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1시나 되어서야 저녁을 먹은 어젯밤의 화두는
[사람은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최근 여반장처럼 쉽게 얼굴을 바꾼 한 늙은 소설가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근처 친척들의 이야기로 넘어갔고, 말하는 이들이 아직 어렸던 시절의
격동의 현대사를 이야기 속에서 가까운 친족의 명멸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이야기의 종합은

[끝까지 절개를 지킨 친척들은 똥구멍이 찢어지게 살고 있고
 그 때 항거했지만 개구리 삶아지듯 조금씩 변한 이들은 그나마 잘 살더라]는 결론이었다.

사시청청하여 사람들이 우러르는 청죽은
보기에 좋으나 이내 잘라져 사람들의 노리개가 되어버리고
진흙탕에 뿌리박고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야
아이들이 심심풀이로 꺾기 전에는 천수를 다하지 않더냐

배워서 뭣하는가
식자우환이라 하였는데

그리고 배워봤자
똥밭에 뿌리박고 사는 사람들이 훨씬 잘사는데.

수양산의 백이숙제 뜯어먹던 고사리도 욕하던
성삼문은 비명에 가고
쉽게 상하는 나물에 이름 붙은 신숙주는
영달이 하늘에 닿았으니

세상에 배울 것 하나도 없다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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