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이번에 컴퓨터를 바꿨어"

"그래? 운영체제는 뭘로 깔았는데?"

"비스타"

"무겁지 않아?"

"괜찮던데. 내가 무거운 거 돌릴 필요도 없고"

"난 아직 XP쓰는데 말이지."

"뭐 그냥 써도 되잖아"

*------------------------------*
을지로 3가 역에서 만난

지팡이 짚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시던
칠순은 족히 넘어보이는 백발 할아버지들의 대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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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秋夜分後(고추야분후) : 한 가을 밤은 이미 자정이 지났고

遠客雁來時(원객안래시) : 멀리서 나그네기러기 올 시간이네.

寂寂重門捲(적적중문권) : 사방은 고요하고 문은 닫혀있는데

無人問所思(무인문소사) : 내 생각 묻는 이 하나 없구나.




*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삶은 다를게 없구나.
  계절만 다르고 사람만 다르지
  육욕칠정이 다 거기서 거기라.
 
  정말 모든게 세사의 번뇌로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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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일하는 곳이 사람이 몇 안되는 직장이고
말로 하는 것보다 그냥 산출물을 보여주는 것이 상례이다보니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심할 때는 하루에 두 서너마디 정도만 할 뿐이고
그외의 토픽은 사업이야기, 돈 이야기, 지출이야기가 전부다.
그리고 집에오면 역시 말할 사람은 소라게밖에 없는 상황.

내가 수다를 싫어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사회생활에서 수컷끼리 떠드는 스포츠나, 밤문화같은 토픽에
그리 관심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하는 일은 주로
회사 이야기와 돈이야기뿐인데.

솔직히 지친다.
끄적끄적 블로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써 놓는 것도 그런 종류의
나름대로 해방구를 만드는 것이고
이도저도 안 되면
그냥 머리를 텅 비게 만들기 위해 샌드백을 치러 도장에 간다.

가끔은
내가 하는 일과 전혀 동떨어져 직종의 연관관계 없는 친구랑 가끔 만나서
진짜 세상이야기 쏙 빼버리고 이야기하는 걸 즐기긴 하는데
그 친구를 못 만날 상황이 되면 그냥 오늘처럼 자판에 올인하는 형국이 되어버린다.

까놓고 말해서
이건 현실에 대한 도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살려면 돈이 든다. 먹으려면 돈을 벌어야한다.
하지만 거기에 24시간을 억눌려 있는 걸 참아내지 못하는 것이고
무언가 다른 것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리라.

냉혹하게 보자면 친구를 만나 이야기하는 거나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생산성 제로의 가치일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초록색 세종대왕 얼굴 배알하려고 세상에 태어난 건 아니지 않는가?
하루24시간 내내 회사발전과 수익성에 대한 이야기만 해야한다는 법이 있는가?
나도 LG를 응원하지만 두산과 삼성과 한화와 해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실시간으로 알아야 할 필요성까지 있는가 말이다.

솔직히 나는
 [난 엊그저께 도서전시회에 가서 외국어대학교에서 학부생용으로 찍어낸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를 샀어. 그런데 읽어보니까 불핀치가 썼던
아더왕 이야기에 나오는 거웨인과 부인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거야. 제프리 초서가
먼저 이야기를 썼을텐데 거기는 거웨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단 말이지. 결국
초서 역시 구전되는 아더왕 이야기에서 거웨인이라는 이름만 빼 버린 것이리라 이거야]


따위의 인생에 도움 안되는 잘난 척 하는 먹물스런 이야기를 하거나

[부타양이 준 불교서적 안에 보면 무상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이 무상이라는 개념이
전도서에서 솔로몬이 주장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를 개인적으로 느끼지 못하겠어.
여기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나?]

같은 역시 돈벌이에 도움 안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으면 [개독이 X랄하고 자빠졌네]스러운
스노비즘에 절절 쩔어서 냄새가 풍풍 풍기는 이야기같은 걸 해 보고 싶다.

그런데
이딴 이야기를 대체 주위에서 누가 가만히 앉아 웃는 낯으로 듣겠냐고.

*----------
하지만 오늘 저녁에 집에 오면서 든 생각은 저런 것과는 전혀 다른 논외의 해답이었다.

저런 [재벌이 시간이나 죽이려고 만든 인문학]스러운 이야기를 하려면
(미국에서 인문학을 보는 시각이라는데...)
[재벌]이 되거나 돈을 일단 지천으로 벌어야 한다고.

어쩌면
내가 저런 일에 목매달고 있거나
대화의 부족함에 대해 편집광적으로 짜증을 내는 이유는
기저에 그러한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알고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내 주위를 살펴보면
사무실에서 동료가 이야기하는
[형님, 뜬 구름 그만 잡고 우리 일에 신경 좀 더 씁시다]가 정답이라는 거다.

