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에 해당되는 글 121건

  1. 2011.01.28 TV 옮기기 4
  2. 2011.01.23 학생과 대화중에 10
  3. 2011.01.19 2011 1월 카라사태를 보면서 그냥 지나가는 한마디 2
  4. 2011.01.17 죽도록 추웠던 그 시절 6
  5. 2011.01.13 수면, 그 기묘함 4
  6. 2010.12.16 그런사람도있더라 6
  7. 2010.12.08 대화 4
  8. 2010.12.03 광오함 2
  9. 2010.11.02 개꿈 4
  10. 2010.10.26 때 이른 할로윈 특집 8

TV 옮기기

믿거나 말거나 2011. 1. 28. 20:44
어느 평온하지만 무료한 아침에 사건은 시작되었다.
뜬금없이 걸려 온 전화. 아버지 전화였다. 보통 난 주중 아버지 전화를 그렇게 기꺼워하지 않는 편인데...보통은 후사 걱정이거나 직장 걱정이거나 나도 모르는 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 결국, [내가 알 수 없는 나에 대한 것]에 대해서 나를 채근하는 내용인지라 별다른 솔루션을 줄 수 없으니 나도 답답한 대화라 피하는 것. 그런데 이번 전화는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너 TV를 팔자."

"아니 왜요."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하여간 아버지의 이야기에 따르면 어쩌다가 PDP가 싸게 생겼는데 이미 본가에는 있으니 나를 주겠다고 하시는 거다. 그러자니 내가 가지고 있는 옛날 TV를 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냥 누가 옮겨가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걸려 얻은 거라 수거해 가지도 않는 것이고...치우긴 치워야 하는 것인데...사람을 사던가 어떻게 알아봐야 겠네요 라고 말하려는 찰나에 아버지의 뜬금없는 폭탄선언.

"내가 보자기 가지고 갈께 둘이 나르자."

아니, 시방 이것이 뭔 소리랑가. 뭔 소리여유, 무삼 말이런가. 아버지는 우리 집에 있는 TV가 컴퓨터 모니터만한 줄 아시는 것인가. 그래도 30인치가 넘는데. 더군다나 어떤 놈이 디자인했는지 몰라도 양 옆이 날개처럼 벌어진 얄궃은 물건이다. 100kg가 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보기만 해도 팍팍 오는데

보자기라니.
그리고 둘이 나르자니 뭔 소리 하시는 건가
아버지 뭔가 잘못 생각하고 계시는것 같은데요

하지만 아버지는 전화를 끊고 이미 출발하셨다. 이 저주받은 가문에 흐르는 불같은 성급함이라니!

혼자 투덜대고 있던지 10분 뒤 아버지가 오셨다.

 (뭐...그 그렇죠. -.-;;)

대충 보시더니

"이 정도면 들 수 있어!"
그리고는 보자기를 아래 펼쳐놓으신다.

"자, 이제 들어서 이 보자기 위에 놓는거야!"

아 제발 이게 꿈이었음 좋겠어 웅얼웅얼 하지만 이것은 현실.
둘이 들어서 끙 하고 자리에서 든 것 까지는 좋았는데

"엇? 이런 쒸@!(&@(&! 이거 왜 이렇게 무거워!"

"내가 무겁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보자기 위에 놓고 아버지는 보자기로 TV를 싸신다.
(36인치에 육박하는 브라운관 TV가 싸지는 보자기라는 게 있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포대화상이 빌려줬나.)
그러더니 이제 둘이 들고 나가면 된다고 호기있게 말씀은 하시는데

아까 들어보니까 문제가 장난이 아니었단 걸 깨달으신거다.
슬쩍 아들 눈치를 보더니

"...이거 가지고 나갈수 있겠지?"

"......."


------------
1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해명하고 싶지 않다.
그냥 이 TV를 제조한 쌤쑹과 브라운관을 만든 칼 브라운 박사를 입에 침이 마르게 욕했던 것이 기억나고
이집트인이 피라미드를 옮기던 지혜가 참으로 생활에 도움이 많이 되는구나를 느꼈을 뿐이다.

