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는 이들의 모임이었다.
가지 않았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다른 것이라면 내가 그들과 처한 상황이 좀 다르다는 것 뿐이다.
어차피 아는 이들이니 내 편의를 봐줄 것이리라.
편의를 봐 주기 싫어도 가식으로라도 봐 줄 사람들이리라.
하지만 모두가 무언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을 때
그 자리에 결핍한 요소로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
쓸데없는 주목받음이나 소외가 싫다고나 할까.
사람들은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결국 공통된 것을 가지고 말하게 되는 법인데
그 자리에 혼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고 싶지도 않았고
그걸 좋다고 감내할 성질도 아니다. 그래서 난 사람들하고 만날 때 둘 이상은 솔직히 껄끄럽다.
여하튼간에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들끼리의 모임도
이제 나이를 먹으면서 처지가 달라지니
영 꺼림직한 분위기를 스스로 느낀다니.
자괴감이라 불려도 좋겠지만
아마 난 오늘 갔더라도 당연히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전화조차 한 통 오지 않는 처지에 언필칭 친구라니.
그건 호사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