그래서 난
그 반작용으로 더 멀리 튕겨나가서 오늘도다른데서 정신적인 도피처를 찾는지도 모르지.

이건 외로움하고는 또 다른 무언가라는 생각이 든다.



요약: 결론은 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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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11시나 되어서야 저녁을 먹은 어젯밤의 화두는
[사람은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최근 여반장처럼 쉽게 얼굴을 바꾼 한 늙은 소설가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근처 친척들의 이야기로 넘어갔고, 말하는 이들이 아직 어렸던 시절의
격동의 현대사를 이야기 속에서 가까운 친족의 명멸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이야기의 종합은

[끝까지 절개를 지킨 친척들은 똥구멍이 찢어지게 살고 있고
 그 때 항거했지만 개구리 삶아지듯 조금씩 변한 이들은 그나마 잘 살더라]는 결론이었다.

사시청청하여 사람들이 우러르는 청죽은
보기에 좋으나 이내 잘라져 사람들의 노리개가 되어버리고
진흙탕에 뿌리박고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야
아이들이 심심풀이로 꺾기 전에는 천수를 다하지 않더냐

배워서 뭣하는가
식자우환이라 하였는데

그리고 배워봤자
똥밭에 뿌리박고 사는 사람들이 훨씬 잘사는데.

수양산의 백이숙제 뜯어먹던 고사리도 욕하던
성삼문은 비명에 가고
쉽게 상하는 나물에 이름 붙은 신숙주는
영달이 하늘에 닿았으니

세상에 배울 것 하나도 없다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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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웃는 놈이 승자다]라는 말이 진리인지
아니면 자신 인생 최고의 날을 맞이하고 퇴장하는 자가 승리자인지

확실히 인생은
같은 순간에 대해 여러가지의 결론을 갖게 해 준다.

비연속성과 불확실성이라는게
삶이 인간에게 주는 보상일까?


* 켄터베리 이야기 1장을 읽고 나서 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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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거짓말의 용도라는 것은 임기응변을 지나서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나봅니다.

주위에 남아있는 친구들을 보더라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있습니다.
[구라]내지 [말빨]이라는 것에 의해
호구지책을 삼는 직종이라면
거짓말에 가까운 호도를 하는 것도 용인되는 것이 사회니까요.

세상을 살다보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안할 수가 없습니다.
애교로 하는 경우도 있고
자기보신을 위해 하는 경우도 있고
자기안전을 위해 하는 경우도 있죠.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이야기나
애인없으니 좋은 사람 소개시켜 달라는 아가씨들의 이야기나
그냥 알면서도 넘어가는 구라임엔 분명합니다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피곤이 쌓이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군요.

개인적으로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타입이긴 합니다
거짓말을 안 하게 생긴 얼굴이 거짓말엔 최적화된 얼굴이죠.
언젠가부터 그런 말을 하기가 싫습니다.
그냥 웅얼거리던가 말을 아예 안해버리게 되는군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생산성은 갈수록 하강합니다.

내가 도라고 말하면 듣는 이도 도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라는 욕구가
거짓말을 요구하는 자리가 늘어갈수록 비례하는 모양입니다.

아니면
타짜가 아니라 참꾼을 지향하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사실 장사나 사람이나
문제는 [신용]인데
이것이 어느 선까지의 [신용]이고 [이익]인지를
구분하는 게 갈수록 힘들어져서 그런가봅니다.

그냥 편해지고 싶다는 이기주이의 소산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무색무취 투명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소망도
여전히 존재하는 걸 보니
아주 좋은 장사꾼은 못 되려나 봅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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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주에 뭔가 소소한 걸 질렀다.
권투글러브.
지금까지 도장에 있던 걸 썼는데
그냥 내 걸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소소한 가격으로 하나를 샀다.

하지만 역시 지출은 지출.
앞으로 마우스피스도 살 것이고 권투화도 살지 모르고...

사람은 하여간 뭔가에 열중하게 되면
그만큼의 관련지출은 하게 된다.

맨처음 검도 시작할 때
그냥 죽도만 사면 되는 줄 알았는데
도복은 기본이고, 목검도 사야했고
실력이 늘어가니 파손된 죽도값은 천장부지로 늘어나고
게다가 호구도 사게 되고
이것저것 기타 잡스런 물건까지 사게되고
나중엔 일본검도협회 경기 비디오까지 보게되는...