아버지도 청춘에 빠져 사시는 것이다.
예전에 황소도 번쩍 들던 시절에
브라운관 TV가 커봤자 전축판만하던 시절을 생각하신 듯 하다.

결국 그 물건을 아파트 앞마당에서 대충 처리하고
(그 지옥의 한 시간뒤 아버지는 "팔긴 뭘 팔어! 이런 염병할 거 당장 없애버려!" 로 태도를 바꾸셨다.)
아버지는 집으로 투덜대며 빈 보자기를 가지고 가셨다.

남은 것은 몸살.
그리고 공짜로 얻었다는 PDP정도랄까.

하긴 나는 뭔가 생기긴 했는데
아버지는 꿍~ 하니 의욕만 상실하신 것 같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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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고1올라가는 우리반 애와 시간이 남아서 면담 겸 간식타임을 가졌는데

이 녀석이 지난 주에 일본을 다녀왔더랬다.
관광이려니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학교에서 일본방문을 하고 싶은 사람 몇명을 추려서 동경이나 오사카가 아닌 다른 지역을 문화체험하러 보낸 것이더라. 상당히 전문성이 있는 방문인것 같아서 물어봤는데

이 녀석 직독직해를 하고 의사소통은 문제없이 일어를 구사한다는 거다.
어디서 일어를 그렇게 익혔어? 하고 물어봤더니
한 6개월간 일본만화만 봤더니 어느날부터 알아듣게 되었어요~라고하는거다.
히라가나 가타카나도 읽는데 한자가 안 되서 아직 일어서적 읽는 건 힘들다고...

아니 나도 일본만화는 무지하게 보는데 왜 일어를 못하지
라고 말하려다가 그냥 쪽팔려서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그 뒤에 나오는 말이 더 충격인게
요즘은 반에 있으면 20명 중 한 명은 자기처럼 일어로 의사소통 다 가능하고
50명 중에 한명은 중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난 중학교3학년때 뭐했지
하는 생각과 함께 애들이 참 빠르게 습득하고 학습하는구나 우리때와는 차원이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우리 아랫세대들은 경쟁이 훨씬 심하겠구나. 대부분의 현재 사람들이 갖지 못한 걸 기본으로 갖게 된다면 더 많은 것들을 채워야 경쟁이 되겠구나 라는 안타까움도 같이 들었다.

그나저나 나도 다시 6개월정도를 애니메이션만 줄창 봐 볼까 하루종일.
채널 J를 그렇게 봐도 난 왜 일어가 안 될까.

에이 참 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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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은 같이 나눌 수 있어도 
복락은 같이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반대로 즐거울 땐 옆에 있고
고생이 시작되면 도망가는 인간들이 더 많지만.


어쨌건 모든 것의 발로는 욕심.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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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구온난화때문에 제트기류가 약해져서 북극에 가둬두었던 동장군의 결계가 풀려서 한반도에 올라왔다나 어쨌다나 하여간 그래서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지구온난화를 줄여야지. 미국과 중국을 당장 공격해라. 그놈들이 제일 연료 개념없이 직직 갈겨쓰고 있어. 

음, 아무도 그런 말은 못하지.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그냥 이렇게 꽁꽁 얼어있어야 한다.


2.
아무리 기온이 더 떨어졌어도 군대 시절보다는 안 춥다.

당연하지.
멀쩡한 인간을 겨울 새벽에 한 시간 4계절범용 유니폼을 입혀서 세워놓아 보라.  보초랍시고. 

