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荊軻宿'에 해당되는 글 1419건

  1. 2010.04.23 나는 어떤 사람인가 & 개인적인 감상
  2. 2010.04.21 해바라기 6
  3. 2010.04.21 망연하게 던지는 질문 2
  4. 2010.04.20 그분께서는 말씀하셨다
  5. 2010.04.19 2010/04/19 2
  6. 2010.04.15 아는만큼 2
  7. 2010.04.14 Just cause 2 6
  8. 2010.04.12 추재기이(秋齋紀異) 5
  9. 2010.04.11 하나나 둘이나 셋이나 하나나 2
  10. 2010.04.11 매스이펙트2


나는 아직도 가끔 블로그가 아닌 도구로 일기를 쓴다. 
일기라고 해 봤자 며칠 뒤에 돌아서 읽으면 돈과 여자에 관한 일이 전부다.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인데
당시의 소회를 써 놓은 것이라곤 그런 것 밖에 없으니 나도 참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매천 황현 같은 분은 망해가는 조국의 모습을 그리도 세세하게 기록을 하셨건만...그릇이 다른게지.

각설하고,
사람이 나중에 스스로의 삶을 돌이켜 보고 그 것을 몇 줄 글로 갈음해본다 하였을 때
내 삶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쉽게 글 쓸 수 있는 이가 현대에 몇이나 될까.
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고 후대에 알리고 싶은 욕망은 지금도 옛날과 마찬가지리라.

이 책은 선비들의 자서전. 그 중에서도 짧게 자기를 평한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벼슬길에 현달하여 이름을 높인 선비들의 자성이 반이오,
불우한 환경 덕에 처사로 엮인 사람들의 글이 반이다.
하지만 그 속에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솔직한 바, 스스로의 삶을 정리하는 글이라 생각되는 곳에서는
거울을 마주보고 말하듯 엄숙하고 진솔하게 변하는 모양이다.

그 중에서도 중종때 형조판서까지 지낸 이자 라는 양반이 자신의 삶에 대해 쓴 글은
무섭기까지 하다.

"선을 좋아하길 독실하게 하지 않고 악을 미워하길 용맹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 평생 그렁저렁 보내고 하루하루를 허랑하게 지냈다."

이 구절을 읽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이 양반은 연산군 때 벼슬을 시작한 사람이다. 왕의 눈을 피해 하루 종일 술만 퍼마셨다.
그리고 중종반정이 일어난 뒤에 조광조와 함게 언관에 제수되었다.
훈구와 사람이 붙었을 때는 중도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조광조는 죽는다.

그렇게 살다가 50이 넘은 지금에 와서 저런 고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에 맺힌 것이 얼마나 많았으랴.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어쨌건
스스로의 살아온 길에 대해서 준엄하게 이야기하는 책. 예전부터 이런 종류의 책은 있어왔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이 점점 체계화되는 느낌이고 갈수록 좋은 컨텐츠로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두꺼운 책이긴 한데,
스스로 한적한 곳에서 고인들의 삶을 맑은 물 삼아 내 얼굴을 비춰보는 것도 좋으리라.

* 추재기이의 작가 조수삼의 자서전도 들어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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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투덜투덜 2010. 4. 21. 16:15

-1.-

어쩌다 일이 있어서 근처 사무실에 들렀다.
아는 직원 하나 있었다. 처자다.

"잘 지내오."

"예"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깔대기로 빠져서 결국 연애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내 보아하니 최근에 노상에서 같이 다니던 총각 하나 있는듯 하오이다."

"아, 그냥 착한 친구예요."

"별 관계 없이 착한 친구요?"

"그렇지요. 세월이 수상하다보니 밤까지 근무하면 바래다 주곤 하옵니다."

그냥 거기까지 말의 단락을 짓고 넘겼는데

곰곰 돌아와 혼자 사무실에 앉아 생각하니 참 누군지 불쌍하였다.
그 위인이 사해동포주의와 측은지심을 앞세운 인의지도를 가는 군자라면야 내 무슨 흠을 잡으리오만
과연 그 친구는 그런 단심으로 푸르른 대나무처럼 인생을 사는 사람일지.

만약에 그것이 아니라면 말 그대로 그 친구는 공주를 지키는 테라스 아래 파수꾼일진대
주야장천 사시사철 호위해 봤자 나중에 공주를 채가는 건 낯짝도 모르는 왕자일터.
그냥 [착한 친구]라는 말이 그것을 반증하지 아니하는가.

속내로는 나와 대화한 처자가 타인에게 맘을 들킬까 저어해 그 친구를 그냥 아무 관련없는 이라
낮춰 말한 것이리 하고 믿고 있는 중이다. 처자의 처지나 눈높이야 내가 어찌 알 바 아니지만
그냥 그러고 사는 남정네는 불쌍하지 않은가. 만약 그 사내에게 일푼이라도 연모의 정이 있다면.

