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荊軻宿'에 해당되는 글 1419건

  1. 2011.10.17 눈가리개 6
  2. 2011.10.14 염통이 쫄깃쫄깃 6
  3. 2011.10.10 어저께 900명이 내 블로그에 들어왔다 7
  4. 2011.10.05 Police POV 1
  5. 2011.10.04 생일을 맞아 10
  6. 2011.10.03 두리안 2
  7. 2011.10.01 대다수를 위한 면죄부
  8. 2011.09.30 2011.09.30. 소사 2
  9. 2011.09.27 왜 100명이나 들어왔나 했더니 5
  10. 2011.09.25 모나리자 & 조용필 & younger & older
교회 예배 끝나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빵을 잠깐 사러 일요일날 움직이는 중이었다.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젊은 아가씨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대학재학생 아니면 졸업한지 1년 안되는 나이 또래로 보였다. 옆에서 상당히 크게 떠들길래 가만히 들어봤다.

"그러니까 박원순이가 서울대 들어갔다가 관둔거잖아. 그랬으면 학력위조지 아니야? 그래놓고 무슨 착한척 어쩌구"

난 제발 이 여자들이 우리 교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아니기를 지금까지도 바라는 중이다. 서울대 입학한지 80일밖에 안되는 신입생을 긴급조치로 퇴학시켜버린 끝내주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게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그 긴급조치를 내보낸 공화당의 적통임을 자랑하는 정치인이 박근혜이고 그 박근혜가 지지하는 인간이 박원순의 대척점인 나경원이라 이거다.  그 쪽에서 주장하는 박원순의 [학력위조]와 같은 죄 Vs 태생 자체가 죄인 정치집단.

응원하고 지지하고를 떠나서 사람이 뭘 어떻게 가치판단해야 하는 지 정도는 좀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니냐?


2.
세상이 점점 저열해지고 통치하기가 쉬운 이유가 뭔고 하니
이익과 조회수를 위해서는 제 어미도 팔아먹을 저질성을 지닌 언론들이 창궐하는 나라가 되다보니
그때그때 자극적이고 표면적인 불씨를 계속해서 내던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이걸 계속 흡수하다보면 뭐가 진짜배기문제이고 뭐가 그릇된 문제인지
사람이 판별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배양이 안되는 것이다. 그냥 눈가리개를 씌우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문제가 터질 성 싶으면 어디서 연예인 거취문제가 터져나오는게 대한민국이고, 상당히 관심가져야 할 정치적 담론이 나오면 되지도 않는 각주나 말꼬리잡기로 본말을 호도해버리는 사회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라는 거다. 난 이건 [변호사식 트릭]이라고 생각한다. 말이 안되는 것이 아닌 가볍고  단편적인 걸로 무겁고 중요한 것을 이기는 트릭.


3.
세상이 살기 힘들어지면 개혁을 해야한다.
솔라 피데
솔라 스크립투라!

어줍잖은 현란함을 지니고 백귀처럼 떠도는 망령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알고 싶으면 정말 공부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우린 공부 안하잖아. 아마 안될거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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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일주일 전

슈퍼에서 파는 동남아산 귤통조림을 하나 사서 그나마 비타민이 부족한 내 몸에 보충이나 되라 빌며 플라스틱 포크로 연신 쪽쪽 찍어 먹는 호사를 누리던 중이었다.

한참 먹다보니 뭔가 이상했다.
포크를 보니까 가운데 날이 하나 없어진 것 아닌가.
음?
흐억!

귤통조림이라는 것이 대충대충 씹고 목구멍 아래로 밀어넣는 과정인데, 엉겹결에 그 분괘과정 중에 애꿏은 플라스틱을 씹어서 같이 밀어넣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아니 이걸 어찌하지. 순간 해외토픽에 나오는 수많은 사진들이 생각난다. 수저를 먹은 아저씨. 세상에 뱃속에 이런 물건이. 경악. 14시간 외과수술 어쩌구...갑자기 땀이 찔끔찔끔 나기 시작한다. 이러다가 죽는거 아니야. 장천공이나 위 천공때문에.

