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언저리에 거의 들어오지 않는 녀석이면서도
내가 힘들때면 가끔 불러서 술을 먹는 녀석.
불러서 정말로
코가 비뚤어질정도로 마셨다.
그 녀석도 그동안 힘들었고
나도 힘들었다는 것은 풍문을 통해 둘 다 안다.
20대 젊은 청춘도 아니면서
정말 미친듯이 짧은 시간에 몇 병을 비웠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걱정된다. 내일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지.)
사업이야기부터
남녀상열지사까지
나누다보니 이 놈하고 못 한 이야기가 없다는 생각이들었다.
예전에 그렇게 친한 놈이 아니었다. 가끔 우리 집에 와서 컴퓨터 맛간거 고쳐주던 녀석이었는데
둘 다 세월의 더깨가 쌓이고 흡집이 나기 시작하더니
가끔 불러서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처지가 되었다.
"형님, 다 접고 차라리 외국으로 뜨시오. 형님 알아주는 놈이고 년이고 하나 없는 것 같쇠다."
나도 취하고 놈도 취했던가
그 자리에선 그렇게 웃고 말았는데
지금 조금 취기가 풀린 상태에서 생각하니
왜 이리 서러운지.
너나 잘 됐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