안 추울 놈이 누가 있겠느냐. 유격은 눈물이요 여름 대대전술은 짜증의 연속이라면 겨울 혹한기 훈련은 무엇일까?
욕이다 욕, 육두문자. 입에서 성군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훈민정음으로 지상의 온갖 생물과 그 생물의 어린 새끼를 불러대다가 훈련이 끝난다. 다른 건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손가락과 발가락과 귓바퀴가 내 것이 아니고 어디서 임차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새파란 하늘에 구름이 쏜살같이 흘러가는 데 찬 바람에 눈이 시려서 뜨지도 못하고 오리걸음으로 기어가면 옆구리를 소총과 방독면이 쿡쿡 찌르고 등어리는 야삽이 눌러대면 나오는 건 욕밖에 없다. 총구에 잘못 젖은 손가락이나 혓바닥이라도 붙으면 그대로 얼어붙고, 허벅지 아래로는 감각이 아예 없고 얼굴도 감각은 없는데 콧물은 흐르지 그렇다고 밥은 제대로 나오나. 밥먹고 훈련하면 어디 막사라도 들어가 있나. 수풀이나 공사장 자재창고 같은데 짱박히면 하늘의 은총인 거고, 얼어서 포크레인으로도 안 파지는 땅에 야삽질하면서 텔레토비 흉내내며 덜덜덜 떨고 있다가 야밤에 텐트에 들어가면 차라리 밖에서 얼어죽는게 낫다고 생각할 만큼 한기가 몰아치는 것이 혹한기 훈련이다. 아, 이래서 전쟁은 여름에 해야한다. 일사병에 걸려 죽는게 얼어죽는 것보다 나을거야. 병사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여름에 전쟁 터지면 그건 뭐 천국인가? 6.25 대구공방전때는 일사병으로 죽은 병력이 총맞아 죽은 사람보다 더 많았다던데. 이래서 전쟁이 터지면 안 되는거야 망할!  얼어붙은 텐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입김을 보면서, 저절로 군인들은 반전주의자가 되어간다. 

그러다가 병장을 달고 마지막 혹한기훈련에 들어갈 때
나는 정보과인 관계로 박스카 안에서 밤을 지새게 되었다.

야,
이거 할만 하더란 말이다. 일단 한기가 안 통하니까 바깥이라도 살만 하더라고.
이런데서 지도 펼쳐놓고 따스하게 몰래 커피나 끓여먹으면서 음~ 우리 부대는 지금 어디에 있군 이렇게 나가야지 하면서 딩가딩가하고 가끔 걸려오는 지휘계통 전화나 받아서 토스해 주면 되더란 말이지. 솔직히 훈련 가면 계원들이야 간부들 있을때나 후달리지 야간근무설 때는 천국 아닌가. 어차피 장교들은 다 자는데.

그 때 알았다.

몸이 고생하는 걸 까먹으면
전쟁이 참 쉬워보이는구나.


3.
언제쯤 눈이 녹고 바람이 그치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봄이 올까.
그 날이 언제쯤 오려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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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젯 밤에 갑자기열이 펄펄 끓어올라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침대로 기어 들어갔다.
하던 일이래봤자 설거지였으니까 별 상관 없긴 했지만 만약 설거지가 아니라 야근이었다던가, 뭔가 시간을 더요하는 작업이 내 앞에 놓여있었다면 아마 난 오늘 아침 쯤 몸살에 직격당하고 사경을 헤메고 있었으리라.

바꿔 말하자면 잠을 잔 덕에 몸이 그나마 좋아졌다는 것이다.

실상, 많은 샐러리맨들의 몸살이나 감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병들중 많은 수가
집에서 신나게 자고나면 낫는다고 한다. 한 사흘 정도?
그런데 어떤 회사가 사흘간이나 평일에 잠을 잘 시간을 줄 것이며
애들이 잠자는 아빠를 놔 두겠냐고. 쯧쯧....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한다.
"아픈 건 회사 관두면 낫는다"
어떤 부분에선 진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관두면 그 다음부터는 또 다른 스트레스가 생기겠지.
생존이라는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신체리듬을 학대하는 동물이라는 게
과연 만물의 영장인지 잘 모르겠다.


2.
하지만 이건 전혀 다른 예인데.

수면시간 30분이 모자라서 머리가 아파본 적이 있는가.
혹은,
9시간 10시간 잤는데도 머리가 띵했는데
5분정도 머리를 책상에 박고 잤더니 개운해진 적이 있는가.

