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즉악(窮卽惡)

수련장 2010. 2. 17. 16:50
사람은 유한한 능력을 지녔을테니
언젠가는 힘과 기가 다 해서 사면초가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보통있는 절망이야 시간이 지나면 손 툭툭 털고 쓰린가슴 부여잡으면
그냥저냥 대충 잊고 살아갈 수 있다지만
앞이 정말 캄캄할 정도로 삶의 벽에 부딪힌다면
사람 맘 속 깊은데 감춰진 검은 것이 뭉글뭉글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인지 모른다.

인간은 본래 악한 존재라 하는 성악설을 따른다 해도
사람이 사람과 어울려 사는 동네에서 그 속내를 보이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정말 어려우면 생존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그 치부가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사람이 궁해지면 통한다고 하는 궁즉통이라는 옛 말도 있지만
어쩌면 그만큼 악해지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난 희망한다.
즐거움에 빠져 어려웠던 적을 잊지 않기를 희망하며
동시에 너무 지난하게 힘들어
사람의 길이 아닌 명부마도를 걷지 않을 것도 희망한다.

사는 것이란 정말 그 자체로써 수련이고 고행이고
내가 생의 끝까지 인간성을 놓치지 않는 노력의 연속인듯 하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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