에야 쉽게 식었다 끓었다 할 종류의 일은 더더욱 아니다.
신앙생활이라는 것도 마찬가지.
옳고 그르지 않은 수행의 방편이라면 사마외도를 내칠 일이나
힘들다 해서 게을리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성탄절이라는 것은 그냥 하나의 상징일 뿐.
뭔가 노곤하고 게을러져 스스로 갈 길을 부지런히 하지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채찍질을 해야 하는 법인데.
* 하지만 오늘은 누가 옆에서 때려도 교회는 못 갔다. 너무 졸렸음...-.-;;;;
* 사실 성탄절에 대한 기념은 기독교의 입장에서 그냥 축하할 일일 뿐. 공휴일 지정은 안 해도 관계없는 날이다.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날은 [부활절]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에게 휴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