아닌게 아니라, 지난 주 금요일날은 배탈이 났었다. (감기같지만)
그리고 오늘까지 뭔가 켕기면서 소화가 안 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들고 있다. 한번 병원에 가 볼까 엑슬이라도 찍어볼까. 어디에 뭐가 있는지 어떻게 아나. 아 미치겠네. 플라스틱이니까 나오겠지. 이러고 평생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산탄총 맞고 파편 박힌 사람처럼. 대장이나 십이지장에 포크가 박힌 채 평생 살다가 어느날 장벽을 뚫고 에일리언 새끼처럼 튀어나오는 것 아냐. 오 마이 갓. 나이 마흔에 포크먹고 졸하다. 이런 끔찍한 묘비명이라니.

기분이 그래선지 사실인지 암시에 걸려서 그런지 정말 소화가 안된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볼까. 
그런데 일주일 걸려도 안 나오는 게 있나. 이미 나올 거면 나오지 않았을까. 어디 걸려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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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린 연대에서 테러라도 하려고 들어온 줄 알았는데
(아...난 박경철이나 김어준이 아니지. 그럴 리 없다.)
 
뭘 보러 들어왔나 했더니 가장 많이 본 키워드가 [레이디호크] 
어저께 일요일 낮에 EBS에서 해줬더라. 그런데 스카이라이프에서는 프로그램명은 [레이져호크]로 달아놨대. 레이져호크는 뭐야. 새로 나온 정찰기이름이냐. 레이저도 아니고 레이져라고 해 놓은 걸로 봐서 laser가 아니라 Razor인듯.

그나저나 나도 몸이 안 좋아서 소파에 누워 오랫만에 레이디호크를 봤는데
마지막 장면 보면서 울었다. 으헝 ㅠㅠ 왜 울었을까. 예전에는 몰랐는데 루크거 하우어하고 미셸 파이퍼는 정말 연기를 잘 한 것 같더라. 같이 다니면서 평생 얼굴도 못 보는 연인을 드디어 만났을 때의 그 사무치는 심정이라니.



으헝헝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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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ce POV

見.聽,感 2011. 10. 5. 17:51
여기저기 케이블을 돌리다보면 정말 웃기는 괴상한 프로그램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웃기다기보다는 뭔가 묘한 느낌의 현장프로그램이었다. 일반 경찰24시하고 다를 바 없는 경찰들의 업무.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기계를 더 섞어 놓았다. 1인칭 카메라.


경찰관들에게 1인칭 카메라를 씌우고 현장출동하는 과정을 찍은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은 경찰관의 시점에서 TV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POV는 Point Of View의 약자이다.) 이렇게 보게 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냐. 경찰관이 총하고 무지막지한 메그라이트를 들고  쫒아가는 광경을 보게된다. 딱 FPS. 콜 오브 듀티나 배틀필드같은 게임영상과 대동소이 하다. 게임이 현실화 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게임화된다. 오히려 이런 시점은 게임을 즐기던 30대 이하에게는 굉장히 친숙한 인터페이스로 다가온다. 오히려 이렇게 되니 뭐랄까...현실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묘한 기분이 든다.


나는 스티븐 킹의 [런닝맨]이 그저 소설가의 상상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범죄자를 시외곽에 풀어주고 직업적인 헌터들이 사냥하는 걸 보여주는 방송이 나올지도 모른다. 어떤 것이 공익이고 어떤 것이엔터테인먼트인지 더 이상 분간하기 힘든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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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맞아

작은 방 한담 2011. 10. 4. 00:27
1.
어차피 생일이라는 것은 내가 원해서 잡은 날이 아니니 그렇게 큰 의미는 없다만
타인에게는 본인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몇년 간은 제수씨에게 늘 신세를 지고 있다.

미안스럽다. 고맙다는 말 대신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2.
생일이라고 전혀 연락없던 동네 후배가 놀러왔다.
같이 나가서 밥을 먹고 돌아오면서 하는 말

"다음에 결혼할 때는 형이 챙겨주는 사람이 아니라 형을 챙겨주는 사람하고 하세요."

별 말이 없는 녀석인데, 그냥 그런 말을 해 주는 것에 고마왔고
오히려 나보다 나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라는 것에 더 놀랐다.

그런데 그런게 이젠 가능할 지 모르겠다.