사내건 짐승이건 한번 눈을 마주친 이가 인연이라 생각하는 머저리임은 분명하지만
스스로의 선택을 빙자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슬픈 일이 어디있으랴.

하기사 슬퍼보이는 건 제3자들의 눈이지 본인들은 정작 그렇게 생각 안하리라. 희망은 아편과 같으니.

-2.-
"아들, 혹시 바깥에 나가 볼 요량이 있는가?"
"바깥이라면 어딜 말하시는 것입니까?"
"산 너머 바다건너 이국을 말하는 것이네"
"거기에 가면 무엇이 있습니까?"
"그곳에서 같이 누군가가 일할 사람을 찾는데 어떠한가?"
"뜬금없는 말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좋지 않겠나."

사흘에 한 번 자식을 못 보면 금새 병이라도 들 것 같던 부모 입에서
멀리 타국이라도 나가 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보는 순간.

한 때는 아들 스스로가 나가겠다 해도 장남이 타국엘 어찌 나가느냐 한사코 말리던 분들이
이제는 그런 말도 스스럼없이 할 정도가 되었다.

한 번 나가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래봤자 두 세달.
과연 그런 것을 내가 아니라 당신들이 견디실려나. 

희망은 아편과 같은 것이다.
무언가 그럴듯한 게 자식에게 맞겠거니 생각하면
부모는 나이나 처지에 관계없이 그것을 자식에게 대 보기 시작한다.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그 또한 서글픈 일 아니겠는가.


-3.-
가끔은 이루지 못하는 소망임을 스스로가 인지하거나
어렵기 그지없음을 객관적으로 알고 있더라도
"나는 그렇지 않으려니, 우리는 그렇지 않으려니" 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뭉뚱그린 채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누군가는 이뤄지지 못할 사랑으로 청춘을 갉아먹고
누군가는 이뤄지지 못할 꿈으로 시간을 허송세월하며
대부분은 잡지 못할 돈에 대한 꿈으로 평생을 소비한다.

내가 제3자가 되면 그 어두움과 허탄함을 보겠으나
내가 스스로 올무에 목을 걸고 있을 때는 전혀 그렇지 못한 게 인생이려니.

해바라기라.
이 참 서글픈 단어 아닌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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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욕망의 화신에 지나지 않는
암기과목 공부벌레들에게 
우리의 모든 권리를 위임했던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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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영국을 빛냈던 위대한 가객 톰 존스옹 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To live for today,
 To love for Tomorrow
 is the wisdom of fool"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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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9

카테고리 없음 2010. 4. 19. 01:18
1.
4.19가 벌써 50주년이다.


2.
무언가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3.
내가 가장 잘하는 걸로 돈을 벌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되지 않으면 내가 오래 할 수 있는 것이라도 골라야 할 것이고
그도 아니라면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도 찾아야 한다.

머릿속에서 과도하게 펼쳐지는 상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은 없는 듯.

4.
나이를 먹나보다.
점점 자잘한 일에서 지치고 피곤해진다.


5.
우린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버렸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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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만큼

수련장 2010. 4. 15. 23:45
사람이건 사물이건 지식이건
딱 아는 만큼만 보인다.

그리고
스스로 원하는 노력이 없으면
더 이상 알게 되기도 힘들다.

지식의 습득, 관계의 발전
모든 것은 나이나 학력에 무관하며
사람이 천부적으로 가지고 있는 호기심에서 출발하고
호기심이 사라지는 것으로 끝난다.

그 가운데 과정에서 무언가 얻던가 깨닫던가
아니면 그르던가를 판단하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을 방해하는 것은
속단과 게으름이며
종당에는 스스로의 굴레에서 만든 편견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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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cause 2

작은 방 한담 2010. 4. 14. 08:31
Just cause, [정당한 명분]이라는 뜻. 
군사학적으로는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충분한 정치적 요소를 가리킬 때 쓰는 용어이기도 하고
미국의 파나마 침공당시 작전명으로 쓰인 명사이기도 하다.


이런 제목을 가진 게임 타이틀이 하나 존재한다.
내용 자체가 황당하다.

친미적인 정권이 들어서 있는 동남아시아의 한 섬나라 대통령이 죽은 뒤
반미성향의 대통령이 들어선다. 대통령 자체의 개인적 찌질함이야 그렇다 치자.
미국에서 우리의 주인공을 파견한다. 

주인공의 임무 - 도시의 갱단 보조, 각 섬의 반정부세력 확장, 사보타지, 방화, 테러 및 
                      정부의 치안능력을 상실케 만드는 것. 그래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난 뒤
                      현 정부를 전복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아, 이런 제국주의의 산물같은 첩보전이라니!
그런데 저 짓을 내가 하는 것임.

