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말 오래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힘든 시절에 (지금도 힘든건 마찬가지지만 정말 시간이 험했던) 도움이 되 주었던  지인 부친이 상을 당했다. 뭐 해달랄 건 다 해주고 싶었지만 부탁받은 것만 대충 해 줬는데...인생사는 정말 모를 일이더라. 사람의 정해진 기한이라는 게 언제인지 모른다는 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거나 역동적으로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정 반대로 그래서 비극일지도 모른다.

하여간,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잘해야 한다. 그건 맞는 말이다. 언제 내가 갈지 그 사람들이 갈 지 모르지 않는가. 거자일소 (
去者日疎 )라고, 멀어진 사람은 소원해지는 법이라는데. 살아서 멀어지지 않더라도 죽으면 기억에서 지워지는 법이다. 그러니까 살아가는 거겠지. 어쨌거나 이젠 그럴 때가 점점 다가온다.


2.  케이블에서 정말 마음잡고 보려다 못 본 영화를 봤다. [체인질링]


1920년대 아이랑 같이 사는 싱글맘이 있었는데 어느 날 아이가 유괴된다. 경찰은 나몰라라. 시민단체가 들쑤시니까 어디서 닮은 애를 델구와서 엄마한데 '이 애가 당신 자식임'이라고 말한다. 어이가 없는데 이게 실화다. 문제는 1920년대 미국경찰과 공권력이 하는 짓거리가 2010년대 대한민국 경찰과 정부가 하는 짓하고 대동소이 하다는 것.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정의로운 목사도 없고, 윗선에 대항해서 끝까지 수사하는 경찰도 없고, 중립적으로 써 주는 언론도 없다. 결국 대한민국은 1920년대 양키랜드만도 못하다는 결론.

하지만 그런 시대적인 비판정신에 인생의 가치를 녹여낸다.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 늙어서 인생을 영화에 담기 시작한 사람이 어느덧 거장이라는 칭호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애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한번씩은 볼만한 영화.


3. 몸이 좋아졌다 안 좋아졌다. 생활은 필듯 말듯 폼만 잡고, 여자는 아예 코빼기조차 구경할수 없는 상황. 하지만 여자는 애초에 그러려니 한다. 앞의 두 개가 선행된 다음의 일. 이제 여자라는 건 그냥 가끔 친구들과 농담따먹기나 할 때 써 먹는 자학개그의 하나로 전락해버렸다. 없다고 갈급하지 않은 나이가 되어버린 듯 하다.

아니, 사람이라는 게 그냥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만 드는거지.
그러니까 결론은 쭉빵미인.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