가만히 보면
잠이라는 것은 시간의 절대치로 산정해서 풍족함을 누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단 말이다.
꿀잠이니 단잠이니 쪽잠이니 등등등 시간을 쪼개가며 짧은 시간을 자도 몸을 활성화시키는 잠이 있는가 하면
하루종일 주야장천 사시사철 연연세세 잠을 자도 머리만 아프고 멍하기만 한 잠도 있으니

뭘 어떻게 자야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쉽게 짧게 깊게 활기차게 자는 방법을 아는 것도 좋을텐데.


3.
잠을 잘 때 이 생각 저 생각한다고 잠이 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눈을 닫은 채로 눈꺼풀을 보고 있는게 잠이 더 잘 오더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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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 인생은 우주최강 심각한 절대가치의 존재인데 반해
남의 인생은 강풍에 날려가는 쓰레기에 붙어가는 먼지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더라.

세상이 나를 위해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것까지는 과잉자아의 발현이라고 쳐도
모든 이들이 거기에 맞춰서 돌아가주고 장단맞춰야 한다고 믿는 것은 그냥 철부지 짓거리 아닌가.

내 말인지 남의 말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가깝게 하기에는 버겁다는 것.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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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믿거나 말거나 2010. 12. 8. 01:47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일대일로 대화하는 과정에 일어나는 시공간의 격변과 단절, 그리고 비약은
적절한 설명이 있거나, 대화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있다면 극복할 수 있는 일이며, 익숙해지면 그 사람의 어휘와 단어에 의해 그 앞에 있는 것을 예상하고 예견하며 조언을 해 줄 수 있으나

텍스트에서의 과감한 비약이나 단절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낭패감 내지는 자신의 지적능력이나 독서방법에 대한 불안감만을 고조시킬 뿐이다. 이것은 작가의 기교라기보다는 교만에 가깝다. 차라리 벽돌을 땅밑바닥부터 우겨넣어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할 지언정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너무나도 선연하게 말하는 김훈의 글이 정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읽는 현대작가의 글들은 너무나도 불친절하네. 평론가와 소설가와 또 다른 동종업계 사람들에게만이  만담처럼 읽힐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려는 것인가. 
글은 읽기 쉬워야 한다.


음핫핫핫

오랫만에 허세떠는 글을 써 봤더니
이렇게 가슴이 시원할 수가.
여름에 물린 모기자국을 겨울에 벅벅 긁는 기분이라니.

우히히힛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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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오함

믿거나 말거나 2010. 12. 3. 01:58
보통 천재들이나 사회지도층가운데 이런 성향을 가진 이가 많다.

광오(狂傲)하다.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중국말이거나 무협지에서 만든 말일 것이다.
미친듯 오만하다. 한 마디로 눈에 뵈는게 없다는 뜻이다.

보통의 오만함과는 다르다. 오만함이라는 것은 자신의 능력이나 가진 것들로 인해 생겨나는 자부심의 비뚤어진 표현일텐데 광오하다는 말은 그보다 한 술 더 뜬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주인공의 칼에 맞아 죽어가면서도 비웃는 마왕같은 놈에게나 쓰일 법한 말이다.

하지만 살면서 그런 이들을 가끔 만난다. 대체 가슴속에 뭘 가졌는지도 모르겠는데 하는 걸 보면 천하만물을 자신의 품속에 넣어둔 채로 사는 것 같다. 보통 제정신이라고 하긴 좀 과한 사람들이긴 하다. 그런데 간혹 가다가, 기이한 인물들을 접하기도 한다. 관상을 볼 줄 모르지만 아무래도 연못속의 용 같다. 나중에 크게 한 자리 해 먹거나 최소한 사고라도 칠 놈 같다. 그런 이들이 어쩌다 가끔 보인다.

하지만 그것까지일 것이다.

어차피 광오한 놈이니 내가 지금 잘해준다고 해 봤자 그 놈이 출세하거나 천하를 얻은 뒤에 나를 기억해 줄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결국 내가 그 놈의 라이벌이나 철천지 원수가 아닌 담에는 내 인생에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질 종류의 유형이다. 

