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荊軻宿'에 해당되는 글 1419건

  1. 2010.05.03 2010. 5. 2
  2. 2010.05.01 결혼할 때&장례식 때 2
  3. 2010.05.01 벼랑에 걸린 작은 나무가지처럼 2
  4. 2010.04.29 남 몰래 흘리는 눈물 2
  5. 2010.04.29 빈번함 4
  6. 2010.04.28 6
  7. 2010.04.28 정말 가끔 오랫만에 만나는 후배
  8. 2010.04.27 4월도 이제 마지막 2
  9. 2010.04.24 말바꾸기 2
  10. 2010.04.23 병,병원, 의사 그리고 약사 2

2010. 5. 2

작은 방 한담 2010. 5. 3. 01:10
1.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2.
세상에 태어나서 누가 누굴 원하고 누가 누굴 원망하는지 알 도리가 있으랴
그냥 들어오는 인연대로 사는 것이 현명한 인생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3.
맺고 싶다고 맺어지는 것도 아니고 끊겠다고 끊기는 것도 아니다.
이것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놔 둘 뿐이다.

4.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겠다고 기쓰는 것도 결과가 좋지는 못하더라.

5.
문 밖에서 아는 것과 문 안에 들이는 것은 분명 다른 것이다.
들이는 것이라면 내가 그것에 대해서 닳아 없어질 때까지 책임을 져야겠지.

6.
정작 내 입에 들일 것조차 없는데 무언가를 더 채우려고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하긴 사람이 가진 것으로 사람을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7.
객은 떠나가고, 객은 들어오고
결국 이리저리 휘돌고 방랑하고 허랑하며 돌아오는 과정에서
온전히 남는 인연은 기연이거나 옛날부터 날 놓지 않던 인연이더라.

8.
사는게 나이가 먹을수록 무섭구나.
가진 것이 줄어들지라도 무서운 것은 마찬가지니
따져보면
기댈 곳이 점점 없어지고 
인간은 스스로를 의지할 수 없는 걍팍한 존재임을 깨닫게 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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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추억록에서 [나]란 존재를 백지처럼 여기다가

갑자기 삶에 저 두가지 이벤트가 발생하게 되면
내 이름이 찬란한 황금문자로 박혀서 추억록 가운데 떡 박히게 되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나 장가간다. 오빠 나 결혼해요
이런 문자+전화가 온다.

'근데 젠장 넌 대체 누구세요?' 라고 할 수도 없고 보통 그런 문자나 전화는 좋게좋게 말하고 끊지만
기분 찜찜한 건 별 수 없다. 먼지가 켜켜이 쌓인 추억의 귀통이에 박힌 존재에 불과한 나를 어느 날
현실세계에서 만나려고 하는 것은 단 하나, 봉투나 받으려는 짓거리라고 밖에 확대해석할 수 없다.
(이럴 때 얼굴이나 보자...는건 거짓말임. 친하지 않은 놈들은 사진 안 찍고 밥먹으러 가고 눈도장 찍어봤자 결혼식 당일날은 삐에로 분장을 하고 가도 결혼 당사자는 기억하지 못한다.)

가끔 이런 전화 오면 그런 생각만이 든다.
"세상에 친구라는 귀한 명사를 참 걸레처럼 쓰는 것들이 있구나."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가지 않는다. 어차피 갔다오면 자기들 삶에 매몰될 놈들이니.

2.
하지만 두번째 경우는 좀 망설여진다.
결혼이야 지 좋은 맛에 했다쳐도 장례를 누가 좋아서 치루는 놈이 있을 것이며

결혼식때 룰루랄라 아 이놈은 그래도 나랑 연분이 있지 하고 심심풀이 청첩장 날리는 수준하고
장례식 때 머리속이 텅 빌때 아, 이녀석은 그래도 내 친구니까 와줄거야 하고 연락하는 것은
엄밀하게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가게 된다.
어느 순간 기억의 회로에 불이 다시 들어와서 과거에 묻어뒀던 내 이름에 조명이 들어왔다 할지라도
누군가 막막할 때 부르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나름대로 자랑스러운 일 아닌가.
최소한 친구는 아니라 지인, 면식일지언정 그 정도면 내가 잘 처신했구나 싶은 것이다.

물론,
전화 건 놈이 누군지조차 모를 경우나
내 연적이었거나 기분 나쁘게 깨진 전직 여친이라던가
가문의 원수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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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다보면 뭔가 아주 소소한 것이
사람의 마지막 낙하지점까지 가는 것을 방지해주곤 한다.

어쩌면 삶에 대한 악다구니, 간절한 소망이
만경창파에 떠 있는 겨자씨만한 것에
모든 희망을 담게 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진 것도 없고
옆에 누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살게되는 것.

꿈을 꾸고
꿈에서 깨어나 꿈을 생각하고
꿈을 한 번 더 맛보기 위해서
살고 다시 잠이 든다.

쇼섕크탈출에서
앤디가 레드에게 그랬다.