나중에 국민들을 도와서 성조기를 찢어버린다던가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주인공은 1편에서 남미의 국가 하나를 이런 식으로 말아먹었으니까.


지금 한참 불태우고 있는 엑박360의 오픈월드게임.
국내에는 별로 소리소문없이 발매되었는데
게임성 자체는 엄청나게 후덜덜하다.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걸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에서
만족을 얻을만한 게임. 말 그대로 섬나라 하나를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그 맵의 크기 하나만
보더라도 입이 벌어질 지경.

내가 좋아라 하는 Eidos사의 작품이긴 한데...
어째 하다보면 씁쓸하다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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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재 조수삼이 쓴 당시 떠돌던 야사들을 모아다 내 놓은 기담집.

추재 조수삼은 중인 역관출신이다. 학문이 높고 명철했으나 늙어서 무관말직에 한 번 있었을 뿐 평생을 평민으로 가난하게 살았다. 영조와 정조시대 실학자들의 격동기에 살았던 사내. 이덕무. 김정희. 이서구등과도 교유가 있었던 당대의 재사였지만 그는 사대부의 눈보다는 민중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를 원한 시인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그가 늙은 뒤까지 들었던 기담들을 모아서 [추재기이]를 펼쳐내었다.
이 중에 우리도 아는 설화가 몇가지 있으니 그중 유명한 것이 [일지매], [거상 김만덕]같은 것들이다.

이 책은 사대부의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천민과 중인, 길거리에서 이름없이 살다 죽은 사람들의 아름답고 슬프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짧게 읊고 각각의 시를 붙인 것들이다. 
내용들은 하나하나 골계미가 있지만 가만히 읽고 있으면 더할나위없이 서럽다. 인간의 인생에 대해서 이것저것 간명하면서도 선방의 화두와 같은 내용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몇개는 그 짧은 글 속에서도 사람의 눈물을 맺게 하는 것이 있다. 몰락한 양반, 효성스러운 효자, 알아주지 않는 의인, 평생의 정인을 못 만난 기생과 선비 등등 인생사의
모든 화두가 짧은 글 안에서 빛나고, 그 산문을 또한 응축해 놓은 추재의 시문 역시 기상이 예사롭지 않다.

추재 조수삼은 비록 벼슬에 오르지 못하고 빈한하게 살았지만
그의 친구들은 그에게 열가지 특출난 재주가 있음을 부러워하고 펴지 못함을 한탄하였다 한다.
그것은 각각
풍모, 시문, 문체, 의학, 바둑, 글씨, 기억력, 웅변, 덕행, 그리고 장수함이었으니

사람의 기상이 인중룡이어도 뜻을 얻지 못함은 말 그대로 천시를 타고나지 못함이었을까.
아니면 이렇게라도 이름을 후대에 남길 수 있는 능력이라도 복되다 해야 할 것인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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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본물에 무슨 차이가 있겠냐만
대하는 내 태도가 차이를 부르는 바,

기러기 날아가는 걸 보고 가을임을 깨달으면
세상을 읽는 마음이 있다 할지라도

지나가는 당나귀에게 길을 묻는 건
병신이나 하는 짓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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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이펙트2

투덜투덜 2010. 4. 11. 03:22

꽤 오랜시간 걸려서 깨 본 스페이스 액션 RPG or FPS. or 연애시뮬

역시나 드래곤에이지와 비슷하게 
내 취향엔 절대 안 맞는 게임이었다.

우주를 지키거나 세계를 지키려면 그냥 그 일에 충실할 것이지
뭔놈의 되도 않는 연애질

내가 동룐데 지휘관이라는 놈이 여자 동료 꼬셔서 그짓거리만 하려는 일념으로
살고 있다면 난 그 놈 동료 안 함. 내가 지휘관이라도 그짓은 안 함.
그런데 주인공은 이 여자 저 여자 다 후리고 다니면서 우주를 구하더군.
(주인공을 여자로 하면 이 사내 저 사내 다 후리고 다님)
그래놓고 와방 고결한 척 인류 생존의 어쩌구...

됐어 임마
현실세계에선 너같은 놈때문에 세상이 시궁창인거야.

나중엔 짜증나서
막판 수사이드 미션때는
"그냥 인류의 용사답게 다 가서 뒈져버렷!" 하는 심정으로 닥돌하고 다녔는데
렙업을 하도 해 대서 그런지 죽은 인간은 맘에 안드는 놈 둘 뿐이더라.

역시 게임의 렙빨은 현실의 돈빨만큼이나 절대적인 것.

이건 정말 팔아버려야겠음.
맘에 안 듦.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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