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올라온 후배의 글에서도 그랬지만
발달해가는 인간의 삶 속에서
기독교인의 가치체계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영원한 중간자의 삶을 꾸려갈 수 밖에 없음을 절절히 느끼게 된다.

한쪽 발은 인문학과 인간가치중심의 영향권에 넣어두고
한쪽 발은 신의 현현에 대한 기대와 절대자에 대한 복종의 서원에 넣어둔다.

같은 종교를 믿는 자의 패악에 통감하지만
같은 종교를 비방하는 말에 대해서 역시 다르게 가슴아파한다.

절대적인 가치판단의 기준을 가지고 있으나
급변하는 사회의 상대성에 대해 공감한다.

비신자의 비판에 대해서
몰이해와 광신과 합리적 선택과 절대복종의 사이에서
작은 지푸라기 하나에도 갈등한다.

내가 살아온 환경과 이성에 의한 판단에 의해서만
생각하고 움직이면 좋으련만
인간의 범주 밖에 있는 절대적인 선(善)의 기준이라는 것을
믿고 따르게 된다면 또한 그것이 무의미하게 된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믿고 선이라고 따르는 것에 대해서
절대자의 입장에서 선이 아닐 경우는
어떤 것을 따라야 하는가?

어찌보면 나 개인의 신학을 규정짓는 문제에서
가장 커다란 문제점이자 화두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느날 내가 깨달아
즉심즉불이요 비심비불이라 내가 생각하는 것이 곧 신의 섭리라고
느껴질 때 나는 이 모든 것을 초탈할 수 있으련만
사람이 그렇지 못하고 세상이 그렇게 얇지 않은 관계로
늘 고민하고 고민하는데
뭐가 실상인지를 알 수 없는 오성의 한계에 늘 절망한다.

어쩌면 나는 죽는 순간까지
어느 쪽에도 온전하게 의탁하지 못한 채로
모든 곳에서 영원한 회색분자로 살아가야 할 지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어렵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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