3.
어설프게 추워져버린 날씨라니. 훌쩍 어딘가 가 버려야 할 날씨인 것 같긴 한데
세월도 흐르고 계절도 흐르고
덩달아 나도 흐르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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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안

믿거나 말거나 2011. 10. 3. 00:19


동남아로 신혼여행 가면 한번씩은 먹고 다시는 먹지 않는다는 전설의 과일 두리안. 나는 전설따윈 믿지 않지만 그 맛이 어떤지는 심히 궁금하긴 했었다. 그렇다고 과일을 먹기 위해서 비행기를 잡아타고 동남아까지 갈 정도로 부자는 아닌지라 그냥 맛과 냄새가 따로 노는 과일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는데 지난 주에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
아는 지인 부부께서 동나마여행을 관광다녀왔다가 두리안이 함유된 초콜렛과 카라멜(?)을 사 왔다. 그런데 이걸 사람들 많은 곳에서 같이 먹자고 공개를 했다는 것이지. 모두 눈치 보다가 하나씩 집어 먹었는데...풍미는 괜찮더라는 거다. 일단 가공식품이니까 그렇게 비위가 약한 사람 아닌 이상 다 먹을 수 있었는데....아, 이거 냄새가 장난아니더라. 쓰레기가 발효되는 냄새랄까. 전형적인 곰팡이냄새. 생과일은 여기에 암모니아 냄새가 진하게 올라온다는데 과연 그러면서까지 먹을만한 과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먹을 때는 몰랐는데 먹고 나서 트림을 하니까 이거 보통 문제가 아니더라. 내 뱃속이 하수도 종말처리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거 먹고 폐쇄된 공간에서 트림을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맞아죽을 거라고 누가 농담을 했는데 이거 농담이 아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이거 먹고 트림했다간 지역사회에서 매장될 것 같았다. 나중에 말을 들어보니 현지에서도 [홍어]취급을 받는 과일이라고. 호불호가 거기서도 갈리는 음식인 모양이다.
(하지만 거기서는 '오오미 두리안이랑께~' 따위 3류 농담은 하지 않겠지.)

4.
궁금했다. 트림이 이 정도면 방귀는 어느정도일까? 아마 더 심하면 심하지 덜하진 않을 것 같았다. 사 오신 부부도 그것까지는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날 밤에 워낙 많이 먹었던지 뱃속에 가스가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 전에 한번 거하게 가스가 나왔는데......

경험하는 것은 별로 권장하지 않겠다. 급격하게 기온이 올라간 가을밤에 창문을 좀 오래 열어두어야 했다는 것만 말해둔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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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과거조사, 과거청산이라는 말을 종종 접하게된다. [지나간 것은 두리뭉실]이라는 지극히 간편한 사고방식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참으로 낯선 단어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저 말에 대해 알러지를 가지고 있는 높은 양반들이나 먹물이 들어간 척 하는 오징어땅콩같은 인간들은 늘 저 이야기를 할 때마다 후렴구로 부르는 동일 레파토리가 있다. "그 당시에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대다수가 살았겠느냐. 이해해줘야 한다." 라는 말이다. 난 그럴 때 이런 말을 해 준다.
"같이 살아보지도 않아놓고 웃기고 자빠졌네."


2.
예전에 지존파라는 살인집단이 있었다. 이 집단은 강도집단이 아니라  감옥에서 출소하기 전 결성되어 오직 목표를 [부자납치+살인+현금탈취]로 잡고 결성된 집단이었다. 앗쌀하게 끔찍하다. 목표의식을 잡고 그대로 범죄를 실행한 사람들이라는게 더 무섭다. 그런데 이 중에 한 에피소드가 있다.
이 중에 홍일점 여인이 있었다. 부자가 아닌데 부자인줄 알고 잡혀온 여자다. 지존파가 이 여자에게 불쌍하긴 한데 너도 같이 살인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겟다고 협박을 했다. 그래서 범행에 동조해서 살인까지 참가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여자가 미쳐버릴 것 같았다. 결국 이 여자는 경찰에 조직을 밀고했고, 그때까지 이런 살인집단에 대해 알지도못하던 경찰은 그때서야 이 경천동지할 사건을 수사해서 지존파를 잡아낸 것이다. 그 여자 아니었으면 영원히 미스테리로 남던가. 아니면 지금도 어디선가 사람들이 실종되어 죽어 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3.
사람이라는게, 머리로 생각해 보면 [궁지에 몰리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여기저기 극한에 몰리다보면 그런 일도 또한 실제로 심심치 않게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뉴스가 될 법하니까 뉴스가 된다는 생각은 일단 접자.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당해보면, 사람이라는 것은 여간해서는 그런일을 벌이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여자 끼고 사업을 하자는 제안을 들어봤다고 생각해보자. 돈 많이 번다고 이야기 들어보자. 그런다고 우리가 덥석 그 일을 할 것 같은가? [불법]이라는 말은 둘째 치고서라도 '에이..사람이 어떻게 그렇게...'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게 된다는 거다. 공공기관에 뇌물을 주면 일이 쉽게 풀린다고 이야기를 듣는다.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하는 사람들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더 크다 '에이...그렇게 일을 해서야...." 이게 정상적인 사람들의 행동인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도 겪어 본 일이다.