"희망은 좋은 거, 아마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 이리라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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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도 않는 불멸의 OVA [자이언트 로보 - 지구가 정지하는 날]을 보다보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게 되는 노래가 바로 저 노래.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이다. 도니제티가 어찌 알았으랴. 자신의 오페라 아리아가 세계멸망을 앞에 두고 혼자 고뇌하는 대악당이 등장할 때마다 배경음악으로 나오게 될 것이라고. 각설하고, 이 노래는 지구멸망을 목전에 두고 자신의 복수의 정당성을 획득하려는 악당 겐야의 테마로 변주되어 나온다. 
오호라!
세상을 살면서 원한없는 놈이 어디있겠는가. 
그런데 이 노래를 선곡한 건 나름대로 감독이 그 안에 무언가 이중의 복선을 넣고 싶었던 의도였을 것이다.
만화를 본 사람들은 알지만, 결국 이 드라마는 노래만큼이나 처절한 엔딩을 가져오는데
그 비극의 서두에는 무엇이 있었던가.

오해
오해,
그래, 그 빌어먹을 인간사에 부도난 수표만큼이나 남발되는 오해 한 귀퉁이덕에
세상은 인류공멸의 문턱까지 왔다갔다 깔닥거리고 주인공과 우리의 무식하고 힘좋은 자이언트로보는 개고생을 하지 않았던가. 똥은 오해한 놈이 싸 놓고 뒷처리는 뭔일이 일어났는지 구분도 못하는 우리의 주인공이 해대는 것이다.

세상만사 다 그런거 아닌가.
누군가는 오해를 아주아주 열심히 해서 뼈에 사무치는 원한까지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서 돌이킬 수 없는 파탄을 만들어내는 반면, 나중에 뒷수습은 어쩌다 그 자리에 서 있는 타인들이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알지 못하면 말을 하지 마라]

누가 시장바닥에서 툭 내던진 말 같긴 해도, 이것도 나름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황금율 중 하나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이상하게 보려는 눈초리가 있다고 생각되면
좀 내 스타일이 후져보이더라도 사실은 이러이러해서 어떻게 된 것이네 라고 말하는 용기도 필요한 듯 싶다.

안 그러면 
우리 중 누군가가
세계를 절단낼지도 모르지 않는가.


(지구의 운명을 애송이따위에게 맡길 순 없다!)

아아 물론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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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번함

작은 방 한담 2010. 4. 29. 00:10
트위터를 최근 몇 달간 쓰고 있었는데
뭔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어차피 블로그도 마찬가지지만
정제되지 않은 어휘들이 숱하게 올라가고 넘어가는 것이 인터넷의 글줄이다.

누군가가 안부를 묻고
안부에 답하고
전화해서 대화할만큼 친한 사이가 아닌 사이끼리는
그런 것에 있어서 낯간지럽지 않은 좋은 방편이긴 한데

참으로 허탄한 말을 마구 쉽게 내가 쏟아내는구나 싶더라.
더군다나 술이라도 한 잔 걸친 다음에는.

내뱉은 말들뿐 아니라 내갈겨 쓴 글도 줏어담기 힘든 것이다.
delete하나로 원본은 해결될 거라 믿는다 쳐도
이미 시신경을 타고 뇌리에 들어간 글자들은 어떻게 지울 것인가.

쓰고 다시 고쳐쓰고 고쳐써도
내 마음을 분별해서 전달하기 힘든게 상식인데
너무나도 많은 말을 쉽게 쓴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특히나 그 글에 내 불안정한 감정이 그대로 실려 있다면.

어차피 쪽글 적는 판에 너무 심각하게 보는 거 아니냐고 할 것 같긴 한데

내 마음의 끝자락 하나라도 사람에게 보이기 싶지 않은 때가 있고
그런 감정을 스스로가 쉽게 무너뜨리는 실수 중 하나가
너무 말을 많이 하거나 너무 많이 쓰거나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신색을 바로하진 못하더라도
부끄럽지는 말아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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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투덜 2010. 4. 28. 23:52
글이 쓰이질 않는다.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 상황.

뭔가 머릿속 건너편 강둑에 필요한 말들을 놓고 온 기분.

갖고 싶은 걸 갖고 싶은데 갖지 못한다.

그런 기분이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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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언저리에 거의 들어오지 않는 녀석이면서도
내가 힘들때면 가끔 불러서 술을 먹는 녀석.

불러서 정말로
코가 비뚤어질정도로 마셨다.

그 녀석도 그동안 힘들었고
나도 힘들었다는 것은 풍문을 통해 둘 다 안다.

20대 젊은 청춘도 아니면서
정말 미친듯이 짧은 시간에 몇 병을 비웠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걱정된다. 내일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지.)

사업이야기부터
남녀상열지사까지
나누다보니 이 놈하고 못 한 이야기가 없다는 생각이들었다.

예전에 그렇게 친한 놈이 아니었다. 가끔 우리 집에 와서 컴퓨터 맛간거 고쳐주던 녀석이었는데
둘 다 세월의 더깨가 쌓이고 흡집이 나기 시작하더니
가끔 불러서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처지가 되었다.

"형님, 다 접고 차라리 외국으로 뜨시오. 형님 알아주는 놈이고 년이고 하나 없는 것 같쇠다."

