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동물은 무모하다. 
지상의 모든 생명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서는 먹고 살 수 없음을 안다. 하지만 유일하게 인간은 자신의 안분자족이 삶의 원동력보다 앞설 수 있는 생물이다. 하루에 2/3를 자는 나무늘보도 자신의 생존에 대해서는 스스로의 안위책이 있다지만 사람은 게으름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신의 생을 불확실한 미래에 던져버릴 수 있는 존재이다.

그래서 옛 중세에는 나태함을 죄악이라고 규정지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사람은 현재 순간의 안락함이 보장된다면 미래를 기꺼이 포기할 정도의 게으름을 누구나 지니고 있다. 좀더 눈자 좀더 자자 하면 빈궁이 도적처럼 들어온다고 써 있는 성경의 말도 여기서 연유할 것이며, 지역사회를 괴상한 신정합일정치단체로 만든 칼뱅역시 이런 것을 생각하고 일을 벌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 의미에서는 맞다. 게으름은 죄다.

참으로 모순적인 이야기지만 게으름을 이겨내는 것은 욕망이다.
어찌보면 세상을 더 황폐하게 만들어내는데 일조하는 욕망의 강인함에 의해 인간은 게으름을 극복한다.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의 나태함보다는 불학실한 미래를 위한 치열함에 모든 것을 건다. 궁극적으로는 언제올지 모르는 미래의 나태함을 위해 현재의 욕망을 들쑤셔 지피는 것일테지만 실제로 우리들이 오늘도 잠을 자지 않고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욕망의 소산이다. 만약 욕심이 없이 치열하게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그는 이미 성인이고 해탈한 자일 것이다.

개인적인 황폐함을 게으름은 가져오고, 어쩌면 개인의 범주를 넘어서는 황폐함을 욕망은 가져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누구도 뭐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게으른 자가 흥할 수도 있고, 욕심넘치는 이가 세상을 부흥시킬지도 모르는 일이다. 유방은 40이 넘도록 길거리에서 건달짓거리를 하다가 중국의 황제가 되었고 덕천가강은 그 욕심만큼이나 탐욕스레 살아서 일본의 안정된 중세를 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반대이다. 게으르면 망하고 욕심이 많으면 주위에 누를 끼친다.

사람이란 그래서
나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하는 것인데...

이를 누가 알려줄 수 있을까.

좋은 스승 하나 만날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꼬.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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