우리가 1930년대 일제치하에 산다고 쳐 봤을때, 누가 와서 조국과 민족을 배반하고 영달을 꾀합시다. 라고 하면 말이지. 내가 똥구멍에서 콩나물을 빼 먹는 절박한 처지가 아닌 담에는 '씨발 인두껍을 쓰고 뭔 소리야'라는 반응이 먼저 튀어나오는 법이다. 그리고 콩나물 빼 먹는 처지라고 쳐도, 나중에는 후회하게 된다. 이게 인간의 행동양식이다. 선과 악에 대한 기본적인 행동양식이 교육과 사회를 통해서 전달되는 정상적인 사회라면 이게 당연히 튀어나온다.
 
아무나 일본에 붙어서 일제치하에서 친일파로 살았다...? 이건 그 시대 사람들 욕하는 소리다. 당연히 그 일본지배 하에서 산업경제를 이용하면서 살았겠지. 그런다고 그 시절 사람들은 동시대에 친일모리배들에게 [잘 살고 계십니다]라고 했을까? 이건 말이지. 80년대 전두환시절 아래 살던 우리 모두가 전두환을 찬양했다라고 말하는 거랑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동시대 사람들에게 용납 못받은 부역자들은 그냥 때려죽였어야 하는거다. 무슨 과거에 우리가 못 살아봤으니 그들의 처한환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쩌구... 씨발 지랄하네. 그 시대 사람들에게도 욕처먹으면서 인두껍을 쓰고 못할 짓 하던 것들이 민족반역자고 배일모리배고 군사정권 옹호자고 반민주세력인거다. 그냥 책상머리에 앉아서 혼자 씨불씨불 거리니까 별 오만잡상이 머리를 지배해서 별 쓰잘데기 없는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지.

4.
면죄부라는 건 그런 데 달아주는 게 아니다. 병자호란때 끌려갔다 돌아온 환향녀같은 사람들에게나 주는거다. 정신대 억울하게 끌려갔던 우리 할머니들, 징집되어 잡혀갔던 우리조상님들에게나 주는거다.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알고 있다. 누가 친일 모리배이고 면죄부를 받아야 하는 사람인지는. 그걸 쓸데없는 허접스런 논리로 섞어 놓으려는 수작들이나 하지 말라는 거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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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말 오래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힘든 시절에 (지금도 힘든건 마찬가지지만 정말 시간이 험했던) 도움이 되 주었던  지인 부친이 상을 당했다. 뭐 해달랄 건 다 해주고 싶었지만 부탁받은 것만 대충 해 줬는데...인생사는 정말 모를 일이더라. 사람의 정해진 기한이라는 게 언제인지 모른다는 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거나 역동적으로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정 반대로 그래서 비극일지도 모른다.

하여간,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잘해야 한다. 그건 맞는 말이다. 언제 내가 갈지 그 사람들이 갈 지 모르지 않는가. 거자일소 (
去者日疎 )라고, 멀어진 사람은 소원해지는 법이라는데. 살아서 멀어지지 않더라도 죽으면 기억에서 지워지는 법이다. 그러니까 살아가는 거겠지. 어쨌거나 이젠 그럴 때가 점점 다가온다.


2.  케이블에서 정말 마음잡고 보려다 못 본 영화를 봤다. [체인질링]


1920년대 아이랑 같이 사는 싱글맘이 있었는데 어느 날 아이가 유괴된다. 경찰은 나몰라라. 시민단체가 들쑤시니까 어디서 닮은 애를 델구와서 엄마한데 '이 애가 당신 자식임'이라고 말한다. 어이가 없는데 이게 실화다. 문제는 1920년대 미국경찰과 공권력이 하는 짓거리가 2010년대 대한민국 경찰과 정부가 하는 짓하고 대동소이 하다는 것.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정의로운 목사도 없고, 윗선에 대항해서 끝까지 수사하는 경찰도 없고, 중립적으로 써 주는 언론도 없다. 결국 대한민국은 1920년대 양키랜드만도 못하다는 결론.