나도 취하고 놈도 취했던가
그 자리에선 그렇게 웃고 말았는데

지금 조금 취기가 풀린 상태에서 생각하니
왜 이리 서러운지.

너나 잘 됐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임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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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벙덤벙 보내는 것 같더라니 결국 며칠 남기지도 않았다.

4월 한 달 간 든 생각이라면 뭐가 있을까.

지금 당장의 것을 위해서 달려가야 하는 건지
아니면 계속 하나를 파다보면 나오게 될 결실을 위해서 인내해야 하는건지.

누구나 쉽게 결론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정작 내가 이런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두 가지를 같이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는데
그건 하나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일 것이다.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조바심 때문에 그르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염없는 끈기와 인내를 요하는 것들도 있다.

많은 부분에 있어서 
사람들은 [발등에 불떨어짐]이라는 좋은 핑계거리를 가지고
많은 부분 신의를 날리곤 한다.
그렇게 되지는 말아야지.

지난 주말
첼로팬 집에서 잠깐 본 고우영 [초한지]를 보면서
참 잊고 있던 많은 성정들과
내가 깊이 묻어두었던 나름대로의 삶의 태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역사와 좋은 책은 언제 봐도 공부가 된다. 
Posted by 荊軻
,

말바꾸기

투덜투덜 2010. 4. 24. 01:07
아는 놈 하나가 새로 어딘가에 있는 사무실에 취직을 했다.
경력으로 취직을 했다.

사장이 오라고 할 때는 거의 자기 밸이라도 빼줄 것처럼 살갑게 굴면서
돈도 달라는 대로 다 주겠다는 식으로 꼬셔서 결국 그 회사로 넘어갔다.

그런데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다른게 사람이라더니
한 달 딱 부려먹고 월급날 가까워지니까

"너 하는 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약정했던 급료를 다 줄 수 없겠다."

이러더란다.

보아하니 잡지광고 하는 회사다. 보통 20일께 즈음에 원고마감이 밀려있다. 그 때만 일 잘 처리해서 넘기면 한달 벌 수 있는 거다. 그리고 트집 잡아서 사원들 하나하나 내보내고.
나중에 이 녀석이 알아보니 이 회사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애가 1년이라나?

무슨 깔딱깔딱 시한부인생 사는 양 회사를 운영하는 건지 알 수도 없고
그런 식으로 어떻게 줄기차게 운영해왔는지 그 사장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그런 모든 걸 떠나서 사람이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 자체에 환멸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어제 아침에 듣는 내가 화가 치밀어서
"별X!#%%$^@^^@#같은...때려쳐!" 라고 말해버렸다.

사람이 아무리 못 배워먹었어도
자기 말한 것에 대해서 신의가 있고 지킬 생각이 있어야지
[내 처지가 이러니까 너한테 이래도 되는거다]따위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인간이 사장질 해 먹는다는게
그리고 그런 사장이 존재하는 나라라는 것과
그런 인간이 붙어있을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에

신물나고 증오가 서린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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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며칠동안
신경이 날카로와질대로 날카로와진 상태에서 잔업을 했더니 아닌게 아니라 몸살이 걸렸다.
원래 신경이 둔감한 편이 아니라서 두달에 한번 꼴로 아프다.
그나마 현대에 태어났으니 망정이지
조선시대나 구한말에 태어났더라면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을 법한 불량한 신체다.

병원에 들렀다.
얼굴을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의사와 환자.
"이번엔 어디가 아프셔서~"
"머리와 목감기가~"
"요즘 유행이죠~"
"예"
"약은 부작용이 없었으니 좀 진통제를 센 걸로 섞어드릴까?"
"많이 돌아다녀야 해서..."
"그럼 예전처럼 넣는데 하나를 더 넣어볼테니 몸이 안 좋으면 빼시지요"

불치의 병도 아니고
몸이 환경에 맞지 않는 것이라는 걸 의사도 알고 나도 안다.
아마 약 한 두 세번 먹으면 또 나아질 것이다.

아프다고 징징대며 외로와요 외로와요 타령할 바엔
내 얼굴만 봐도 뭔 약을 투여할 지 아는 의사한테 가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물론, 전혀 정서적인 도움은 안 되지만.

2.
병원 아래 약국에 갔는데
호호백발 할아버지 약사님이 없다.
며느린지 동업자인지 모르는 아줌마가 처방전을 보고 약을 내 준다.

"약사 어르신은 어디..."
"이제 낮에만 잠깐 나오세요."

하긴 내가 이사오기 전부터 호호백발 할아버지셨다.
노구에 활인하기에는 스스로 보신할 나이가 지나신 몸이다.

아마 은퇴하시거나
못 뵙게 되겠지.

그래도 약을 살 때면 늘 보는 얼굴이라도
"이 약은 뭐에 쓰는 약이고 이 약은 뭐에 듣는 약이고 이 약은 뭐에 먹는 약이요~"
하고 일일히 알약 하나하나 가리키면서 설교아닌 설교를 하던 분이 없으니
맘 한 켠이 쓸쓸하다.

봄은 봄인데 왜 이리 추우냐.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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