갑자기 추운 겨울 밤 인간사의 여반장을 생각해보다가 문득 써 본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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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꿈

믿거나 말거나 2010. 11. 2. 07:27
G20 정상들의 행사 차량앞에서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다가 
집에 돌아왔더니
온 가족이 너 땜에 망명가게 생겼다며 짐을 꾸리고 있었음

정신차려보니 꿈이었음.

꿈속에서 난 목욕하러 간 죄밖에 없고
목욕탕 탈의실이 길거리 건너편에 있었던 것 뿐인데.

정신차려보니 집단망명객


뭔 꿈이 이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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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그득 빠그득

어젯 밤에 꿈을 꾸는 중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들하고 같이 어딜 가고 있었던가 아니면 나 혼자 어딜 가고 있었던가
하여간 처음 보는 황무지를 걸어가고 있었다

빠그득 빠그득

발소리인지 신발에서 나는 소리인지 하여간 귀가 아프게 소리가 울렸다.
누군가가 꿈에서 내게 뭐라고 했고,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어디까지 가야하는 건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조용히 가지도 못할 거 왜 그렇게 시끄럽게 구냐는 핀잔이었는지. 하여간 그 인간하고 싸우려고 했던것 같은데...내가 아는 사람이었나. 아니며 모르는 인간이었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여자였나?

빠그득 빠그득

시끄러워서 눈을 떴다. 
꿈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고양이들이 뭔가 또 갉아먹는 모양이었다. 
"조용히 해!"
소리치고 자리에 누웠는데 빠그득 빠그득 소리는 지워지지 않는다. 
이 자식들, 오밤중에 미쳤나. 궁둥짝에 불이 나려고 하는 짓인가
뭘 갉아대길래 저런 빠그득 빠그득 소리를...

빠그득 빠그득

갑자기 눈이 떠졌다

빠그득 빠그득

집안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빠그득 빠그득

현관에서 나는 소리다.
열쇠구멍 긁는 소리

빠그득 빠그득

조용히 뒷발을 들고 현관으로 다가간다. 고양이들하고 살면서 소리나지 않는 법은 터득한지 오래다

빠그득 빠그득

확실하다
누군가 현관 열쇠구멍을 뭔가로 쑤시고 있다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일단 곁눈질로 부엌의 일각별작 이 어디있나 확인해본다

"누구요!"
큰소리로 현관문에 붙어서 호기롭게 외친다. 
뭐, 안 열어주면 그만이고 까불면 경찰에 신고하면 되지~




"오빠 나야"


순간 온몸의 소름이 버썩 올라오는데
목소리가 누군가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힘이 하나도 없는 것이 죽어가는 목소리같기도 하고
이걸 열었다가 갑자기 시퍼런 칼이라도 튀어나오는 걸까 하는 생각 등등
오만잡상이 다 튀어나오는데

"오빠"

죽어가는 목소리가 다시 날 부른다
누굴까.
내가 아는 여동생이 새벽에 날 찾으러 올 리가 있나
싶었지만 이미 난 문고리를 따고 있었다.
진짜 죽어가면 우짜노. 날도 추운데

쇠고리를 끼운 채 덜컥 문을 열었는데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하고
검은 마스카라에 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자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기절하지 않은게 이상했다.
생각보다 난 겁이 없나보다.

"누구세요?"

"거긴 뉴구? 여기 우리 8...어머어머"

일본 게이샤처럼
두께10cm는 되어보이는 화장빨의 아가씨는 고개를 상모돌리듯 흔들더니
우리집 앞에 문패를 잠깐 보고 다시 내 얼굴을 본다

"아주쒸, 쥐에송해요"

갑자기 얼굴이 호로록 사라진다.
그제서야 나는 쇠고리를 떼고 문 밖으로 빼곰 얼굴을 내밀었다.
술취한 아가씨가 롱부츠를 신고 발레하듯 양발을 미친듯이 휘저으며
옆으로 앞으로 비틀대면서 사라지고 있었다. 대체 이 높은 곳까지 어떻게 올라온 거지.

아가씨 좇아내고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반.

아우
이게 뭔 경우란 말인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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