하지만 그런 시대적인 비판정신에 인생의 가치를 녹여낸다.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 늙어서 인생을 영화에 담기 시작한 사람이 어느덧 거장이라는 칭호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애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한번씩은 볼만한 영화.


3. 몸이 좋아졌다 안 좋아졌다. 생활은 필듯 말듯 폼만 잡고, 여자는 아예 코빼기조차 구경할수 없는 상황. 하지만 여자는 애초에 그러려니 한다. 앞의 두 개가 선행된 다음의 일. 이제 여자라는 건 그냥 가끔 친구들과 농담따먹기나 할 때 써 먹는 자학개그의 하나로 전락해버렸다. 없다고 갈급하지 않은 나이가 되어버린 듯 하다.

아니, 사람이라는 게 그냥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만 드는거지.
그러니까 결론은 쭉빵미인.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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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과 모나리자라는 키워드 덕이었군.

어쩐지...내 조용한 굴레방다리 블로그에 100명이나 오다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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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의 [모나리자]를 들어본 것이 아마 80년대 말일거라고 생각난다.
가요계의 황제. 당시 조용필의 별명이었다. 그는 그 때나 지금이나 전설이었다. 하지만 그 때 모나리자를 처음 들었던 내 느낌은 그런 것과는 좀 거리가 있던 감상이었다.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 줄수가 없나~ 어쩌구 이렇게 나가는 후렴구를 처음 들으면서 10대였던 나는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기분이 나빴던 이유는 단순했다.
인류사에 남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작, [모나리자]라는 위대한 예술품을 저딴 유행가의 제목으로 써먹다니!
믿기지않겠지만 이 이유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 줄수가 없나~ 어쩌구 하면서 나가는 조용필의 애절한 후렴구가 왜 그렇게 싼티나게 들리던지. 아, 이건 예술에 대한 모독이야 어쩌구 하면서 중학생인지 고등학교1학년인지 하는 나이의 인간이 그렇게 마구 잣대를 남발하고 있었다. 
사실, [모나리자]라는 노래는 조용필의 노래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냇 킹 콜도 동명의 노래를 불렀더랬다. 그런데 하여간 나는 가사를 알아들을 수 있는 조용필의 노래가 무척이나 예술적 권위를 침해한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런 걸 듣는 너희 대중들은 모두 무지몽매해!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2.
세월이 지나고 20대 30대가 끝나갈 무렵, 조용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삶과 인생의 역정을 나름대로 겪으면서 내가 보지못하던 것이 인생의 여정에서 보이기 시작하니까 조용필의 노래와 가사들이 다시 보이고 새삼스럽게 들리더라. 아, 노래가 노래가 아니구나. 그냥 흥얼대는 풍월이 아니구나 그 생각이 들면서 노래들이 새삼 달리 보이더라. 하긴, 이게 당연한 것이지. 중고등학교때 조용필의 [단발머리]나 [못찾겠다 꾀꼬리]를 듣는다고 뭘 알것이며 굶어 죽더라도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죽겠다는 말이 대체 뭔 씨나락인지 알게 뭐냐. 나이대에는 그 나이에 볼 수 있는 것이 있는 것이다. 모나리자. 나는 조용필의 그 노래가 무슨 뜻인지 이제 충분히 이해 할 나이가 되었다.

3.
바꿔 말하면 젊은 시절의 순수라는 것은 일종의 양면성이다. 순수하기 때문에 고집도 세고, 편벽한 자기만의 가치를 가지기 마련이다. 정치적인 견해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정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서는 김주열같은 청춘도 있는 반면, 총통의 모든 행동은 게르만을 위한 선의라고 믿는 유겐트들도 존재하는 것이다. 뭐라고 할 수 있는 계재가 아니다. 인간은 원래 보고 듣고 안 만큼 넓어지는 것이 아니랴.


4.
20대의 보수화, 10대의 생각없음. 우리 때는 안 그랬던가. 마찬가지다. 그들이 과연 얼마나 많은 것들을 나이를 먹으면서 머릿속으로 흡수하고 경험하느냐에 따라서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경도된 생각을 나이먹고 끝까지 가져갈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 사회라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두는 사회라면 어린아이들의 삐딱한 사고를 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믿는다. 인생의 경험만큼 좋은 선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나의 걱정은 그 선생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국가의 미래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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