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자고자고자고
그래도 사람은 잘 수 있습니다.
잠이라는 게 마약같아서
잠이 들기 시작하면 하염없이 잘 수 있습니다.
허리가 아프면 다른 쪽으로 돌아누워서 자면되고
자다가 얼굴이 가려우면 세수라도 하고 자면 됩니다.
오늘 무진장 잤습니다.
자다 오후 느즈막히 깼습니다.
깨어서 잠시 앉아있어보니
세상사가 참 별 거 아니더군요.
자는 동안 홍콩까지 가서
칙칙한 구룡반도에서 소면 하나 얻어먹고
거기 은행원 아가씨 번화번호까지 따 오던 길이었습니다.
쳇
주륵주륵 오는 스콜까지 맞고
어제 입은 눅눅한 옷까지 고스란히 입은 채 홍콩까지 다녀왔는데
정작 꿈이라니.
대충 씻고 다시 잠들면
다시 나오려나요.
사실은 어제 현실도 외롭진 않았고
꿈도 외롭진 않았네요.
결국 사람은
간극과 간극의 사이에서 오는
감정의 동요를 이겨내지 못하는 동물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