사람이 뭐 하나에 미치게 되면
지름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기왕 사는 거면 좋은 걸 사고 싶다는 게 사람의 심리라
점점 지출은 늘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마 권투도 그럴 것이지만
예전 검도 할 때
일본 도복 40수짜리 100수짜리 어쩌구 하는데
사실 솔깃하더라고. (평생 입어도 되고 어쩌구~)

등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냥 두다리 튼튼하고 신발 하나면 될 것 같은 등산이
어느 날 가면
여름엔 쿨맥스 원단 재질의 티셔츠에 쉘러원단 바지를 사고
등산화는 비브람창에 고어텍스 원단을 장비하고
겨울엔 고어재킷은 기본이요 폴라텍 스웨터에 
나중에는 극지 고산용 900필 거위파카까지 껴 입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아저씨의 심정이랄까.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것이고
그것은 어디에나 적용되는 것일텐데.

이것저것 잡념을 버리려고 생각한 운동에서도 지름신이 찾아오니.

산다는게 다 그렇고 그런거겠지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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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에 먹을 것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고
고민하다가 냉장고 안에서 빙하기에 굳어버린 것 같은 스테이크 하나를 발견하고
낼름 버터에 구워
누군가 남겨두고 간 포도주와 함께
묵은지가 다 되어버린 김치를 꺼내 먹었다.

여기저기서 찾아내서
잘 먹었다.

세상에 오래되었다고 버릴 건 없단 말이지.

그건 그렇고 저 스테이크 고기는 뭔가....????


2.
가끔 게시판에 과열되는 거 보면
신앙에 의지하건
이성에 의지하건
죽자사다 싸움질 하는 것 보고 있으면
그냥 둘 다 광신(狂神)이다.
내가 보기엔 둘 다 믿음으로 싸우는데
자기들은 지극히 이성적이라고 믿는거지.

신념을 굽히지않고 만인적으로 싸우는 건
전장에서나 할 일이지
동네 길바닥에서 하면 [우리동네 개차반]이될 확률이 더 높다.

그리고 신앙이라는 거.
-.-a 난 떠들만한 경지가 아니라 잘 모르겠어.


3.
기타히어로나 치면서
별을 보다가
사랑하는 님 얼굴이나 그리며 잘까...

사랑하는 님이 있어야 말이지.
젠장.
나카마 유키에 정도를 떠올리다 자면 될까나.

(눈만 조금 더 독하게 생겼으면 내 이상형인데...쩝)

앗흥~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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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 소사

작은 방 한담 2009. 5. 13. 21:32
1.
집의 소라게 이놈은
물이 떨어지거나 밥이 없으면

물그릇에 응가를 해 놓고 밥그릇에 응가를 해 놓는다.

이런 뭐같은 놈
누굴 닮아서 성깔이 이 모양이냐

2.
요즘
예지력이 올라가는 느낌이다.

아무 생각없이 써 놓은 글이
다음날이 되면 진실이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좋은 이야기를 생각없이 써 놓은 적은 없고
거의 암울한 이야기들이었는데

3.
사람들에게
사랑과
우정과
충성과
옛정중

가장 오래까지 남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변치 않는 것은 무엇일까?

난 자식이 없어서 그 변수는 모르겠다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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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5월 연휴동안 했던 일이 뭐냐 하믄

1. 작은 POP만들어 놓은 거 하나씩 틀에서 떼다가 접착식 빵봉투에 넣기
2. 1번을 하기 전 리무벌 스티커를 붙이는 일
3. 붙여놓은 것을 분류해서 다시 박스포장을 하는 일

1,2,3번을 하기 전 제작과정은 과감히 생략하고.

종류가 한 3가지씩 되는 것이 2000개 넘게 있었으니
상당히 노가다를 했던 셈이다. 어제도 자정이 넘어 들어왔으니.

손으로 하는 일, 몸으로 때우는 일에 대해서 경제적인 가치를 산정하기란
정말 난해한 일일 것이다. 사실, 우리도 저 일을 사람을 고용해서
했으면 훨씬 간단했을터지만 그 노동임금을 줄이기 위해 직접 우리가
뛴 거니...

머리를 쓰는 것 만큼이나 사람이 몸으로 하는 일은 가격이 높다.

하지만 머리를 쓰는 사람이 몸으로 일을 하면 몸으로 일하는 건 쳐 주지 않거나
몸을 쓰는 사람이 머리를 쓰는 일을 하면 일로 쳐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니 나도 사지를 놀리는 인간이고 노가다 아저씨도 머리를 쓰는 사람인데
왜 이 일을 하다가 딴 일을 하면 경제적 가치를 생각해 주지 않는거지?

이것도 편견일거다.

* 대충 쌓인 물건들도 다 빠지고 했으니
  오랫만에 운동이나 갔다가
  심야영화나 하나 때릴까 생각 중...
 
 뭘 볼까...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따라줄 것 같지 않은 느낌이 있긴 한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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